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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 복지에 181조 쓴다는데 웬 장발장?

중앙일보 2019.12.24 00:25 종합 29면 지면보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온정 베푼 마트, 훈방과 국밥으로 대응한 경찰관, 20만원을 주고 사라진 60대 독지가…. 인천 장발장 부자 스토리는 오랜만에 사람 냄새를 맡게 해줬다. 사업가는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가 풀풀 넘친다. 아버지 A(34)씨는 6개월 전 택시기사를 그만뒀다. 갑상샘병·당뇨병을 앓고 있다. 소득이 없어 생계비 지원금 최대치와 주거급여로 150만원, 아동수당 10만원, 의료비·교육비 등을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복지제도를 통해 도울 길이 없는지 살피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더할 게 별로 없다”고 한다.
 
때아닌 장발장이 경제 규모 11위 나라를 비웃는다. 경찰은 “임대료·통신비·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애들 책 살 돈이 없는 것 같더라”고 전한다. A씨는 범행이 들키자 “봐 달라”며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끼니를 거른 7, 12세 아들과 노모 생각에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다. 얼마 전 탈북자 모자가 아사(餓死·굶어 죽음)한 적이 있다.
 
복지에 돈을 덜 쓰는가. 규모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지만 10년 만에 복지예산이 81조에서 181조원으로 2.2배(전체 증가율 1.7배)가 됐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포커판 판돈처럼 치솟았다. 보편적 복지라는 북유럽 복지를 수입해 무상복지를 입혔다. 무상 보육·급식·교육에서 무상교복까지 등장했다. 아동·어르신·농어민·청년 등의 별의별 수당도 가세했다. 최근 복지부는 요하킴 팔메라는 스웨덴 학자를 데려와 보편적 복지를 선전했다. 장발장과 보편적 복지는 정장에 고무신만큼 낯설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3년 간 기초수급자 생계급여 평균인상률은 2.06%로 박근혜 정부(3.38%)보다 낮다”고 말한다. 그동안 보편적 복지라는 무지개를 좇다 극빈층 살피기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렇다고 저소득층 위주의 선별적 복지만 하자는 게 아니다. 균형이 중요하다. 자식이 있다고 보호를 못 받는 ‘비수급 빈곤층’ 90만명은 더 문제다. 노인 빈곤율·자살률이 괜히 세계 1위가 아니다. 빈곤층에 자원을 집중하고 비수급 빈곤 노인 20만명 살피기에 나서야 할 때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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