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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의 반격, 누가 슈퍼박테리아를 키웠나

중앙일보 2019.12.24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63)

 
세균(박테리아)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동안 고분고분하던 병원균이 이빨을 드러내고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래전부터의 일이지만 그 심각성은 더해간다. 의료현장에서는 전쟁이다. 죽느냐 죽이느냐의 진검승부다. “결국 인간은 미생물에게 지고 마는가”라고 하면 엄살일까? 
 
지구상에 공존하는 생명체 중 가장 고맙고도 두려운 것이 미생물이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무해하지만 개중에는 질병을 일으키는 종류가 적지 않다. 이는 세균에 가장 많고, 다음으로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의 치료약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현재 개발된 게 없고, 오로지 면역기능에 의존하거나 사전에 백신으로 예방하는 대책밖에 없다.

 
어떤 종류의 항생제도 끄떡 않는 슈퍼맨 아닌 슈퍼박테리아. 이 가공할만한 능력을 획득한 미생물은 이제 인간에게 재앙으로 다가왔다. [사진 pexels]

어떤 종류의 항생제도 끄떡 않는 슈퍼맨 아닌 슈퍼박테리아. 이 가공할만한 능력을 획득한 미생물은 이제 인간에게 재앙으로 다가왔다. [사진 pexels]

 
194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박테리아를 죽이는 치료약, 즉 항생제가 없었다. 부스럼에도 죽고 어쭙잖은 상처에도 생명이 위태로웠다. 용케도 알렉산더 플레밍의 그 유명한 실험 실수로 페니실린이 개발된 이후 박테리아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 항생제는 바로 기적의 선약이었다. 잇따라 효과가 뛰어난 여러 항생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감염증에 대한 공포감이 한동안 사라지는 듯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과거에 잘 죽던 놈이 어느 날 갑자기 생생하게 살아남아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위 내성균의 출현이다. 이제는 어떤 종류의 항생제도 끄떡 않는 슈퍼맨 아닌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한 것이다.
 
어떤 놈은 항생제의 끝판왕 격인 신약의 항생제에도 거뜬히 살아남는다는 것. 몸 안에 세균이 창궐하는데도 이를 물리칠 무기가 없다는 것. 이 가공할만한 능력을 획득한 미생물은 이제 인간에게 재앙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런 현상은 인간의 자업자득(업보)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모든 생물이 그렇듯 주위환경이 나빠지면 거기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 순진한 사람도 자꾸 괴롭히면 결국은 뻔뻔한 사람이 된다는 것, 이게 자연의 이치이거늘 미생물인들. 그동안 인간이 무분별하게 미생물을 괴롭혀 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겠나.
 
과거 우리는 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를 살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항생제의 남용이 내성균의 출현을 도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현재는 항생제의 일반 유통이 금지됐다. 그러나 아직도 사료 등 동물에의 남용이 문제로 지적된다.
 
그런데 이제는 일반의 항생제사용을 제한하는 대신 의사의 처방빈도가 문제가 됐다. 장삿속인지 몰라도 한땐 전국의 병원 처방률이 70~80%에 육박했다. 감기에도 처방, 배탈에도 처방, 처방 약마다 항생제는 단골 메뉴가 됐다. 최근은 항생제 남용의 위험성 홍보와 의약분업으로 처방률이 많이 떨어지긴 했다. 그래도 선진국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동네 의원의 경우는 아직도 80%를 상회한다는 통계다. 그 이유가 무지인지 아니면 위·아래층에 있는 약국과의 상부상조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쨌든 우리의 항생제 처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으뜸이다.
 
과거 우리는 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를 살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항생제의 남용이 내성균의 출현을 도왔다. 지금은 항생제의 일반 유통이 금지됐지만 아직도 사료 등 동물에의 남용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 pixabay]

과거 우리는 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를 살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항생제의 남용이 내성균의 출현을 도왔다. 지금은 항생제의 일반 유통이 금지됐지만 아직도 사료 등 동물에의 남용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 pixabay]

 
이대로 가다간 인간의 멸망이 핵전쟁이 아니라 슈퍼박테리아에 의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금 긁힌 상처나 염증에도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항생제의 사용빈도를 줄이고 처방 약을 먹다말다 하면서 미생물의 내성을 키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상태가 좋아졌다 해서 약을 끊으면 내성균의 출현을 돕는다. 처방 약은 모두 복용하는 게 필수다. 일례로 장기 복용을 해야 하는 결핵 환자가 먹다 말다를 반복하다 큰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지금도 흔하게 본다.
 
현재 사용되는 항생제 약 20여 계열 중 3가지 계열 이상이 듣지 않는 경우를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이라 한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카바페넴, 리네졸리드에도 내성을 보이는 종류가 자주 나타나고 있어 공포감이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슈퍼박테리아라도 종류에 따라서는 치료가 가능한 항생제가 있을 수 있어, 이유 없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래도 위험한 상태에 와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동안도 여러 번 고비는 있었다. 그때마다 타이밍 좋게 차세대항생제가 나와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대책이 만만찮은 분위기라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앞으로 인간의 무지와 탐욕으로 이런 슈퍼박테리아가 계속 나오고 급속도로 퍼지게 된다면 인류의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오싹하지 아니한가. 그럼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면 되지”하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가. 사람에는 해가 없고, 생명현상의 근본이 별로 다르지 않은 세균만 골라 죽이는 약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다이아몬드를 찾기보다 더 어렵다고 비유할 정도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가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세계 각국 정부와 제약사가 긴급대처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서까지 냈다.
 
그렇다고 마냥 불안해하지만 말자.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각처에서 유수 과학자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 희망을 걸어보자. 한편은 당신의 건강한 면역체계가 항상 파수를 서고 있으니 이를 위해 튼튼한 신체를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그리하면 슈퍼박테리아도 쉬이 당신을 넘보지는 못할 것이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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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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