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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싫다’…국산 유니콘 11곳 모두 IPO 외면 왜

중앙일보 2019.12.24 00:03 경제 2면 지면보기
국내 1위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한때 코스닥 상장을 검토했다. 하지만 상장을 하지 않다가 최근 경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에 팔리면서 독일 증시에 상장한 효과를 보게 됐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 13일 사내 공지를 통해 “창업자로서 직접 상장을 하지 못한 점, 독일에 상장하는 회사가 된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종합숙박·액티비티 예약 플랫폼인 ‘여기어때’도 국내 증시 상장을 무기한 미루다가 지난 9월 영국계 사모펀드 CVC캐피탈로 3000억원에 팔렸다.
 

상장 뒤 되레 기업가치 떨어지고
경영권 방어장치도 없어 주저
상장보다 기업 키우자는 생각도
쿠팡·야놀자 줄줄이 해외 상장설

한국의 유니콘 기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의 유니콘 기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이나 그에 준하는 회사들이 국내 증시 상장을 꺼리는 분위기다. 국내 유니콘 기업 11곳 중 국내 증시에 입성한 곳은 아직 없다.  
 
오히려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하거나 해외 업체와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곳이 잇따른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은 미국 나스닥 상장설이 끊이지 않고 있고, 여가 플랫폼 업체 ‘야놀자’도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대로 가다간 마켓컬리·직방 등 유니콘 후보군도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스타트업의 상장 문턱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정부가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같은 우량기업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2017년 ‘테슬라 요건 상장’ 제도를 만들면서다. 적자 기업도 이젠 성장성만 있으면 상장할 수 있다.
 
그런데도 유망 기업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제값’ 받기 어려운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선 상장 후 기업가치가 이전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DH가 인정한 배달의민족 기업가치(4조7500억원)는 코스닥 시장으로 따지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데, 국내 상장을 택했다면 받기 어려운 가격이란 지적이다. 외국인에 휘둘리는 증시의 취약성, 다른 국가에 비해 지수 상승률이 저조한 점도 영향을 끼친다.  
 
장일훈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정책연구팀장은 “비상장일 땐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포함해 기업가치가 매겨지지만, IPO 시장에선 현재 실적을 중요하게 여겨 비상장 상태에 비해 평가받는 가치가 낮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상장보다 벤처캐피털(VC) 등을 통해 자금을 수혈받고 과감하게 투자해 사업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보는 시각도 한몫한다. 당장 국내 증시에 들어올 유인이 적다는 얘기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혁신성장지원부장은 “유니콘 기업 중에선 시장 점유율 확대와 주도권 강화를 위해 상장보다 외연 확장에 주력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환경도 문제다. 차등의결권은 벤처 창업자가 외부 자금을 조달받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잃을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과거 김봉진 대표도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현재 상법은 주식 1주당 의결권을 1표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경영진에게 1주당 2표 이상 의결권을 준다. 구글·페이스북 창업주는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정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그나마 현재 국회에서 막혀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어 제도적으로 국내 증시의 매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나마 차등의결권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이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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