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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공수처장 임명…국회 동의 요건은 쏙 빠졌다

중앙일보 2019.12.24 05:00 종합 4면 지면보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오른쪽)과 박주민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4+1 선거법 및 검찰개혁법안' 합의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오른쪽)과 박주민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4+1 선거법 및 검찰개혁법안' 합의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을 뺀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 당권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 신당, 이하 4+1)는 선거법 개편안과 함께 검찰 관련 법안도 23일 국회 본회의에 올렸다.
 

대통령 친인척·의원, 대상서 제외

4+1이 합의한 검찰 관련 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이다.
 
공수처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검찰과 경찰 외에 고위공직자의 범죄행위를 별도로 수사ㆍ기소하는 기구가 탄생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2년 추진된 지 17년 만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인영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여야 4+1 협의체 선거법 합의 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인영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여야 4+1 협의체 선거법 합의 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4촌 이내 친인척, 국회의원,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부처 장ㆍ차관, 판ㆍ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 6500여명의 고위공직자 비리 및 범죄 행위다.
 
하지만 공수처가 수사하더라도 ‘센 사람’들은 기소할 수 없다. 판사·검사·경찰(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사건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국회의원 등은 빠졌다. 실무 협상에 나선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은 수사만 하고 기소하지 않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이들에 대해선 공수처가 기소 의견을 검찰에 전달하면 검찰이 판단한다.
  
 
결과적으론 고위공직자 6500명 중 대다수인 5000명인 판사·검사·경찰(경무관급 이상)에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조재현(62·사법연수원 12기)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서 한 공개 우려(“재판의 독립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저해되는 부분에 대한 특별한 유념이 필요하다”)는 반영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검경을 정권 차원에서 길들이는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야당 대표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석패율제 포기, 선거제 일괄상정 등 합의안을 발표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부터), 손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야당 대표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석패율제 포기, 선거제 일괄상정 등 합의안을 발표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부터), 손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연합뉴스]

검경 수사 사건도 공수처장이 요구하면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 유재수 감찰 무마,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공수처가 그대로 가져가 흐지부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 수사 금지법”(민경욱 의원)이라고 꼬집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ㆍ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ㆍ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고른다. 처장추천위원회 7명을 구성해 6명의 찬성으로 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그중 대통령이 한 명을 임명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지만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야권에서 주장했던 "국회 동의 요건"은 쏙 빠졌다. 야당은 “수사인력 충원도 청와대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면 ‘또 하나의 검찰’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기소심의위라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이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대체로 원안이 유지됐다. 검찰청법이 정하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ㆍ경제ㆍ공직자ㆍ선거ㆍ방위사업 범죄, 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범한 범죄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연관성 있는 범죄 등으로 한정했다. 이밖에 산업기술범죄, 테러범죄 등은 대통령령을 통해 지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유지된다. 하지만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영장심의위원회를 신설한다. 또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제한하기로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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