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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선물" 협박한 北…스티븐 비건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중앙일보 2019.12.22 11:02
한중일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일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56)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현지시간) 국무부 부장관에 공식 취임했다.  

'빈 손' 귀국 비건, 국무부 부장관 취임식
상원 "비건, 대북특별대표 계속 맡는다"
대북 접촉 질문에 "한국서 한 말 유효"
"내 메시지는 메리 크리스마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공식 시작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8월부터 맡은 대북특별대표 직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비건 장관으로부터 취임 선서를 받는 사진을 올리며 “스티븐 비건 신임 국무부 부장관이 공식 취임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는 미국 국익을 증진하고 안보를 보장하는 외교정책 실행에 있어 우리 기세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서 “그의 취임 선서를 받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폼페이오 장관 다음으로 국무부 서열 2위가 됐다. AP통신ㆍ더힐 등 미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이 내년 캔자스주 상원의원 출마를 위해 사임할 경우 비건 부장관이 장관 대행을 맡을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국무부 관료가 미국 외교 최고 수장에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취임 선서. [사진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위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취임 선서. [사진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위터]

 
비건 부장관은 대북특별대표를 겸하면서 북ㆍ미 협상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 동아시아ㆍ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비건 부장관 인준 환영 성명에서 “비건은 미국 대북특별대표로 계속해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은 비건 부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90표, 반대 3표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비건 대표는 지난 15~20일 한국과 일본ㆍ중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화에는 응하지 않은 채 위협 수위를 올리자 협상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북한과 접촉이 이뤄지지 않은 채 미국으로 돌아왔다. 비건 부장관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 해법을 찾자는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을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한ㆍ중ㆍ일 방문 성과를 묻는 여러 질문에 “미안하다. 오늘은 아무 언급도 하지 않겠다”면서 “여러분은 내가 한국에서 한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 발언은 유효하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방한 기간 중 북한을 향해 “미국은 데드라인이 없다”면서 “우리는 여기 있고, 당신들은 우리에게 연락할 방법을 알고 있다”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또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이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는 매우 신성한 날”이라며 “이 기간이 평화로운 날들로 인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중일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한중일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0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비건 부장관은 워싱턴 공항에서도 크리스마스 인사를 반복했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여러분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기원한다”라고 말한 뒤 공항을 떠났다.
 
이달 초 북한은 “성탄절 선물로 무엇을 받을지는 미국의 결정에 달렸다”면서 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성탄절 선물’ 담화 이후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들고나오지 않을 경우 협상 대신 도발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이 도발할 경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해법이 한반도를 비핵화하고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최상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다만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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