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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빼고 임원 승진 다 줄었다···'별' 달기 힘들어진 10대 기업

중앙일보 2019.12.23 05:00 경제 1면 지면보기

10대 기업 올 임원 인사 분석해보니

최근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롯데그룹은 올해 170명의 임원 승진자(신규 선임 +승진)를 냈다. 이는 지난해(284명)보다 40.1%가 줄어든 수치다. 금융 계열사 일부를 그룹에서 떼어냈음을 고려하더라도 큰 폭의 감소세다. 올해 전무·부사장을 모두 부사장으로 통합해 신임 임원과 사장 승진인사만 단행한 SK그룹의 경우 임원 승진자는 지난해 151명에서 올해는 117명이 됐다. 이중 신규 임원은 108명으로 지난해(112명)보다 4명이 줄었다.    
 
대기업의 ‘별’이라는 임원 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임원 승진자는 줄고, 젊은 최고 경영자(CEO)는 늘어나면서다. 재계 10대 그룹 중 올 연말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SKㆍLGㆍ롯데 등 8개 그룹(삼성ㆍ현대차그룹 제외)의 인사 내용을 22일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다. 계열사 대표 자리에는 1960년대 출생자들이 대거 포진했다. '전체적으로 덜 시켜주고', '상사인 대표는 더 젊어짐에 따라' 임원이 되더라도 ‘애매한 성과’로는 오래 자리를 지키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① 임원 승진자 확 줄었다

그룹별 임원 승진자 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그룹]

그룹별 임원 승진자 수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그룹]

 
재계 10위권 그룹 중 새 임원 승진자가 늘어난 곳은 한화그룹 한 곳에 그친다.(지난해 110명→올해 118명). 반면 재계 10위권의 다른 기업들은 임원 승진자 수를 대폭 줄였다. 지난해 185명의 임원 승진자를 낸 LG그룹은 올해 165명을 승진시키는 데 그쳤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94명에서 74명으로, 신세계는 61명에서 48명으로 각각 승진자가 줄었다. 그만큼 대기업들이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냈단 의미이기도 하다. 한 예로 임원 승진자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롯데그룹은 그룹 주력인 유통과 화학 두 분야 모두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전년과 비교해 전체 임원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해 770명이던 SK그룹의 임원 수는 올해 780명이다. LG그룹도 지난해 906명에서, 올해는 900명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와 올해 모두 600~700명 선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기존 임원들에게 제대로 된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1년의 시간을 더 줬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② 부장과 나이 비슷한 60년대생 젊은 대표 확 늘어

각 그룹별 신규 임원 평균 연령.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각 그룹별 신규 임원 평균 연령.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60년대생인 젊은 계열사 대표들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SK그룹에선 박성하(54) SK㈜C&C 사장(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서 이동)이, 차규탁(56)  SK루브리컨츠  사장이(같은 회사 기유사업본부장서 승진),  이용욱(52) SK머티리얼즈 사장이(SK㈜홀딩스 투자2센터장서 승진) 신임 대표 중 50대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장에 황범석(54)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을, 롯데슈퍼는 남창희(53) 롯데마트 전무를, 롯데e커머스에는 조영제(53) 롯데지주 전무를 각각 사업부장으로 내정했다.
지난해 2분기 사상 초유의 분기 영업적자를 냈던 이마트의 새 수장이 된 강희석(50) 대표 역시 1969년생으로 나이로 치면 그룹 내 ‘밴드1(부장ㆍ담당)급’ 직원들과 비슷하다. 
신규 임원 평균 연령도 크게 낮아졌다. 주요 그룹 신규 임원의 평균 나이는 GS(50.3세)를 제외하면 모두 48~49세 정도다. LG그룹의 신규 임원 중에는 45세 이하가 21명에 달한다. 이중 LG생활건강의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을 맡은 심미진 상무(34)가 최연소다. 심 상무는 입사 12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올랐다.  
 

③3~4세 부상 속 전문경영인은 내부 견제 강화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 [사진 한화큐셀]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 [사진 한화큐셀]

 
3~4세 경영자들도 전면에 부상 중이다. 한화에선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6·사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한화큐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전무승진 이후 4년 만이다. 
  
GS그룹의 허태수 신임 회장. [중앙포토]

GS그룹의 허태수 신임 회장. [중앙포토]

 
GS그룹은 허창수(71) 회장이 물러나고, 막내 동생인 허태수(62ㆍ사진) 회장이 그룹의 대권을 물려받게 됐다. 더불어 3, 4세 경영 승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허 신임 회장의 사촌이자 고 허신구 회장의 차남인 허연수(58) GS리테일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40) GS건설 부사장이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엔 GS칼텍스 허세홍(50)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롯데지주 공동 대표이사인 송용덕 부회장. [사진 롯데]

롯데지주 공동 대표이사인 송용덕 부회장. [사진 롯데]

 
롯데그룹에선 대표 경영자 간 경쟁을 강화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호텔ㆍ서비스BU(사업부문)장을 맡은 송용덕(64) 부회장이 황각규(64)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의 공동 대표 자리에 올라선 게 대표적이다.  
 

④ 대대적 ‘물갈이’도 병행  

물갈이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그룹사에서 많았다. 스마트폰 실적 부진 등으로 어려움 겪던 LG전자는 조성진(63) 부회장과 정도현(62) 등이 물러나고 권봉석(56) 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롯데그룹은 BU장 3명을 포함해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와 단위 조직장 자리 31개 중 24개의 주인이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했던 신세계 백화점은 전면 물갈이 대신 자리바꿈 형태로 ㈜신세계(백화점) 대표에 차정호(62)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를, 패션ㆍ화장품 사업을 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는 장재영(59) 신세계 대표를 각각 앉혔다. 백화점 대표가 바뀐 건 7년 만이다. 
 
이수기ㆍ이소아ㆍ강기헌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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