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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 사상 광주 모텔 방화범 "불 지르고 무서워 도망쳤다"

중앙일보 2019.12.22 12:07
33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모텔 방화 용의자가 불을 지른 뒤 자신은 정작 불이 무서워 도망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용의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 경찰에 "누군가 나를 위협했다"는  등 비상식적인 진술을 하고 있다. 사망자도 1명 더 늘었다.
22일 오전 5시45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39)가 해당 모텔로 향하는 모습. [뉴스1]

22일 오전 5시45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39)가 해당 모텔로 향하는 모습. [뉴스1]

 

경찰 용의자 김모씨 긴급체포
용의자도 연기 흡입해 치료중
치료받던 환자 1명 추가 사망
'범행 동기' 수사는 시작 못해

22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5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약 20분 뒤인 오전 6시 7분쯤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200여 명의 인력과 20대의 소방차를 투입해 화재를 진압했다.

 
이날 오전 병원으로 옮겨졌던 투숙객 1명이 사망했고 추가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또 다른 투숙객 한명이 오후 2시 30분쯤 숨을 거뒀다. 사망자는 총 2명이다. 현재 8명이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23명이 경상을 입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2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김모(39)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화재가 일어난 당시 3층 객실에 숙박하고 있었다. 김씨는 모텔에 숙박하던 중 자신의 방에 불을 질러 사람이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진화 후 인명을 수색하는 119 구조대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2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진화 후 인명을 수색하는 119 구조대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김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불을 지르고 무서워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이날 화재는 김씨가 숙박하던 3층의 한 객실에서 시작됐다. 김씨가 자신의 객실 베개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면서다. 김씨는 경찰에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모텔로 돌아와 방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불이 크게 번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숙박한 객실의 침대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점을 확인하고 그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또 불이 심하게 난 방 창문으로 "화염이 분출하고 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점을 들어 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로 훼손된 모텔 내부에 연기가 차 있는 모습. [연합뉴스]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로 훼손된 모텔 내부에 연기가 차 있는 모습. [연합뉴스]

 
모텔 투숙객들은 화재가 일어난 뒤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화재 뒤 객실에서 빠져나간 김씨를 확인하고 검거했다. 김씨는 방화 뒤 자신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동기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정신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김씨가 경찰에 "누군가 나를 위협해 불을 질렀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또 "라이터로 베개에 불을 붙인 뒤 화장지를 올려 불을 키웠다"는 진술도 하고 있다. 현재까지 김씨의 정신병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의 자살시도 가능성도 확인 중이다.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시꺼멓게 탄 모텔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시꺼멓게 탄 모텔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김씨가 붙인 불은 삽시간에 모텔 전체로 번져나갔다. 모텔 외부는 벽돌로 이뤄져 외관상 불에 그을린 흔적이 확인되지 않지만 공개된 내부 사진에서는 검게 그을린 벽면이 확인되고 있다. 모텔 내부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까지 검게 그을렸다.

22일 오전 5시45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5층 규모 A 모텔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25명이 사상했다.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오전 5시45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5층 규모 A 모텔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25명이 사상했다.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화재 당시 긴박했던 상황도 전해졌다. 해당 모텔은 5층, 32개 객실 규모로 3층에서 시작된 불이 4~5층으로 번졌다. 비상계단으로 대피하지 못한 투숙객 1명이 불을 피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이 투숙객은 모텔에 설치된 천막 위로 떨어져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주말과 휴일 사이 방화가 이뤄져 모텔 투숙객도 많았다"고 전했다. 불이 난 모텔 인근 종업원은 "소방차 사이렌이 울리면서 얼굴 곳곳에 검은 재가 묻은 사람들이 모텔에서 뛰어나왔다"며 "너무 삽시간에 화재가 번졌는지 신발이나 옷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부상자를 구급차로 이동하는 모습이 찍힌 인근 폐쇄회로(CC)TV 화면 일부. [연합뉴스]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부상자를 구급차로 이동하는 모습이 찍힌 인근 폐쇄회로(CC)TV 화면 일부. [연합뉴스]

불이 난 모텔은 화재를 알리는 자동화재탐지장치와 경보기는 설치됐지만 바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화재탐지장치와 경보기는 정상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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