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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임박? 김정은 "새로운 길" 외친 그곳에 군간부 80명 불렀다

중앙일보 2019.12.22 14:18
북한이 ‘연말 시한’을 일주일여 앞두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를 개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2일 일제히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의를 지도했다”며 “나라의 국방력을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문제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당 규약 29조에 따르면 군사 분야에서 나서는 모든 사업을 당 차원에서 조직·지도하는 기구이며, 김 위원장을 포함해 군 관련 고위 인사 15명 안팎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7기 3차 중앙군사위원회 “자위적 국방력 강화” 논의
군부대 조직 개편 및 중앙군사위 간부 인사 단행
연말 연시 도발과 관련 "자위적 국방력 강화" 언급 뿐

북한은 이날 회의 개최 날짜를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 북한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다음 날 관련 내용을 전했던 점을 고려하면 21일 토요일에 확대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를 소집한 건 지난 9월 6일 태풍 링링과 관련한 대책회의 이후 100여일 만이다.
 
북한 매체들이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22일 전했다. 뒷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사진이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했던 장소와 비슷하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 매체들이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22일 전했다. 뒷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사진이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했던 장소와 비슷하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그의 배경에 걸려 있는 사진과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개최된 곳의 배경과 같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그의 배경에 걸려 있는 사진과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개최된 곳의 배경과 같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 매체들이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22일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뒷편의 거울에 비친 커튼과 시계 등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했던 장소와 흡사하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 매체들이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22일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뒷편의 거울에 비친 커튼과 시계 등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했던 장소와 흡사하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눈길을 끄는 대목은 회의 개최 장소다. 이날 회의는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올해 신년사를 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열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시대 들어 노동당 본관에서 회의가 주로 열리고 있다”며 “이날 회의에는 약 80여명의 군 관련 인사들이 참석했고,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했던 노동당 본관 1층에서 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대외에 전하려는 메시지일 수 있다”며 “‘새로운 길’을 처음 언급했던 곳에서 회의를 진행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9월 6일 태풍 링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북한이 22일 공개한 중앙군사위 회의 장소와 차이를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지난 9월 6일 태풍 링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북한이 22일 공개한 중앙군사위 회의 장소와 차이를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실제 본지가 이날 공개된 8장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의 배경에 등장하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 사진, 거울, 거울에 비친 회의실 뒷부분의 커튼, 천장의 샹들리에, 바닥 카펫 등이 지난 1월 1일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했던 곳과 흡사했다. (사진 참조) 사진에 등장한 시계는 10시와 3시 전후를 가리켰다.
 
지난 9월 확대 회의 때는 인민복을 입은 당 간부들이 상당수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은 맨 앞줄의 이만건 조직지도부장과 조직지도부 군사담당 부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 등 2명을 제외하곤, 전원이 인민군 정복을 갖춰 있고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재난 대비 회의 성격이 강했던 9월과 달리 연말 시한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보니 군인들을 대거 참석시켜 의도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회의 내용을 전하면서 ‘성탄절 선물’이라 불리는 군사적 행동과 관련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회의에서 "'국가방위사업 전반에 결정적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중요 문제'와 '자위적 국방력을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 문제'를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어떤 식으로든 연말연시 군사적 행동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됐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은 또 군부대 조직을 조정 및 확대 개편하고, 중앙군사위 간부들의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인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김재룡 내각 총리 등 민간인들이 보이지 않아, 중앙군사위를 군 엘리트들로 구성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군사위 확대 회의가 열리면서 이달 하순 국가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중앙위 전원회의 개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보당국은 현재 전원회의에 참석할 당 간부들이 평양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만큼 전원회의에서도 '성탄절 도발'과 관련한 내용보다는 국가 전략이나 인사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며 “군사 관련 회의를 하면서 명시적으로 '도발'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음에 따라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서지 않거나 연기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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