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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로 첫 내한 후퍼 감독 "홍보투어 한국 택한 건 내 의지"

중앙일보 2019.12.24 00:04 종합 23면 지면보기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톰 후퍼 감독의 영화 ‘캣츠’.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톰 후퍼 감독의 영화 ‘캣츠’.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크리스마스 전 홍보 투어 3개국에 한국을 넣은 것은 전적으로 내 의지다. ‘레 미제라블’ 당시 한국에 왔던 휴 잭맨(장발장 역)이 멋진 나라라고 자랑해서 꼭 오고 싶었다.”
 

톰 후퍼, 개봉 하루 전 한국 찾아
특수효과로 털 분장 살아있는 듯
퍼포먼스 화려하나 몰입감 덜해

영화 ‘캣츠’ 개봉 전날인 23일 첫 내한한 톰 후퍼 감독은 한국 관객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590만 관객이 호응한 ‘레 미제라블’(2012)의 후광에다 국내 뮤지컬 관객 첫 200만을 돌파했던 원작 인지도에 힘입어 ‘캣츠’는 재난 블록버스터 ‘백두산’에 이어 예매율 2위를 달리고 있다. 후퍼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아카데미) 쇼트리스트(예비후보명단)에 오른 것을 거론하면서 “나도 투표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봉 감독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하는 등 한국 영화시장에 대한 친근감을 강조했다.
 
이날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캣츠’는 배우들의 극사실주의적인 분장과 고양이를 쏙 빼닮은 낮은 포복, 잘 맞는 타이즈처럼 달라붙은 안무와 연기력으로 마치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뮤직비디오급 카메라워크와 어린이 시점에서 올려다 본 듯한 거대하고 이질적인 세상은 공연에선 맛볼 수 없는 시각특수효과(VFX)를 만끽하게 했다. 후퍼 감독 역시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영화, 뮤지컬을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에게 마법 같은 경험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양이 눈높이’는 관객의 상상력을 환상으로 끌고가기보다 배우들의 몸짓을 왜소하게 보이게 하는 역설을 낳았다. 다채로운 안무의 향연이 어우러지는 무대와 달리 카메라가 동시다발적으로 인물들을 훑는 방식도 극 몰입에 방해가 됐다. 지혜로운 늙은 고양이 듀터러노미(주디 덴치)나 테일러 스위프트가 연기한 팝스타풍의 봄발루리나가 등장할 때만 캐릭터가 분명히 드러났다. 감독은 “드라마 위주였던 ‘레 미제라블’과 달리 퍼포먼스가 끌어가는 영화”란 걸 강조했지만, 1981년 런던 초연 이래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원작과 비교할 때 생생함이 아쉬웠다.
 
23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뮤지컬 영화 ‘캣츠’ 기자간담회에서 톰 후퍼 감독이 뮤지컬 배우 옥주현(왼쪽)과 하트를 그리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뮤지컬 영화 ‘캣츠’ 기자간담회에서 톰 후퍼 감독이 뮤지컬 배우 옥주현(왼쪽)과 하트를 그리고 있다. [뉴스1]

후퍼 감독은 이를 두고 “빅토르 위고 원작의 ‘레 미제라블’은 (소설에) 디테일이 풍부했지만 T.S. 엘리어트의 시에 바탕한 ‘캣츠’는 스토리라인을 강화하는 게 도전적인 부분이었다”고 고백했다. 뮤지컬은 단일 무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에선 이를 여러 배경으로 구성할 수밖에 없는데 이걸 관통하는 흐름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중심 인물로 선택된 이가 순백의 고양이 빅토리아(프란체스카 헤이워드). 후퍼 감독은 “빅토리아가 극 초반 인간으로부터 버려진 뒤 익숙하지 않은 (야생) 무리들 속에서 자기 정체성,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성장담”이라고 소개하면서 “로얄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헤이워드가 연기했는데, 그의 성장 여정을 따라가면 즐거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작 OST를 빚어낸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하고 테일러 스위프트가 작사한 신곡 ‘뷰티풀 고스트(Beautiful Ghost)’도 빅토리아를 위해 추가됐다. 후퍼 감독은 또 유일한 악역에 해당하는 맥캐버티(이드리스 엘바) 캐릭터에 애정을 표하면서 “존재감을 많이 부여했는데 엘바의 팬으로서 그가 맡아줘서 기뻤다”고 말했다.
 
이런 재분배 때문에 기존 캐릭터의 매력이 상쇄된 것도 사실이다. 여성관객의 열광을 끌어내곤 하는 럼 텀 터거(제이슨 데룰로)의 존재감도 희미했다. 왕년에는 매혹적이었지만 지금은 늙어서 추한, 사연 많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 역시 폭발력이 아쉽다. 지난 20일 먼저 개봉한 영미권 반응도 후하지 않은 편으로 해외 비평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 점수가 18%에 불과하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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