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설영 도쿄 특파원
“일본 여성은 유능하기보다 귀엽게 보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2016년 한 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일본 남성들은 당차게 일 잘하는 여성보다 귀엽게 잘 웃는 여성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재능있는 여성조차 귀여운 척을 하고, 이런 ‘가와이 문화’가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불편함, 부당함이 있어도 따지기보다는 웃으면서 “다이죠부(大丈夫, 괜찮아)”라고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 그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옷 가게에 걸린 여성복은 입고 싶은 옷보다는 입었을 때 “귀엽다”고 해줄 법한 옷들이 많다. 리본, 프릴, 레이스 셋 중 하나다. 패션 선진국이라 불리던 일본이 맞나 싶다.
![18일 민사재판에서 승소한 이토 시오리(왼쪽).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4/73c34e52-18fa-4e58-82e0-caa726b52284.jpg)
18일 민사재판에서 승소한 이토 시오리(왼쪽). [EPA=연합뉴스]
경찰, 검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이대로 포기할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귀여워질 것을 거부했다. 2년여의 법정 투쟁 끝에 겨우 민사 법원이 그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검은 폴라티를 입지도, 고개를 숙이지도, 울지도 않았다.
“진짜 피해자는 웃지도, 고개를 들지도 못한다”는 상대측 남성의 말을 반박이라도 하듯, 기자회견 내내 당당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일본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평등 순위에서 153개국 가운데 121위였다. 더 많은 이토가 ‘미투’를 외칠 수 있기를, 딸들의 당당한 활약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윤설영 도쿄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