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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엔 먹어줘야죠! 통나무· 트리장식 닮은 이 빵

중앙일보 2019.12.22 15:00

[더,오래] 우효영의 슬기로운 제빵생활(8)

누구나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설렘과 기대, 행복한 기억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행복한 기억의 향수는 산타 할아버지와 루돌프가 주는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와 함께 엄마, 아빠가 몰래 머리맡에 두었던 소중한 선물, 그리고 달콤한 케이크가 함께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이미 종교적인 관념을 넘어 전 세계 많은 사람이 하나의 마음으로 축하하고 즐기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일 년의 마지막 며칠을 남겨두고 가족, 친구들,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 해 동안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스도(Christ) + 미사(Mass)의 단어가 만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이 되었고, 크리스마스를 줄여 'X-mas’라고 표기하는 이유도 그리스어인 그리스도(ΧΡΙΣΤΟΣ)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일에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먹는 것이 아닐까라는 쉬운 가정을 해볼 수도 있지만, 전 세계의 크리스마스 디저트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롤 케이크, 부쉬 드 노엘(Buche de Noël)

통나무를 닮은 프랑스의 롤 케이크 부쉬 드 노엘. [사진 pixabay]

통나무를 닮은 프랑스의 롤 케이크 부쉬 드 노엘. [사진 pixabay]

 
프랑스어로 부쉬(Buche)는 통나무를 뜻하며 노엘(Noël)은 성탄절을 뜻하기 때문에 부쉬 드 노엘은 ‘크리스마스의 통나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초콜릿 시트에 크림을 발라 돌돌 말아준 뒤 초콜릿 버터크림으로 겉 부분을 덮어주어 거친 통나무처럼 장식하고 자른 단면이 마치 나이테와 같은 모습을 한 케이크입니다.
 
중세 시대 이전의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12월의 끝자락이 되면 장작을 태우면서 1년간의 액운을 정화하고 다가오는 새로운 해가 활활 타오르기를 기원하기 위해서 장작을 태우는 축제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화가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장작을 집에서 사용하지 않게 되자 거의 사라지게 되었는데, 프랑스의 제과사인 안토니오 샤라부(Antoine Charabot)가 그의 제과점에서 크리스마스 전통의 스토리를 담은 케이크 부쉬 드 노엘을 처음 개발해 소개한 데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쉬 드 노엘은 연말이 되면 가까운 지인들이나 가족을 초대해 파티를 즐기는 낭만의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이제 크리스마스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케이크가 되었습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 슈톨렌(Stollen)

1년의 기다림을 통해 탄생하는 빵 슈톨렌. [사진 pixabay]

1년의 기다림을 통해 탄생하는 빵 슈톨렌. [사진 pixabay]

 
슈톨렌(독일어: Stollen)은 전통적인 독일의 빵으로, 빵에 들어가는 건 과일을 약 12개월 동안 럼에 담가 숙성을 시킨 후 만들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빵입니다. 고대 독일어로 나무 기둥, 말뚝을 뜻하는 단어 슈톨로(Stollo)에서 유래됐으며 슈톨렌의 형태가 마치 뚝 잘라놓은 나무 기둥 같아 이름 붙여지게 되었습니다. 중세 수도사들이 걸쳤던 망토 위에 눈이 쌓인 모습, 혹은 아기 예수를 형상화했다고도 전해집니다.
 
