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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주택 산 257명 세무조사 한다

중앙일보 2019.12.24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대학생 김모(23)씨는 지난 6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를 18억원에 샀다. 과세 당국엔 부모로부터 15억원을 “빌렸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김씨에겐 갚을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 국세청은 해당 아파트 거래를 차입을 가장한 편법 증여로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대학생이 18억 아파트 구입 등
편법 증여, 자금출처 정밀조사
국세청도 부동산 압박에 나서

김씨처럼 최근 비싼 아파트를 샀지만,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탈루 혐의자를 포함한 총 250여 명이 집중적으로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한국감정원·지방자치단체 등 ‘서울지역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거쳐 통보받은 탈세 의심자료와 최근 고가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자금 출처를 전수 분석해 탈루 혐의를 포착했다고 23일 밝혔다. 12·16 부동산 대책에 이어 정부 부처가 부동산 시장을 전방위 압박하는 모양새다.
 
구체적으로 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고액을 빌려 아파트를 취득했지만, 소득·재산 상태로 봤을 때 사실상 증여로 의심되거나 갚을 능력이 부족한 101명, 강남 3구 등 고가 주택 취득자로서 자산·지출·소득을 분석한 결과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자와 소득 탈루 혐의자 156명 등 257명을 추렸다.
 
국세청이 적발한 사례는 다양하다. 한 미성년자는 부모 돈으로 서울 강남의 20억원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부모를 제외한 친인척 4명으로부터 자금을 분산 증여받은 것으로 허위 신고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20대가 부산 해운대의 30억원대 아파트를 취득했는데, 확인해보니 그간 사업 소득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전역에 수십 채 주택을 가진 임대업자는 월세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에게 주택을 임대하고 임대소득 전액을 신고하지 않았다. 주택임대 법인이 가족·친인척·직원 등 10여 명의 이름을 빌려 수입 금액을 분산하고,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하기도 했다. 이들의 소득·재산·금융자료, 카드 사용 내용 등을 바탕으로 자금 흐름을 전수 분석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특히 국세청은 자금 출처 중 ‘부채’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관계기관이 국세청에 탈루 의심 사례로 통보한 531건의 주택 취득금액 5124억원 가운데 차입금(부채)이 69%(3553억원)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세청은 부모 등이 대신 채무 원금·이자를 갚아주거나 자녀에게 무상 대여하고 적정이자(연 4.6%)를 받지 않는 경우, 주택 취득자 본인 소득은 부채 상환에 쓰고 부모가 생활비를 대주는 경우 등 모든 편법 증여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 이를 피하더라도 자력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지를 부채 전액을 상환할 때까지 검증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계획이다.
 
앞서 국세청은 2017년 8월 이후 부동산·금융자산 등 변칙증여 혐의에 대해 8차례에 걸쳐 2452명을 조사, 탈루세액 4398억원을 추징했다. 지난 11월 정부가 8~9월 서울에서 신고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래 신고 내용에 대해 벌인 조사는 집값 과열지역인 강남 4구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향후 고가 주택 취득자뿐 아니라 차상위 가격 주택 취득자와 지방 과열지역에 대한 분석을 확대할 계획이다.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불법 거래 가능성이 커졌다”며 “고가 주택 취득자의 자금 출처를 전수 분석하고 탈루 혐의자는 예외 없이 세무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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