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홍콩은 중국의 내정…문 대통령이 밝혔다” 중국 일방 발표

중앙일보 2019.12.24 00:13 종합 3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국 쓰촨성 청두 수정방박물관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로부터 특별 제작된 백주를 선물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국 쓰촨성 청두 수정방박물관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로부터 특별 제작된 백주를 선물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된 시간(30분)보다 25분 더 진행됐다. 도발을 예고한 북한과 미국의 긴장 고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 등 양국 사이에 놓인 엄중한 의제를 반영한 듯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55분간 이어진 두 정상 간 회담은 낮 12시15분(현지시간)부터 1시간30분 동안 오찬으로까지 이어졌다.
 

한·중 정상회담 뒤 초유의 상황
문 대통령 청두 이동 중 속보 띄워
청와대 “시 주석이 발언한 내용”
중국이 왜곡했다면 외교적 결례

하지만 회담 직후 중국 언론이 한·중 정상회담 내용을 ‘속보’로 먼저 보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이 홍콩과 신장(新疆) 문제에 ‘중국의 내정’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 편을 들었다는 취지다. 특히 홍콩 문제는 미국과 중국이 대치하는 민감한 외교 및 인권 이슈다.
 
중국 CCTV는 오후 2시20분쯤(현지시간) “한국은 홍콩 사무든, 신장과 관련된 문제든 모두 중국의 내정이라고 인식한다”고 문 대통령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같은 내용을 제목으로 뽑아 모바일 문자 속보로 전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자 “이 표현은 사실에 부합한다. 그는 기본적인 사실을 말했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관련기사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이 홍콩·신장 문제에 대해 ‘이 문제들은 중국의 내정 문제’라고 설명했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언급을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중국 언론과 외교부 대변인이 상대국 정상의 발언을 확대 해석해 왜곡했다는 외교적 결례라는 논란을 부른다. 결과적으로 정상회담 뒤 한·중 양국이 다른 얘기를 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중국 측 보도와 답변에 대해선 그간 홍콩 시위와 신장의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받아 오던 중국이 회담 내용을 활용, 언론 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앞서 2017년 12월 문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양측은 회담 결과를 거의 동시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 언론이 먼저 문 대통령의 언급이라며 보도했다. 중국 언론의 홍콩 관련 보도가 잇따르는 시간에 청두(成都)로 이동하는 기내에 있던 한국 측 대응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판했다. “현재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패권적인 행태가 흐름을 거슬러 움직이며 글로벌 거버넌스를 교란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면서다.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언급도 이어갔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도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해 온 친구이자 파트너”라며 “현재 세계 100년 동안 없었던 큰 변곡에 대해 우리는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발전시켜서 양국의 공통된 이익을 수호하고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대통령님과 함께 양자관계가 새롭고 더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견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변곡’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거세어진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한·중은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는 언급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소개했다.
 
미·중 간 전략경쟁 속에서 대북 문제나 경제협력 등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발언은 한국 쪽에서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과 한국의 신남방·신북방정책 간의 연계 협력을 모색하기로 합의했고, 구체적인 공동보고서도 나왔다”며 “이를 토대로 제3국에 공동 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가급적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 주석은 초청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방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리커창 “상호 신뢰와 협력, 교류 촉진”=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오찬한 뒤 곧바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청두로 이동, 진장호텔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회담과 만찬을 했다. 문 대통령은 “수교 30주년을 앞둔 지금 한·중 양국은 함께 지켜온 가치를 더욱 심화하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리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한·일 협력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중·한 간 정치적 상호 신뢰와 실질적인 협력, 교류 촉진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베이징·청두=권호 기자, 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