다소 투박한 겉모습과는 달리 속 재료는 아주 풍성하게 들어가는데요. 1년간 럼에 재운 건조 과일과 호두,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 그리고 동그랗게 빚은 마지팬을 반죽 안에 넣어 깊고 진한 풍미가 매력적인 빵입니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매주 일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슈톨렌을 작게 슬라이스하여 한 조각씩 나눠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슈톨렌을 한번에 먹는 것보다 하나씩, 하나씩 잘라서 2~3주에 걸쳐서 먹는 것이 좋은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속에 들어간 절인 과일과 버터의 풍미가 깊숙이 베어 들어 슈톨렌의 맛을 점점 깊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슈톨렌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가 있습니다. 절제와 청빈이 미덕이었던 중세시대의 유럽에서는 슈톨렌 역시 밀과 물 등의 최소 재료로만 만들었으며 버터와 우유 특히 말린 과일과 럼과 같은 술은 금지품목으로 디저트에 넣어서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 독일의 귀족이었던 에른스트(Ernst, 1441~1486)가 교황에게 서신을 보내 대림절(크리스마스 이전 4주간) 동안 버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했고, 이를 받아들인 교황이 ‘버터서신(Butter letter 혹은 butter missive)’을 보내어 성금을 내는 조건으로 버터 사용을 허용했다고 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슈톨렌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판매될 수 있게 되었고, 기존의 딱딱하고 질겨 맛이 없던 슈톨렌에서 크리스마스 대표 디저트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슈톨렌의 본고장인 드레스덴에서는 슈톨렌 축제가 열리기도 하는데요. 마을의 제과, 제빵사들이 참여해 4톤에 달하는 거대한 슈톨렌을 만들어 커다란 칼로 자른 뒤 판매하는 행사로, 슈톨렌 보존협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만들기 때문에 12월의 독일에 방문한다면 협회의 인증을 받은 제대로 된 슈톨렌을 먹어볼 기회가 있겠죠?


호주와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 디저트, 파블로바(Pavlova)

하얀 눈과 같은 모습과 입에서 사르르 녹는 머랭 디저트, 파블로바. [사진 pixabay]

하얀 눈과 같은 모습과 입에서 사르르 녹는 머랭 디저트, 파블로바. [사진 pixabay]

 
파블로바(Pavlova)는 머랭으로 만든 디저트로 192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크게 존경받았던 러시아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 ,Ánna Pávlova)의 이름을 따서 만든 디저트입니다. 안나 파블로바가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그녀를 존경하는 의미에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어느 나라에서 파블로바가 처음 만들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형제와 같은 관계입니다. 특히 스포츠 분야나 러셀 크로우의 국적, 음식 등에 대해 논쟁뿐만 아니라 파블로바의 탄생에 대한 원조 논란도 늘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1929년 그녀가 방문한 웰링턴 호텔의 요리사가 그녀의 투투(발레에서 여성 무용수가 입는 스커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호주에서는 퍼스 호텔의 요리사가 머랭과 크림, 패션프루츠로 파블로바와 같은 형태의 디저트를 개발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두 나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호주나 뉴질랜드 모두 파블로바 디저트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발레리나였던 안나 파블로바의 이름은 100년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디저트의 이름으로 남아 사람들의 행복한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블로바는 달걀흰자를 거품 낸 머랭(Meringue)을 베이스로 생크림을 설탕과 휘핑한 샹티(Chantilly)크림과 베리류의 상큼 달콤한 과일을 올려낸 디저트입니다. 머랭 쿠키는 겉과 속이 모두 바삭한 반면, 크림을 넣은 파블로바는 속이 촉촉하게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의 식감으로 달콤하게 즐길 수 있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크리스마스 빵 파네토네(Panettone)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음이 담긴 빵, 파네토네. [사진 pixabay]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음이 담긴 빵, 파네토네. [사진 pixabay]

 
이탈리아 밀라노의 상징이자 자부심인 빵, 파네토네(Panettone)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빵을 처음 개발한 사람의 이름이 '토니(toni)'에서 '토니의 빵'이라는 뜻으로 '파네토네(Panettone)'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15세기 밀라노의 귀족이었던 아텔라니가 제빵사 토니의 딸 아달기사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로 둘의 만남을 반대하자, 몰래 제빵사로 분장한 아텔라니가 아달기사를 위해 천연효모와 럼에 재운 달콤한 과일, 그리고 버터로 빵을 만들어 토니의 빵집이 잘되도록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둥근 형태의 지붕 모양인 돔(dome)처럼 생긴 파네토네는 20세기 초 밀라노 출신의 안젤로 모타(Angelo Motta)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모타는 반죽이 옆으로 퍼지지 않고 원통형으로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종이로 된 틀 '피로티노(Pirottino)'를 개발하였고, 반죽이 위로 둥글게 부풀어 부드러운 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파네토네의 형태가 완성되었습니다.
 
