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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대자 40%, 과거 성학대 피해자…가톨릭 수도회 '학대의 사슬'

중앙일보 2019.12.24 05:00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오른쪽)가 2004년 11월 30일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창립자인 마르시알 마시엘을 축복하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오른쪽)가 2004년 11월 30일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창립자인 마르시알 마시엘을 축복하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수십 년간 가톨릭 교회 내에서 반복된 아동 성폭력 관행을 소재로 한다. 영화 속에서 절대 권력을 쥔 교회는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며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막는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떠올리게 하는 가톨릭 교회 내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21일 오후(현지시간)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이하 레지오 수도회)는 1941년부터 2019년까지 레지오 가톨릭 수도회에서 벌어진 아동 성학대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제 33명 아동 성학대 가담, 피해 아동175명 

 
레지오 수도회는 1941년 멕시코 출신인 마르시알 마시엘 신부가 창립했다. 본부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고 전세계 22개국에 지부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회 창립자인 마시엘은 최소 60명의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 수도회 소속 신부 33명도 성학대에 가담했다. 80여년 간 피해를 입은 아동은 총 175명에 이른다. 가장 마지막으로 벌어진 아동 성학대는 7년 전인 2012년이었다.   
 
학대 유형은 다양했다. 가해자인 사제 33명 중 2명은 성적인 문자를 주고 받는 사이버 학대를 저질렀다. 9명의 사제가 한 명의 아동을 지속적으로 학대하기도 했다.   
 
아동 성학대 피해자는 자신이 받은 폭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성학대를 저지른 사제 33명 중 14명(42.2%)은 어릴 적 성직자들에게 학대를 당한 피해자였다. 보고서는 이를 '학대의 체인'이라고 이름 붙였다.
교황청. 바티칸 성베드로 바실리카 성당. [연합뉴스]

교황청. 바티칸 성베드로 바실리카 성당. [연합뉴스]

 
보고서는 "레지오 수도회의 아동 성학대 피해자 중 111명은 마시엘 주교에게 당한 피해자이거나 그의 피해자의 피해자이거나, 혹은 피해자의 피해자의 피해자였다. 이는 전체 피해자의 약 60%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동 성학대 사제 3분의 1은 수도회 권력자  

 
아동 성학대와 권력 사이의 상관 관계도 드러났다. 아동 성학대 가해자의 3분의 1 이상은 학대를 저지를 당시 수도회에서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이는 이 끔찍한 사건이 알려지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을 거의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했다"며 "수도회에서 일어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는 권력 남용과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폐쇄적인 가톨릭 교회 분위기도 문제 제기를 어렵게 했다. 수도회는 "2005년에야 마시엘 신부 이후 새로운 수도회장이 등장하면서 마시엘 신부가 저지른 일이 처음으로 알려졌다"며 "그럼에도 아동 성학대가 우선순위의 문제로 취급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마시엘 신부는 바티칸 교황청에 의해 아동 성 학대 사실이 확인된 후 2006년 교계에서 쫓겨났으며, 2008년 87세로 사망했다. 
 

"마시엘과 친한 교황, 아동 성학대 쉬쉬했다" 의혹도 

 
마시엘이 1978년부터 2005년까지 재임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친분이 있어 교황청이 진상조사를 미뤄왔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교황청은 2010년에야 이 수도회를 넘겨받고 내부 개혁을 진행했다. 
 
현재 범죄를 저지른 성직자 중 6명은 처벌받지 않은 채 사망했고, 한 명은 기소됐고, 한 명은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며, 18명은 여전히 수도회 구성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회 구성원으로 남은 이들은 외부인, 특히 아동과 접촉이 금지된 상태다.  
 
위원회는 "이 보고서가 피해자들에게 치유로 향하는 과정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 8명은 최근 수도회 지도부 회의에 서한을 보내 성직자들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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