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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몸과 마음이 힐링 원할 때, 숲속 아담한 온천 숙소서 하룻밤

중앙일보 2019.12.24 00:02 2면 지면보기
설경을 바라보며 야외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일본 오사와 온천.

설경을 바라보며 야외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일본 오사와 온천.

빨리빨리에서 천천히 천천히로. 시간에 쫓기며 여러 명소를 섭렵하는 쇼핑식 일정에서 벗어나, 명상·순례·휴식·체험처럼 여유롭게 즐기는 여정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여행 예약 플랫폼인 부킹닷컴이 세계 29개국 2만2000여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내년 여행 키워드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 다소 느리더라도 충분히 즐기는 긴 여정, 다양한 체험’을 꼽았다. 일명 ‘느린 여행’이다. 일본 지방 곳곳에 위치한 산속 작은 온천들도 그중 하나다.
 

자아를 찾는 느린 여행

언제부턴가 여행이 여행객과 현지 주민 모두에게 곤혹스러운 일이 됐다. 너무 많은 여행객이 한 지역에 몰리는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 얘기다. 인기 여행지를 찾은 여행객에겐 교통 체증과 혼잡한 인파에 밀려 피로만 더하는 여정이 다반사다. 레스토랑에서 밥 한끼 먹으려고 긴 줄도 감내해야 한다. 현지 주민도 불편을 호소하긴 마찬가지. 여행객이 훑고 간 자리에 쌓인 각종 오물에 진저리를 친다.
 
이 같은 오버 투어리즘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종전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면 베네치아나 로마 같은 유명 도시로 향했다면 이젠 사르데냐 섬이나 리비에라 같은 인적이 드문 지역을 찾는 것이다.
 
일본에도 무릉도원처럼 유유자적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많다. 바로 ‘비탕(秘湯)’이다. 산속에 숨은 작은 온천 숙소를 뜻하는 비탕은 자연과 더불어 한적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비탕은 오늘날 좋은 온천을 의미하는 단어로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처음엔 ‘일본 비탕을 지키는 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시작됐다. 이 단체는 일본 온천이 급속도로 산업화·대형화 길을 걷던 1975년, 온천과 온천 숙소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380년 전통 간직한 비탕

이에 따라 비탕의 기준도 마련됐다. 비탕은 ▶숙소 안에 온천 원천인 용출 샘을 갖춘 곳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온천으로 알려져 온천과 관련한 역사를 지닌 곳 ▶프랜차이즈나 체인 형태가 아닌 주인이 직접 숙소를 경영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일본 전국엔 비탕이 올해 기준 166곳이 등록돼 있다. 비탕이 가장 많은 곳은 혼슈 동북부에 있는 도호쿠 지역이다.
 
겨울이면 함박눈이 와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며 온천욕을 할 수 있는 쓰루노유 비탕의 외관 모습.

겨울이면 함박눈이 와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며 온천욕을 할 수 있는 쓰루노유 비탕의 외관 모습.

그중에 아키타현 산골 너도밤나무 숲속에 자리한 뉴토온천향의 쓰루노유 온천은 일본을 대표하는 비탕으로 손꼽힌다. 38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숙소와 자연 그대로의 우유 빛깔 온천수로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되기도 했다. 에도시대 말기에 지어진 억새 지붕 건물은 일본의 국가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쓰루노유에선 전깃줄·전봇대·TV도 없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쓰루노유 비탕에서 맛볼 수 있는 전골 요리.

쓰루노유 비탕에서 맛볼 수 있는 전골 요리.

쓰루노유의 사토 회장은 “세상엔 좋은 건물, 화려한 음식, 고급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가끔 깊은 산속에서 소박한 음식과 온천을 즐기며 온전히 쉬고 싶을 때도 있다”며 “그럴 때 비탕이 안성맞춤이다. 오랜 세월과 자연이 묻어나는 공간은 긴장을 풀어주고 집처럼 편안한 기분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쓰루노유엔 인위적인 것이 별로 없다”며 “원천이 그대로 노천 온천이고 돌과 나무 등 자연 그대로가 숙소”라고 덧붙였다.
 

치료하려 오래 묵는 탕치

일본의 독특한 온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오사와 온천도 도호쿠 이와테현에 있다. 온천은 전통적으로 치료하는 목적으로 이용하던 시설로 치료에 효험이 있는 온천에 장기간 투숙하는 ‘탕치(湯治)’, 일본말로는 ‘도지’ 문화가 이어오고 있다.
 
오사와 온천에는 옛 모습 그대로 탕치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숙소가 있다. 탕치의 숙박 방식도 일반적인 휴양이나 관광과 다르다. 방문자가 최소 일주일 넘게 숙박하면서 온천으로 몸에 좋은 기운을 얻길 바란다. 장기간 생활하므로 여행객이 숙소에 마련된 공동 취사장에서 직접 요리하고 이불 정리나 방 청소도 스스로 한다. 작은 일본 마을에서 색다른 온천 문화를 통해 천지의 기운을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여행지다.
 

여행자 수첩

비탕을 즐길 수 있는 일본 도호쿠 지역으로 찾아갈 수 있는 직항 항공편으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대한항공은 매주 수·금·일요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오모리 공항으로 가는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매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센다이 공항으로 가는 노선을 각각 운영한다. 도쿄로 도착한 후 JR동일본 패스를 이용해 신칸센이나 다른 열차로 도후쿠 지역에 갈 수도 있다. 온천 숙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쓰루노유 온천 홈페이지(www.tsurunoyu.com)와 오사와 온천 홈페이지(www.oosawaonse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료 : 일본정부관광국(JNTO), 동북관광추진기구, 인페인터글로벌 『도호쿠 홀리데이』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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