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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질환 수술부터? 임신 시도부터? 다학제 진료가 해법 찾는다

중앙일보 2019.12.24 00:02 6면 지면보기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자궁내막증·자궁근종 등 부인과 질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 크게 증가해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4년 35만9328명에서 지난해 48만2087명으로 34% 넘게 뛰었다. 연령별로는 20대(45.9%)가 가장 많았고 30대(33.8%), 40대(24.5%)가 뒤를 이었다. 이들 가운데 임신과 출산까지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여성은 질환도 치료하고 임신도 해야 해 더욱 큰 부담감을 안고 있다.
 

국내 비롯, 호주·싱가포르 등
7개국 차병원 난임센터에서
1시간에 1명씩 새 생명 탄생

 
송인옥 교수(왼쪽 사진)가 지난 2월 진행한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지난달 건강한 딸을 출산한 김명희씨(오른쪽 사진) 가족. 김동하 객원기자

송인옥 교수(왼쪽 사진)가 지난 2월 진행한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지난달 건강한 딸을 출산한 김명희씨(오른쪽 사진) 가족. 김동하 객원기자

가임기 젊은 여성의 자궁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저출산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 송인옥 분당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는 “가임기 여성 가운데 자궁내막증·자궁근종·자궁선근증 등으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어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부인과 질환 중에선 자궁내막증이 늘어났는데, 결혼 나이가 늦어지고 공해 물질과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게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젊은 층서도 난임 유발 자궁 질환 급증

건강한 여성은 생리할 때 떨어져 나온 자궁내막 조직이 생리혈과 섞여 복강 안으로 일부 역류한다. 그런데 생리혈에 포함된 자궁내막 조직이 흡수되지 않고 복벽에 붙어 병변을 일으키는 질환이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증 병변이 자궁에 생기는 자궁선근증은 자궁근종과 달리 혹의 경계 부위가 명확하지 않아 수술하기 까다롭다. 난임 여성이 자궁선근증 수술을 받으면 임신 기간에 수술 받은 부위가 약해져 자궁이 파열될 위험이 자궁근종 수술보다 크다. 이 때문에 자궁선근증이 있는 여성이 임신을 원할 때 약물 등 다른 방법으로 먼저 치료를 하면서 수술을 최대한 보류하기도 한다.
 
송 교수는 “자궁 질환이 있으면서 임신을 원하는 환자는 ‘수술 치료’와 ‘임신 시도’ 가운데 어떤 것을 먼저 할지에 따라 임신 성공률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로 자궁 질환을 먼저 치료할지, 임신을 시도한 뒤 임신에 성공하지 않으면 자궁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치료를 나중에 할지 결정할 때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크게 난임·산과·부인과·종양 분야의 전문의로 나뉜다. 분야별 전문의가 협력해 자궁 질환을 치료하면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송 교수는 “자궁선근증 같이 난도 높은 수술을 요하는 질환은 난임·산과·부인과 전문의가 머리를 맞대며 최상의 치료법을 찾아가는 난임 다학제가 필수”라며 “이를 통해 임신·출산을 위한 적절한 치료 방향을 세우고 진행해야 임신 후 임신부·태아 모두에게 합병증 없이 안전하게 출산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학제 진료는 주치의 한 명에게 의존하던 기존 진료법에서 벗어나 환자의 질환과 관련된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최상의 진단·치료법을 찾는 시스템이다. 환자·보호자도 한자리에서 질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료진과 의견을 나누며 치료법을 안내받은 뒤 진료가 진행된다.
 
난임 다학제는 여성이 난임 외에도 자궁근종·자궁내막증 같은 부인과 질환뿐 아니라 갑상샘·심장 질환, 당뇨병 같은 기타 질환을 갖고 있을 때도 유용하다. 송 교수는 “기저 질환을 동반한 난임 환자의 경우 의사 1명이 혼자서 전체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며 “분당차병원 난임센터는 부인암센터·산부인과·내분비내과·정신건강의학과·소아청소년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함께 논의해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운다”고 강조했다.
 
난임 치료 시 본인부담금은 병원 규모와 관련 없이 건강보험 진료비의 30%로 같다. 송 교수는 “난임 치료 시 환자가 부담할 비용은 어디든 같다”며 “임신에 성공하면 다른 산부인과를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임신 전부터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곳에서 임신부터 출산 이후까지 진료를 본다면 환자에게 많은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궁 질환 다학제 진료로 임신·출산 가능

미국·호주 등 7개국에 63개 종합병원·클리닉을 운영하는 글로벌 차병원그룹에선 난임 치료술로 아기가 시간당 1명꼴로 태어나고 있다. 2002년엔 세계 최초로 미혼 여성을 위한 난자 보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달 25일 분당차병원 난임센터는 난임 다학제 진료 시스템, 유전학센터 등 첨단 진료 시스템을 갖추며 동양 최대 규모의 미래형 난임센터로 확장해 문을 열었다. 난임 전담 의료진도 이름난 의사들로 꾸렸다. 난임 1세대 의료진으로 새 생명을 1만 명 넘게 탄생시킨 최동희 교수를 비롯해 ‘5일 배양 이식법’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한 권황 소장, 자궁내막이 얇아 임신이 어려운 여성에게 자가풍부혈장술로 희망을 안긴 김지향 교수 등 기존 의료진에 제일병원 난임센터장을 역임하며 1만 건이 넘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한 송인옥 교수, 전 미즈메디병원 난임센터장인 박찬 교수 등이 합류했다. 최첨단 세포·유전체센터로 탈바꿈한 난임 연구실에선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전문 연구진 30여 명이 난임 치료 연구에 집중한다.
 
송 교수는 “차병원의 60년 여성 의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난임 전문 교수진과 연구진이 배아의 5일 배양, 모아배아 이식, 미성숙 난자 배양, 자가혈소판 풍부 혈장(PRP) 시술 등으로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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