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트렌드] 캘리포니아 햇살로 여문 아몬드, 피부 주름도 펴준다

중앙일보 2019.12.24 00:02 3면 지면보기
셰이커가 아몬드 나무를 흔들고 있다. [사진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셰이커가 아몬드 나무를 흔들고 있다. [사진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위잉~ 위잉~”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반경 100m의 땅이 지진처럼 뒤흔들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특수 차량(셰이커)이 나무를 안고 좌우로 세차게 흔들어댄다.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를 떨어뜨리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초 남짓. 나무에서 우수수 떨어지며 복숭아향을 풍기는 이 열매는 다름 아닌 아몬드다.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80%, 우리 국민이 먹는 아몬드의 99.8%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란다. 아몬드의 본고장 캘리포니아주에서 아몬드를 만났다.  
 

아몬드 본고장 가보니

아몬드는 여름엔 따뜻하거나 덥고 건조하면서 겨울엔 서늘하고 습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잘 자란다. 여기에 영하의 강추위로 인한 동파 걱정이 없는 캘리포니아주는 아몬드가 정착할 수 있던 배경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엔 47만3850㏊(지난해 기준)에 걸쳐 아몬드를 재배한다. 아몬드 농장은 7600개가 넘는다. 열에 아홉(91%)은 가족이 대를 이어가며 농사를 짓는다. 캘리포니아주에서 3대째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 데이브 피핀은 “아몬드 나무 한 그루당 약 25년 동안 긴 호흡으로 열매를 제공해 주는 덕분에 가족 경영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재배 농장 열에 아홉은 가업

아몬드는 ‘식구’(품종)가 여럿이다. 부드러운 껍데기가 크게 벌어진 ‘넌패럴’, 부드러운 껍데기가 적당히 벌어진 ‘카멜’, 단단한 껍데기가 닫혀 있는 ‘파드레’ 등 10개 품종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품종이 다양한 데에는 아몬드를 어떤 묘목과 접붙이느냐에 따라 열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접붙이기 방식은 기원전 2000년 중국인이 처음 사용했다. 캘리포니아주 아몬드 농장에선 해당 지역의 토질에 잘 살아남고 토양 해충의 공격에서 버틸 수 있는 나무 밑동(대목)을 골라 그 위에 아몬드 가지를 접붙인 뒤 심는다. 이는 아몬드 나무가 자신의 뿌리보다 더 크고 탄탄한 뿌리를 내려 토양의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공급받고 생존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나무 밑동은 복숭아나무를, 그 위에 접붙이는 가지는 아몬드나무 가지를 쓰는 방식이다. 나무 밑동으로는 복숭아·살구·자두 등의 나무가 활용된다고 한다.
 
아몬드 열매가 농장에서 건조되고 있다. [사진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아몬드 열매가 농장에서 건조되고 있다. [사진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캘리포니아 아몬드 농장에선 8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아몬드를 수확한다. 셰이커가 흔들어 떨어뜨린 아몬드는 일주일간 땅 위에 그대로 놔두며 자연 바람에 마른다. 그렇게 수분이 어느 정도 날아가면 아몬드 껍데기가 쉽게 부러지는데, 이때 픽업용 트랙터가 길 위에 있는 아몬드를 빨아들여 공장으로 옮긴다. 여러 단계를 거쳐 검증된 아몬드는 통아몬드 외에도 조각·페이스트·버터·우유·가루 등 식품, 오일, 비누 등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한다.
 

피부 주름 폭 10% 개선 입증

데이브 피핀이 공장에서 아몬드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데이브 피핀이 공장에서 아몬드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아몬드는 꿀벌과 친구다. 꿀벌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아몬드꽃으로 날아가 꽃가루를 빨아 먹는다. 이는 꿀벌이 꽃가루를 모으기 위해서가 아닌 오롯이 꿀벌 자신의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아몬드 꽃가루로 배를 채운 꿀벌은 본격적으로 꿀을 모으러 수천㎞의 긴 여정을 떠난다. 피핀은 “농장 근처에 양봉 농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몬드꽃이 꿀벌의 건강을 챙겨준다면 아몬드 열매는 사람의 영양을 채워준다. 김민정(미국 공인 영양사)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이사는 “아몬드 한 줌 분량인 23알(30g)에 식물성 단백질 6g, 식이섬유 4g, 불포화지방산 15g, 비타민E 8㎎, 칼륨 220㎎, 칼슘 81㎎ 등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요즘 주목받는 아몬드의 영양소는 단연 비타민E다. 아몬드에 든 알파토코페롤 형태의 비타민E는 유해 산소로부터 몸을 지켜 세포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피부와 머릿결의 건강을 지킨다. 최근 아몬드 섭취가 피부 주름을 개선할 것이라는 가설이 세계 최초로 입증됐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라자 시바마니 피부과 전문의 연구팀은 53~80세 여성 2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아몬드를 하루 30g씩 두 번(340㎈), 다른 한 그룹에는 칼로리가 같으면서 견과류가 없는 간식을 먹게 했다. 4개월(16주) 뒤 아몬드 섭취 그룹은 일반 간식을 먹은 그룹보다 주름 폭은 10%, 주름 중증도는 9% 줄어들었다. 김 이사는 “아몬드를 하루 한 줌(30g)만 챙겨 먹어도 비타민E의 일일 섭취 권장량의 67%인 8㎎을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