과거의 파네토네는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가정에서 손수 파네토네를 만들었고, 가장은 빵을 굽기 전 칼로 파네토네 윗면에 십자가 모양을 그어 넣으며 새해의 행운을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파네토네의 고향인 밀라노에서는 2008년부터 매년 11월이 되면 '르 파네토네(Re Panettone)'라는 축제를 열어 가장 훌륭한 파네토네를 만드는 이탈리아 제빵사를 뽑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11월~12월 초 까지 이탈리아와 독일의 크리스마스 디저트 축제를 여행하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천연발효종을 활용해 이탈리아 스타일의 천연발효 빵, 파네토네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크리스마스 빵 파네토네(Panettone) 레시피
▶ 파네토네 과일 충전물 레시피
 
캔디필 50 오렌지 필 50
건조 블루베리 50 건조 크랜베리 50 럼주 150
최소 하루 이상~2, 3년까지도 가능
 
▶ 파네토네 빵 레시피
 
오토리즈(사전반죽)
강력분 320g 발효종 150g 물 200g
 
본반죽
강력분 420g 유기농 설탕 140g 소금 5g
발효종 150g
우유(25-27도) 100g 계란(2개) 108g
버터 80g 꿀 20g 바닐라페이스트 3g
 
럼에 재운 건과일은 최대 2~3년까지도 재워서 사용 가능하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럼에 재운 건과일은 최대 2~3년까지도 재워서 사용 가능하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오토리즈 반죽 2시간 후, 반죽의 탄력성을 비교해보고 본 반죽을 진행한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오토리즈 반죽 2시간 후, 반죽의 탄력성을 비교해보고 본 반죽을 진행한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1. 건과일 재료를 유리병에 담아 최소 하루 이상 재워 둡니다
2. 볼에 오토리즈 반죽 재료를 담고 섞어준 뒤 2시간~3시간 오토리즈 합니다
3. 버터를 제외한 본 반죽의 전 재료를 믹싱합니다.
저속 2분 -〉 중속 3분 후, 버터(실온)를 넣고 저속 1분 -〉 중속 3분 믹싱합니다
럼에 재웠던 건과일은 체에 걸러 물기를 빼준 뒤 반죽에 섞어준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럼에 재웠던 건과일은 체에 걸러 물기를 빼준 뒤 반죽에 섞어준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520g 13cm 틀 2개, 120g 8cm 틀 6개 분량의 파네토네가 완성된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520g 13cm 틀 2개, 120g 8cm 틀 6개 분량의 파네토네가 완성된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4. 부재료인 건과일을 마지막에 넣고 30초가량 믹싱하여 반죽을 완성한다
5. 1차 발효: 실온 1시간 후, 냉장 저온발효 12시간~24시간
6. 반죽을 실온에 30분~1시간 두어 실온화를 시킨 뒤, 반죽을 분할하여 둥글리기 한다
7. 15분 벤치타임 후, 반죽을 파네토네 팬에 팬닝한다
8. 2차 발효: 2시간
9. 반죽 윗면에 계란 물칠을 해주고 십자가로 칼집을 내어준다
10. 180도 오븐에 작은 사이즈는 20분, 큰사이즈는 30분 굽는다
  
완성된 파네토네의 단면에 콕콕 박힌 깊은 풍미의 건과일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완성된 파네토네의 단면에 콕콕 박힌 깊은 풍미의 건과일들. [사진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앞서 만들어본 천연발효종을 활용하여 천연발효 파네토네 빵을 완성하였습니다. 천연발효종과 함께 장시간 발효시킨 파네토네 반죽의 깊은 풍미와 럼에 절인 건과일의 독특한 향이 만나 코로 먼저 느낄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빵입니다. 여러분들도 파네토네 반죽의 칼집을 내면서 새로운 한 해의 소망과 바램을 새겨보시고, 입에서도 펼쳐지는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를 느껴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파티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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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영 우효영 밀로 베이킹 스튜디오 파티쉐 필진

[우효영의 슬기로운 제빵생활] 5년 간의 백화점 MD 생활을 뒤로하고 르꼬르동 블루 영국으로 유학을 결심했다. 제과·제빵사를 꿈꾸는 세계 유수의 청춘들을 만나며 '베이킹'으로 새로운 삶의 꿈과 자존을 찾게 되었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드는 빵과 디저트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으며, 베이킹 클래스와 함께 유튜브, 책 등 다양한 컨텐츠로 사람들의 삶과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의 씁쓸한 아메리카노 같은 삶에 달콤함을 더해줄 빵과 디저트의 이야기를 레시피와 함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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