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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때 실종 막내 32년 만에 찾은 엄마 ‘인생 최고 성탄 선물’

중앙일보 2019.12.24 00:05 종합 10면 지면보기
23일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사무실에서 손동석씨가 어머니와 상봉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다섯 살에 실종된 그는 미국에 입양됐다가 32년 만에 가족을 되찾았다. [사진 대구경찰청]

23일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 사무실에서 손동석씨가 어머니와 상봉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다섯 살에 실종된 그는 미국에 입양됐다가 32년 만에 가족을 되찾았다. [사진 대구경찰청]

“32년 동안 찾아 헤맸는데 믿기지가 않아요.”
 

미국 입양 손동석씨, 가족들 만나
“나는 당신과 똑같이 생겼네요”
모친 “내아들 내아들 맞아” 눈물

23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에 한 중년 여성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곁에 있는 두 아들도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문이 열리며 붉은색 점퍼 차림의 30대 남성이 들어왔다. 여성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면서 그에게로 달려갔다. 연신 남성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내 아들, 내 아들 맞아. 어떻게 그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1987년 실종돼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막내아들이었다.
 
무려 32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다섯 살 때 실종됐다가 미국으로 입양된 손동석(37·미국명 숀 페티프런)씨다. 당시 경북 영천에 살던 손씨는 일터에 나간 어머니를 찾아가겠다며 버스를 탔다가 대구에서 실종됐다.
 
손씨는 양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고 한다. 미국인 아내도 만나 위스콘신주에 살림을 꾸리고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손씨는 대구경찰이 많은 해외 입양인의 가족을 찾아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장기실종수사팀 담당자에게 “가족을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그간 해외입양 아동 26명의 가족을 찾아줬다고 한다.
 
수사팀은 실종 아동의 입양기록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손씨를 입양 보낸 곳은 대구 대성원이었다. 87년 2월 대구 옛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손씨를 발견해 보호하다가 88년 6월 미국 한 가정으로 입양을 보냈다는 기록도 찾았다. ‘손동석’이라는 이름도 거기에 남아 있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92년부터 주소 변동이 없는 손동석 한 명을 찾아냈다. 실종 후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주민등록이 말소된 채 옛 주소지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손씨의 가족을 찾는 일은 순조로웠다. 경찰이 조회 대상자 형에게 연락하니 “어릴 적 동생을 잃어버렸다.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못 찾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찰은 국제우편으로 실종 아동의 DNA 샘플을 받아 어머니의 것과 비교해 친자관계임을 확인했다.
 
32년 만에 어머니 품에 안긴 손씨는 영어로 “정말 오래 찾았고, 많이 보고 싶었다. 나는 당신과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했던 어릴 적 기억이 아득히 생각난다”며 “이렇게 가족을 찾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손씨 가족은 일주일간 그간 나누지 못한 회포를 풀 계획이다. 한국 문화를 보여주려고 경주로 가족여행도 할 거라 한다. “오랜 세월 만나지 못했던 만큼 부모와 형제들과 자주 보고 잘해주고 싶어요.” 손씨의 소망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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