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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빚 28조인데···도공, 천안~논산고속道 통행료 반값인하

중앙일보 2019.12.22 11:00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통행료가 23일부터 크게 낮아진다. [중앙포토]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통행료가 23일부터 크게 낮아진다. [중앙포토]

 민자도로인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통행료가 23일부터 절반가량으로 낮춰진다. 승용차 기준으로 전 구간을 달렸을 때 현재는 9400원이지만 앞으론 4900원만 내면 된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천안~논산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민자도로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며 통행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승용차 47.9%, 화물차 50% 통행료 인하  

 이에 따르면 승용차는 통행료가 최대 47.9%가 낮춰지고, 대형화물차는 50.7%까지 인하된다. 천안과 논산을 잇는 길이 82㎞의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민자도로로 2002년 말 개통됐다. 총 사업비는 1조 5000억원이다.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에 비해 2.1배가량 비싸다. 하지만 이번 인하로 재정고속도로와 유사한 수준까지 낮춰진다. 
 
 박병석 국토부 도로투자지원과장은 "승용차로 논산∼천안 구간을 매일 왕복하는 경우 연간 약 212만 원의 통행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대구~부산고속도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 노선의 통행료도 내년 말까지 낮출 계획이다.  
 

  도공, 12년간 1조 5천억 먼저 투입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3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의 통행료도 33%가량 낮춘 바 있다. 당시 새로 유치한 민간투자자가 통행료 인하에 따른 차액을 운영권(30년) 종료 때까지 기존 사업자에게 지원하고, 이후 운영권을 넘겨받아 20년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도로공사(도공)가 나서게 됐다. 민자사업자의 운영권이 종료되는 2032년까지 통행료 손실분을 먼저 메워주고, 이후 직접 운영하면서 투자비를 회수한다. 앞으로 12년 간 도공이 먼저 투입해야 할 돈은 약 1조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통행료 인하 차액은 도공이 메워준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통행료 인하 차액은 도공이 메워준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이처럼 도공이 나선 건 민자 유치가 쉽지 않아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방식을 사용할 경우 민간투자자가 정해진 기간(20년) 동안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 탓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도공에 선투자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운영 때 원금·이자만 회수, 수익률 '0'  

 문제는 도공이 선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또다시 빚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도공은 이미 부채가 28조원(2018년 말 기준)으로 비금융권 공기업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ㆍ한국전력공사 등에 이어 4번째로 많다.
 
 이 때문에 매년 이자만 1조원가량 되며, 연간 4조원 정도의 통행료 수입으로는 이자와 유지보수, 건설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부채가 계속 늘고 있다. 또 지난 2017년 추석부터는 명절 통행료 면제 정책이 시행되면서 한해 1000억원의 추가 손실도 안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보조는 없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 1]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에서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 1]

 
 최근에는 요금수납원을 자회사 정규직과 본사 직고용으로 전환하면서 매년 인건비 부담이 600억원 더 늘게 됐다. 도공 관계자는 "천안~논산고속도로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려면 추가 차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채 28조 도공에 또 부담 떠안겨"  

 게다가 도공이 직접 운영하면서 회수할  투자비는 원금과 이자만으로 제한돼 있다. 막대한 돈을 선투자하고도 수익률이 '0'인 셈이다. 사실상 국토부가 또 한 번 도공에 부담을 모두 떠안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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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민자 유치가 어려울 정도로 사업성이 적기 때문에 이를 공기업인 도공에 떠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또 "대체도로가 명확하게 있는 민자도로까지 모두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통행료를 낮추는 건 애초 민자사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자칫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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