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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화해 무드'?… '유화 신호' vs. '살라미 전술' 엇갈린 전망

중앙일보 2019.12.22 16:44
성윤모 산업통산자원부 장관(가운데)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김포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윤모 산업통산자원부 장관(가운데)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김포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최근 조치는)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미흡하다. 원칙적으로 지난 7월 1일 이전 상태와 백색 국가(수출 우대국) 리스트 복귀가 우리의 본질적인 요구 사항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단과 만나 한 얘기다.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는 주무 부처 장관이 ‘화해 무드’에 대한 장밋빛 전망 대신 원칙론에 무게를 실었다.
 
성 장관 발언과 별개로 꽁꽁 얼어붙은 양국 통상 마찰에 변화 기류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일본이 지난 7월 수출규제 조치, 8월 백색 국가(수출 우대국) 제외 조치를 잇달아 시행하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 정부 내에선 당초 “강제징용 문제가 큰 해결의 가닥을 잡기 전까지 수출 규제 해제는 있을 수 없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다 한국이 지난달 22일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조건부 연장하고, 후속 조치로 지난 16일 3년 만에 국장급 대화가 열리면서 관계가 진전했다. 20일엔 일본이 3개 수출규제 품목 중 ‘포토 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개별허가제’에서 ‘특정포괄허가제’로 바꾸면서 규제 수위를 낮췄다. 포토 레지스트는 반도체 기판에 바르는 감광액이다. 한국은 그동안 일본에 90% 이상을 의존해왔다. 24일 한ㆍ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규제를 완화한 만큼 통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기류에 대한 전문가 해석은 엇갈린다. 양국 대화의 진전이 이뤄져 곧 있을 정상 회담에서 통상 갈등 해결의 원칙을 마련하면, 내년 초 열릴 국장급 정책 대화에서 실무적인 해법까지 논의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수출규제 일부 완화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어쨌든 수입을 할 때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전향적인 조처를 내린 건 맞다”며 “일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종의 ‘유화 제스처’를 보내왔다”고 해석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모든 규제를 일거에 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충분히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번역 오류를 밝혀낸 송기호 변호사는 “일본이 형식상 한국과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수출을 규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제기했는데 한국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면서 적어도 명분상 수출 규제 원인이 해소됐다”며 “장기적으로 과장ㆍ국장급 협의를 통해 상당 기간 대화ㆍ협의하면서 7월 이전 수출 규제가 없었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일본으로선 잃은 게 없는 상황에서 주고받기식 ‘살라미 전술(협상에서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전술)’에 들어간 것뿐”이라며 “연말까지 한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수출규제 문제를 풀고,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에 정부가 개입한다면 내년 1분기쯤 백색 국가 문제를 해결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상회담 이후 3개 수출규제 중 하나만 더 풀린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일 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은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건 아니다”라며 “최종적으로 수출규제 이전의 원상태로 회복하려면 결국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소통이 부족했다거나, 캐치 올(전략물자수출통제) 규제가 미흡하다는 등 명분상 일본이 주장하는 수출규제 근거에 대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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