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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누나가 화났다…한진 ‘경영권 전쟁’

중앙일보 2019.12.24 00:03 경제 1면 지면보기
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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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인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에게 누나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단단히 화가 났다. 자신의 경영복귀가 무산된 데다 한진그룹의 일부 사업이 자신과 협의 없이 진행되면서다. 재계 13위 한진그룹은 남매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졌다.
 

“조원태 가족 공동경영 안 지켜”
조현아 호텔·레저에 손대자 반발

조원태 6.52%, 조현아 6.49% 비슷
지분 5% 이명희 의중이 결정적

강성부펀드 15.98→17.29% 늘려
조현아 측, 가족 외에도 연대 시사
한진 측 “경영안정 해치면 안돼”

조현아 전 부사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은 23일 입장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가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했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은 생전에 가족 공동 경영을 유지(遺志)로 남겼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를 희망했지만, 조 회장이 반대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원은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경영 복귀 무산 같은)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가족 간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재계 주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전 부사장이 총수 자리를 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했던 일부 계열사의 주요 사안을 조 회장이 마음대로 하는 상황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크다. 재계에선 ▶한진그룹 경영과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호텔·레저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저비용항공사(LCC)는 막내인 조현민 전무가 경영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 회장 측이 호텔·레저 사업에 손을 대는 것을 ‘합의되지 않은 독자적 운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요트마리나를 운영하는 왕산레저개발 등 일부 레저 계열사나 골프장을 운영하는 제동레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계열사가 적자라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전까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였다.
 
한진칼 주요주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진칼 주요주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른바 ‘남매의 난’이 현실화하면서 내년 3월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이 엇비슷하다. 조현민 전무(6.47%)와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5.31%)도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 중이다.
 
한진그룹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 관련 서류를 지연 제출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난기류가 포착된 바 있다. 일부에선 조 전 부사장이 갑작스레 제동을 건 것에 대해 이명희 전 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6월 그룹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상장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고문으로 선임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5%의 지분을 가진 이 전 이사장의 의중이 한진그룹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4인의 총수 일가 중 한명이라도 독자 노선을 선택할 경우다. 이렇게 되면 총수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이 22%대로 하락한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원태 회장의 독단을 멈추기 위해서는 가족 외 다른 주주와도 대화할 것”이라며 다른 주주들과의 연대를 시사하기도 했다. 지분 경쟁을 벌여 온 KCGI(일명 강성부펀드)와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배제하지 않고 논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은 그룹 경영권 방어라는 변수까지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2대 주주인 KCGI는 이날 한진칼 지분을 기존 15.98%에서 17.29%로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매수 시점은 지난 13~18일로, 매입이유는 ‘단순 추가 취득’이다. 6.28%를 확보한 반도건설 계열사의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24%에 육박하게 된다. 미국 델타항공(10%)이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총수 일가 가운데 한명이라도 반대세력으로 돌아설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릴 수 있다.
 
한편 한진그룹 측은 이날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며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재민·문희철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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