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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한 나홀로 60대 “커뮤니티케어 덕에 삶의 의지 생겼다”

중앙일보 2019.12.24 00:04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6월부터 ‘커뮤니티케어’ 시범 서비스가 시행 중인 경기도 부천시 성곡동 행정복지센터 김경애 주무관(왼쪽)이 김철수(가명)씨를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6월부터 ‘커뮤니티케어’ 시범 서비스가 시행 중인 경기도 부천시 성곡동 행정복지센터 김경애 주무관(왼쪽)이 김철수(가명)씨를 방문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초등학생 딸 둘을 키우는 김모(40)씨는 최근 환경부의 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초록누리)에 들어가 섬유유연제 성분을 확인했다.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는 날이 많아져 향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다 피부 알레르기가 있는 딸들에게 나쁜 성분이 포함됐을까 걱정돼서다.
 

“국토부 방 구하면 행안부 인력 동원”
정부·기업·시민 다양한 분야 협업
기업선 꺼리던 제품성분 공개
경찰·택시업체 공조로 범인 검거

2791명의 피해자(지난 9월 기준)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김 씨처럼 화장품이나 치약 등 생활 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그동안은 이들 제품의 성분 확인은 쉽지 않았다. 기업은 “영업비밀” 이라며 제품의 성분 공개에 난색을 표했다. 제품 성분을 공개하지 않으면 ‘깜깜이 구매’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탓에 기업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2년여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련 기업,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실무협의회 등을 통해 접점을 찾아갔다.
 
그 결과 지난 3월 18개 기업의 1125개 제품의 전성분 공개가 이뤄졌다. 소비자가 마트 등에서 앱 바코드 스캔으로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한미옥 사무관은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협업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펼치는 다양한 정책은 한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힘만으로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 기업 및 지역사회, 시민단체의 협업이 필요한 이유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지내며 주거와 의료·요양·돌봄 등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시범 사업이 시작된 커뮤니티케어는 ‘중앙 부처+지자체’의 협업 모델로 진행 중이다.
 
임강섭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추진팀장은 “복지부가 소프트웨어를, 국토교통부가 주거 등 하드웨어를 만들면 행정안전부가 공무원과 사회복지 인력 등을 동원해 서비스 전달 체제를 구축한다”며 “한 부처의 자원만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운영하기에는 어려운 만큼 협업은 필수”라고 말했다.
 
협업의 혜택은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 커뮤니티케어 시범 서비스가 진행되는 경기 부천시 성곡동에서 지난 23일 만난 김철수(가명·68)씨는 2017년 뇌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치료가 끝난 뒤에도 돌봐줄 가족이 없어 장기 입원 상태로 지냈다. 김씨는 “(커뮤니티케어 서비스 덕에) 방을 구해 나올 수 있었고, 각종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삶의 의지가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부천시 성곡동 행정복지센터 송수남 팀장은 “지자체와 지역내 다양한 직종이 참여한 협업을 통해 폭넓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강력범죄 해결을 위해 경찰과 기업도 공조에 나섰다. 경기 남부지방경찰청과 카카오택시가 협약을 맺고 26만명에 기사 풀과 동보시스템을 활용해 지난 7월 종교시설 상습 절도범을 검거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는 부처 간 협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김성중 행정안전부 정부혁신기획관은 “협업이 필요한 현장의 목소리를 더 폭넓게 반영하기 위해 내년도에는 부처를 넘어 공공기관까지 협업 수요조사를 확대하고 이장이나 통장 등의 목소리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혁신 전략인 ‘참여와 협력’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협업 추진과 참여 부처와 기관이 평가 등에서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하현옥·이에스더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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