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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北노동자 못쓰는데···돈줄죄기 구멍은 '견습생 비자'

중앙일보 2019.12.22 15:59
22일까지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송환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2397호) 발효 시점이 다가오면서 각국의 송환 조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2일 "지난달부터 중국, 러시아, 중동 지역에 머물던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이 속속 이뤄지고 있고 이들의 고용을 기피하는 움직임도 있다"며 "북한과 항공 및 열차 편이 연결된 중국(베이징, 단둥 등)과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하산) 등의 공항과 열차역에 북한 주민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항에 나타난 북한 노동자들은 과거엔 잠시 평양을 다녀오던 것이었다면 최근엔 아예 귀국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자국 노동자 수송을 위해 23일 정기편(JS272) 이외에 특별기(JS372)를 띄울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홈페이지 캡처]

북한은 자국 노동자 수송을 위해 23일 정기편(JS272) 이외에 특별기(JS372)를 띄울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홈페이지 캡처]

 
북한은 자국 노동자 수송을 위해 주 2편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정기 항공편 외에 매일 1~2편의 특별기를 추가했다. 본지가 22일 이 공항 운항 계획을 확인한 결과 23일에도 정기편(JS 272) 이외에 특별편(JS 372)이 평양으로 향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이용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많이 늘어나자 아예 이들의 귀국 보따리를 포장하는 곳이 공항 내에 따로 문을 열기까지 했다. 
 
최근 해외에 머물던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 '러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주된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해외 노동자들이 외견상 감소하는 모양새다. 국제사회는 한때 10만명의 해외 노동자가 연간 약 5억 달러 가량을 벌어들였던 외화 수입이 상당 부분 차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제재 효과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대 송출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인데, 중·러가 형식적으로는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다녀온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들을 일부 돌려보내곤 있지만,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은 중국과 러시아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에 각종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에선 2~3년짜리 취업비자를 받은 뒤 일했는데, 최근에는 2~3개월짜리 견습생(인턴) 비자를 받아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역시 노동 비자 발급은 중단했지만 1~3개월짜리 단기(인턴) 비자는 발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노동자는 공무 여권이 있으면 1개월간 중국에 체류할 수도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 사는 한 조선족은 “북한 노동력이 없으면 중국 국경 지역의 경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단기 비자여서) 북한 노동자들이 자주 북한에 다녀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비법(불법)과 편법을 통한 (북한 노동자들의) 고용은 암암리에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를 이행하려는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에선 자국민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알아서’ 단속의 고삐를 늦추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과거처럼 북한 노동자들을 대놓고 고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의 외화 수입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북한의 중국인 관광객 모집이 활발해진 이유다. 외화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다.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지난해부터 중강진과 삼지연, 신의주 일대를 당일 또는 1박 2일로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늘었다”며 “최근 북한이 집중적으로 개발한 평남 양덕군 온천지구를 관광하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고, 중국 당국도 북한 관광을 말리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결의 2397호가 정한 2년간의 노동자 송환 유예기간을 활용해 관광을 또 다른 외화 수입원으로 대체한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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