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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대화만 강조한 한·중 정상…문 대통령 할 말 제대로 했나

중앙일보 2019.12.24 00:24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어제 베이징에서 열렸다.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도발 억제와 비핵화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회담 결과는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북한 도발 경고도 한한령 언급도 없어
‘홍콩은 내정’ 중국 편들기 오해 논란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이해와 입장이 일치한다”며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국 입장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통하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경고와 압박 대신 제재 완화와 대화만 강조했다. 양국 발표문에는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경고하기는 커녕 그 흔한 ‘자제 촉구’나 ‘우려 표명’ 조차 없다.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을, 문 대통령은 ‘대화의 모멘텀’만 강조했다. 더구나 중국 측 발표문에는 ‘비핵화’란 단어조차 나오지 않는다. 대신 회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이 논의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리라던 희망과 달리 오히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회담의 또 하나 중요한 관심거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배치 이후 3년여 동안 냉랭해진 한·중 양자관계의 복원이었다. 아직 중국의 한국 단체여행 금지와 대중문화 규제조치(한한령·限韓令)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한·중은 운명공동체”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협력을 강조했으나 한한령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말의 성찬’ 속에 실리는 전혀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에 시 주석은 “사드 문제가 타당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볼 때 ‘사드 해결’이란 결국 ‘철수’를 의미한다. 시 주석은 “내년 가까운 시일 내에 주석님을 서울에서 다시 뵙게 되길 기대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않고 “적극 검토하겠다”는 선에서 그쳤다. 중국 측 발표문에는 초청을 받았다는 사실 조차 빠져 있다. 이는 지난 6월 중·일 정상회담 때의 발표문과 대조적이다. 여전히 한·중 간의 소원함을 풀지 못했음이 드러난다.
 
대신 이번 회담에서는 홍콩·신장 문제와 관련한 논란거리를 남겼다. 중국 발표문에 따르면 한국 측은 “홍콩 문제든, 신장 문제든 모두 중국의 내정으로 생각한다”고 문 대통령이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청와대는 시 주석의 설명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으나 2017년 ‘3불 약속’에 이은 ‘저자세 외교’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 사드와 한한령 등 양국 간 껄끄러운 현안들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 문 대통령이 과연 할 말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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