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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ISD 첫 패배 안긴 이란…20년 동안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19.12.22 15:26
영국 고등법원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M&A) 사건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패소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의 잘못이 있었다며 이란 가전업체 소유주 다야니 가문에 계약금과 지연 이자 등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금융위 복도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2019.11.4    kimsdoo@yna.co.kr/2019-11-04 14:16:06/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금융위 복도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2019.11.4 kimsdoo@yna.co.kr/2019-11-04 14:16:06/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대우전자 매각에서 출발한 갈등 종결
취소소송마저 져 약 730억원 지급해야
국고 손실 불가피…구상권 청구도 힘들 듯

취소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므로 이 판결은 확정됐다. 한국이 ISD에서 패배한 첫 사례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옛 대우전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우전자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건 2000년 1월이다. 채권을 출자 전환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채권단은 2005년부터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2010년 4월에야 다야니 가문이 대주주인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같은 해 11월 채권단은 다야니 가문의 특수목적회사 D&A와 총 5778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D&A는 계약금 578억원을 채권단에 지급했다.
 
하지만 인수대금 마련에 차질을 빚으면서 D&A 측이 잔금을 내지 못했다. 2011년 5월 채권단은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다야니는 국내에서 제삼자 매각 절차 진행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보고 기각했다.
 
그러자 D&A는 2015년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을 근거로 계약금 반환을 청구하는 ISD를 제기했다. 정부는 이 사건이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과의 법적 분쟁인 만큼 투자보장협정 중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계약 당사자가 D&A인 만큼, D&A의 대주주인 다야니가 ISD를 제기할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 판정부는 청구 금액 중 935억원 중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며 이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가 채권단 결정에 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즉각 반발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패배했다. 사실상 돈을 물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국고에서 나가야 하는 돈이다. 정부 입장에선 이후 채권단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지만, 그 채권단이 공기업인 캠코여서 혈세가 나가는 건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판결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2013년 동부그룹으로 넘어갔고, 동부대우전자로 간판을 바꿨다. 지난해엔 중견 가전회사 대유위니아를 거느린 대유그룹에 인수돼 ‘위니아대우’가 됐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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