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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독립 법인 만든다

중앙일보 2019.12.24 05:00 경제 3면 지면보기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8월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해 연구개발 책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 LG]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8월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해 연구개발 책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 LG]

LG화학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전지사업본부를 내년 7월까지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 LG그룹의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분리해 세계 1등으로 키우겠다는 구광모 ㈜LG 대표의 ‘선택과 집중’ 경영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사업 분리 ‘비밀 TF’ 가동

LG화학 전지사업부 실적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LG화학 전지사업부 실적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3일 재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사내에 배터리 사업 분사 작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목표 시기는 내년 7월로, 분사 뒤 LG화학의 자회사로 두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내년 7월 LG화학서 분사 추진
사내 TF 만들어 이미 운영 중
투자유치·글로벌기업 협업 유리
SK·삼성과 격차 더 벌리기로

 
LG 고위 관계자는 “LG화학의 주업인 석유화학과 배터리가 워낙 업이 다르기 때문에 독립경영을 해야 재무도 조직문화도 사업도 업에 맞게 키워갈 수 있다”며 “사업 자체도 이제 자생력을 갖췄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매출 30% 급증…2024년 31조 선언

LG화학 사업부별 3분기 누적 매출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LG화학 사업부별 3분기 누적 매출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 전지 부문은 LG화학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전지사업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4조4421억원에서 2019년 5조8697억원으로 32.7% 급증했다. LG화학 전체 매출(3분기 누적 21조163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1.2%에서 27.7%로 커졌다. 반면 기존 주력인 석유화학(석화) 사업은 같은 기간 매출이 12조3891억원에서 11조2470억원으로 10% 가까이 줄었고(9.2% 감소) 전체 매출 내 비중도 59.5%에서 53.1%로 떨어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지난 7월 기자 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2024년에는 전체 매출의 30%대로 낮추고 전지사업 비중을 50%(약 31조원)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10월 배터리 세계 점유율 3위…GM과 합작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과 GM CEO 메리 바라 회장이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과 GM CEO 메리 바라 회장이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LG화학]

배터리 부문은 가전과 함께 LG그룹에서 몇 안 되는 글로벌 선두 분야다. LG화학은 지난 6일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과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중국·유럽에 4각 생산기지를 갖췄으며,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테슬라·GM·포드·크라이슬러, 유럽의 폴크스바겐·아우디·다임러·르노·볼보·재규어 등 ‘확실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LG화학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약 6%포인트 급등한 11.3%로 중국의 BYD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분사시 투자·글로벌 협업 측면에서 유리”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LG 계열사들 중 합작법인 설립에 그간 보수적이었지만 최근 전략이 변하고 있다”며 “합작법인은 시장점유율 확대,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 위험과 투자 분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LG화학은 현대차 그룹과도 합작법인을 통해 충남 당진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큰 배터리 사업이 분리되면 투자를 받거나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 신용등급 측면에서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사하면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SK이노베이션, 삼성SDI와의 차이를 벌여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 등 기술 경쟁도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누가 벌었는데…’사내 반발 커  

다만 배터리 사업 분사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내부 반발 여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익명을 요구한 LG화학 관계자는 “전지 부문이 10년간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투자 등 여러 혜택을 받는 동안 다른 부문이 회사를 지탱해 왔는데 소위 ‘알짜’만 빼서 분사한다는 것에 반감도 있다”며 “(분사가) LG그룹의 모태인 LG화학의 업계 순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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