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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국 구속영장 청구…정권의 반성·쇄신 계기 돼야

중앙일보 2019.12.24 00:23 종합 30면 지면보기
검찰이 어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 감찰을 중단시킨 직권남용 혐의 때문이다. 사모펀드나 자녀 대학입학 서류 위조 의혹 혐의는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의혹에서 조 전 장관이 연루돼 있어 그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검찰 탓으로 돌리면 정권의 위기 확산
권력 사유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 필요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상징적 인물이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시민단체(참여연대)에서 활동하고 서울대 교수가 된 ‘진보 세력’의 간판스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집권한 새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고, 이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정의와 개혁의 아이콘이던 그가 중대한 범법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되고, 구속될 처지에까지 놓인 현실에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 전 장관 지지 세력은 검찰이 무도하게 칼을 휘두른다고 주장한다. 여권도 동조한다. 이런 ‘프레임’이 지지층 이탈과 권력 누수 현상을 막는다고 판단한 듯하다. 만약 정권 핵심부에서도 그런 계산을 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조국 영장’이 던진 메시지를 잘못 읽은 것이다. 위기가 주는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 왔다.
 
이 사태는 잘못된 권력 사용 때문에 벌어졌다.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에 유 전 국장에 대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을 중단시켰다. 조 전 장관은 ‘재량권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감찰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됐는데도 수사 의뢰를 하지 않고 금융위가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되도록 했다. 유 전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과 가까이 지내 온 인물이고, 조 전 수석에게 여러 사람이 감찰 관련 부탁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비리를 저지른 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민정수석이 막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사사로이 권력을 사용해 몰락했다. 권력의 사유화를 용납하지 않는 국민이 촛불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바로 그런 시대정신에 힘입어 정권을 얻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우리 식구 감찰 중단’이라는 수상한 일이 벌어졌다. 검찰이 수사 중인 울산시장 선거 건도 같은 맥락 안에 놓여 있다. 권력이 사적 인연에 얽매여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권력의 사유화다.
 
이제 조 전 장관 구속 여부를 놓고 온 나라가 둘로 쪼개진 듯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정권이 지지층에 기대어 ‘정치적 돌파’를 꾀한다면 민심 이반 현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권력 사용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해야 정권의 위기가 수습된다. 쇄신의 기회를 놓치면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든다. 바로 전 정권이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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