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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옷 안에서 살게 하라”던 패션의 마술사

중앙일보 2019.12.24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1980년 7월 에펠탑 인근에서 사진을 찍은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웅가로. [AFP=연합뉴스]

1980년 7월 에펠탑 인근에서 사진을 찍은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웅가로. [AFP=연합뉴스]

“그는 관능과 색감 그리고 화려함의 대가로서 우리의 기억에 머물 것이다.”
 

디자이너 웅가로
화려한 색채, 관능적 디자인 유명
재클린 케네디, 드뇌브도 단골

프랑스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에마뉘엘 웅가로가  2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AFP 등이 보도했다. 86세.  이날 웅가로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엔 그를 추모하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그는 기하학적 무늬와 화려한 색채, 여성 신체의 특징을 살린 관능적인 디자인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색채의 마술사’ ‘프린트의 시인’이라 불렸다. 그는 “누구도 옷을 입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탈리아 이민 가정 2세인 웅가로는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났다. 재단사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9세 때부터 의상 제작 기술을 배웠다. 20세에는 맞춤복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자신의 진로를 패션 디자이너로 정한 그는 20대 초반이던 1956년 파리로 왔다. 양복점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그는 파리 패션계의 거장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조수가 되면서 디자인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발렌시아가에게 6년간 배우면서 수석디자이너까지 올랐다. 그는 생전 발렌시아가로부터 완벽주의를 배웠다고 회상했다. 웅가로는 발렌시아가로부터 독립해 65년 자신의 패션 하우스를 세웠다.
 
그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유명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스케치를 한 후 원단을 이용해 의상을 제작한다. 하지만 그는 디자인 아이디어를 먼저 모델의 몸에 직접 재단한 후 스케치로 옮겼다. 이런 작업 방식의 결과였을까. 그의 디자인은 여성의 인체 곡선을 아름답게 살린다는 평을 받았다.
 
웅가로는 80년대 유명인들이 그의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명성을 떨쳤다. 미국 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프랑스 유명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등이 그의 옷을 입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그의 브랜드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실리콘밸리 사업가 아심 압둘라에게 패션 하우스를 팔면서다. 그의 손을 떠난 그의 패션 하우스에선 디자이너들이 자주 바뀌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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