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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남매분쟁] 레저까지 손댄 조원태···누나 조현아 화났다

중앙일보 2019.12.23 15:57

[뉴스분석] 동생 조원태 회장에게 조현아 왜 선전포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사장이 세계운송협회(IATA) 서울총회 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사장이 세계운송협회(IATA) 서울총회 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원]

 
동생인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에게 누나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단단히 화가 났다. 자신의 경영복귀가 무산된 데다 한진그룹의 일부 사업이 자신과 협의 없이 진행되는 상황이 고 조양호 선대 회장의 뜻과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로써 재계 13위 대규모기업집단인 한진그룹은 남매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은 23일 입장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가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했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칼 주요 주주별 지분율.

한진칼 주요 주주별 지분율.

 
이 자료에 따르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하라’고 언급하는 등 가족 공동 경영을 유지(遺志)로 남겼다. 임종 직전에도 조현아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 그리고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3남매가 함께 경영하라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조원태 회장이 이와 같은 선대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한진그룹을 경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사안을 꼽을 수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또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 측과의 연대 가능성도 내비쳤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의 담당 변호사는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원태 회장의 독단을 멈추기 위해서는 가족 외 다른 주주와도 대화할 것”이라며 KCGI와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써는 배제하지 않고 논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①잠잠하던 조현아 지금 왜

  
고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가운데),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중앙포토]

고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가운데),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중앙포토]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약 3년 4개월 동안 자숙하던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보름만에 동생 조현민 전무(36)가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물컵을 집어던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동생과 함께 다시 한 번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 [연합뉴스]

조현민 한진칼 전무 [연합뉴스]

 
조 전 부사장은 명품 밀수로 관세법 위반 혐의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으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진행한 재판에서 각각 지난 20일과 지난 7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선 법적 변수가 사라지면서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동생 조현민 전무는 지난 6월 경영에 복귀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달 발표한 한진그룹 정기 인사에서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 복귀를 희망했지만, 조원태 회장이 여기에 반대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원은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경영 복귀 무산 같은)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가족간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시스]

 
물론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금 상황에서 한진그룹의 총수 자리를 노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조 전 부사장 측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했던 일부 계열사의 주요 사안을 조원태 회장이 마음대로 하는 상황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진그룹 내·외부 관계자들은 ▶한진그룹 경영과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이 ▶호텔·레저사업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저비용항공사(LCC)는 조현민 전무가 경영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특히 조 전 부사장 측은 최근 진행 중인 한진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원태 회장 측이 호텔·레저 사업에 손을 대는 것을 ‘합의되지 않은 독자적 운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요트마리나를 운영하는 왕산레저개발 등 일부 레저 계열사나 골프장을 운영하는 제동레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계열사가 적자라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 측에서 “거듭된 요청에도 (조원태 회장 측은)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을 결정·발표했다”라고 주장한 배경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이전까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였다. 고(故)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관광·레저 사업에 대규모 금액을 출자했다.
 

②내년 한진칼 주총이 분수령

 
이날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내년 3월쯤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총수는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

 
현재 한진칼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8.94%다. 조원태 회장(6.52%)과 조현아 전 부사장(6.49%)의 지분율이 엇비슷하다. 조현민 전무(6.47%)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5.31%)도 5%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 중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사장. [뉴스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사장. [뉴스원]

 
문제는 4인의 총수 일가 중 한명이라도 독자 노선을 선택할 경우다. 이렇게 되면 총수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이 22%대로 하락한다.  
 
이들을 제외하면 현재 한진칼 주요 주주는 그레이스홀딩스(KCGI·15.98%)와 반도건설(6.28%)이다. 이들이 손을 잡을 경우 22.28%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건설 계열사가 취득한 한진칼 지분에 대해서 조원태 회장은 “만난 적이 없다”며 “우호지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은 생전 “지분 구조상 가족 간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③캐스팅보트는 이명희 고문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회장에게 반기를 들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은 깜깜이가 됐다. 한진그룹은 지난 4월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난기류가 포착됐다.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 관련 서류가 지연 제출됐던 것이 대표적이다. 
 
한진그룹은 공정위가 지정한 발표일(5월 9일)까지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재계에선 바로 삼 남매 갈등설이 나왔다. 삼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동일인 지정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것이 배경이었다.  
 
항소심 선고공판 마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항소심 선고공판 마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삼 남매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 이 갈등설을 뒷받침했다. 당시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2.34%에 불과했다. 조 전 부사장(2.31%)과 동생 조현민 전무(2.30%)의 지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후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을 포함한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 이명희 고문 5.31%로 바뀌었지만, 지분율 변화에 큰 차이가 없어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왔다.
 
일부에선 조 전 부사장이 갑작스레 동생의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건 것에 대해 이명희 전 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 남매가 지분을 비슷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5%의 지분을 가진 이 전 이사장의 의중이 한진그룹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6월 그룹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상장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고문으로 선임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방법원에서 나오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뉴스1]

인천지방법원에서 나오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뉴스1]

 

④경영환경 악화에 경영권 방어…진퇴양난

 
안 그래도 대내외 악재가 겹친 한진그룹은 그룹 경영권 방어라는 변수까지 짊어지게 됐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말 임원 수를 27% 이상 감축하는 2020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창사 이후 첫 단기 무급휴직을 시행한 데 이어 6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항공업황 부진으로 인한 비상경영의 일환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20일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며 고강도 구조조정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한진그룹 사옥. [뉴스1]

한진그룹 사옥. [뉴스1]

 
가족 간 다툼이 총수 일가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진가의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지분율 10%)을 더하면 4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해 안정적 경영이 가능해 보이지만 가족 간 내분이 일어나면 상황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그룹 경영에서 배제된 조 전 부사장의 불만을 조 회장이 수습하지 못할 경우 외부 세력이 그룹 총수를 보장하면서 조 회장을 축출하자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KCGI가 한진칼 경영권 장악을 노렸지만, 델타항공이 끼어들면서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한진 총수 일가의 내분이 계속되면 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의 이의 제기가 그동안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해 온 외부 세력에게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진그룹 내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조현아 전 사장의 그룹 경영 권한이 커지는 선에서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여진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진그룹 “경영 안정 해치질 않길” 

 
한편 한진그룹 측은 이날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그룹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재민·문희철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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