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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초중고 40곳 선거교육"…교육계 "제2 인헌고 나올라" 우려

중앙일보 2019.12.22 09:00
서울시교육청이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모의투표를 실시할 초중고 40곳을 선정했다. 사진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해 6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범제정연대 회원들이 선거연령 하향과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모의투표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모의투표를 실시할 초중고 40곳을 선정했다. 사진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해 6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범제정연대 회원들이 선거연령 하향과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모의투표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 앞서 후보자의 공약을 비교하고 모의선거를 할 초‧중‧고 40곳을 선정했다. 민주주의 기본인 선거제도와 참정권에 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이나 교육계에선 "학교가 정치화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22일 서울시교육청은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할 학교 40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10곳, 중학교 11곳, 고등학교 19곳이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고3까지 정치판 끌어들이는 만 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국회는 정치적 이해타산과 선거 유불리에 경도된 18세 선거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뉴스1]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고3까지 정치판 끌어들이는 만 18세 선거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국회는 정치적 이해타산과 선거 유불리에 경도된 18세 선거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뉴스1]

지역구 후보의 공약 토론, 모의 투표 

교육청에 따르면 이들 학교 학생들은 지역구 후보자가 결정되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토론하고,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모의 투표도 한다. 
 
교육청은 각 학교에 모의선거를 치르는 비용으로 50만원씩을 지원한다. 서울‧경기도 내 일부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선거 관련 수업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모의선거 수업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국회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만 18세 선거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3 중 만 18세가 된 학생들은 투표하게 되는데 현재 학교에서는 선거·투표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선거의 중요성과 시민의 권리를 알리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선거교육에 '선거사범' 곽 전 교육감 단체도 

모의선거 교육은 장은주 영산대 성심교양대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추진단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장 교수는 독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민주시민 교육 전문가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시민교육이 희망이다’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학교와 교사는 사회적 쟁점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학교 민주시민교육 토론회에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학교와 교사는 사회적 쟁점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학교 민주시민교육 토론회에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제작과 교원연수 등의 실무는 모의선거 교육 경험이 있는 ‘한국YMCA전국연맹’과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담당한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지난 2017년 대선과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각각 6만명, 4만5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진행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이사장으로 있는 징검다리교육공동체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국 학교 13곳에서 모의선거를 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적 있는 곽 전 교육감이 선거교육을 맡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독일에선 청소년 선거에 100만명 참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외국에서도 모의선거를 통해 선거 교육을 한다. 미국은 민간단체인 ‘전국 학생‧학부모 모의선거 협회’가 전국적으로 학생 대상 모의 선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캐나다도 시민단체와 정부 선거관리기구가 선거기간 전에 ‘학생투표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정치·시민 교육이 활발한 독일도 1999년부터 18세 미만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선거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17년 9월 연방선거에 앞서 청소년 선거가 이뤄졌는데, 3490곳 학교에서 100만명 정도가 참여했다. 학생들은 한 달에 걸쳐 후보자 공약 분석과 토론회 활동 등을 벌이고, 직접 선거위원회·선거사무실 등을 운영하고 투표한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학교에서 모의선거를 하는 게 목표다.
 
독일은 민주시민교육의 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협약’으로도 유명하다. 1976년 서독에서 사회현안 교육을 위해 보수‧진보 양 진영이 합의한 원칙이다. 교사의 견해를 주입‧교화하지 말고, 사회 쟁점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스스로 비판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번 선거교육을 통해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측이 설치한 천막. 지난 10일 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은 3학년 최모군은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문 앞에 전국학생수호연합 측이 설치한 천막. 지난 10일 학폭위에서 징계를 받은 3학년 최모군은 무기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남궁민 기자

교육계 "준비 안된 선거교육, 정치화 우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에겐 생소한 선거교육이 학교를 정치 논쟁으로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교총은 지난 19일 최근 모의선거 교육의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국회의원 총선 후보자의 공약으로 학교에서 모의선거 교육을 할 경우 ‘인헌고 사태’처럼 편향 교육 논란과 갈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현재 교사의 정치편향 교육이 전국에서 논란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교육청은 이를 엄중 조치·근절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선거교육이 이뤄질 경우 교사의 지도방식에 대한 시비와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학생 간의 찬반 갈등으로 교실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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