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주택자 잡겠다고···정부, 서민 주거안정 2년만에 걷어찼다

중앙일보 2019.12.22 06:18
2년 만에 확 달라졌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현 정부가 공들여온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 말이다. 지난 12‧16대책에서 정부는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대폭 줄였다. 임대주택 등록 문턱을 확 높인 것이다.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희생하면서까지 집값 잡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12월 정부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임차가구 70%가 개인이 임대하는 주택에 거주하는 만큼 서민 주거 안정 위해 등록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고 일정한 임대기간을 보장한다. 세입자는 임대료 급등과 계약 종료 후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등록 임대주택 100만 가구를 확보해 총 200만 가구로 늘리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주택자가 임대주택 등록을 하도록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을 줬다. 전용 60㎡ 이하 임대주택에 대해 재산세를 50~75% 감면했고 취득세를 받지 않기로 했다. 주택가격 조건은 없었다. 건강보험료도 40~80% 감면했다.  
 
그러다 2년 새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를 위한 '당근'을 대부분 회수했다. 지난해 9·13대책으로 임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낮췄다. 조정대상지역 내에서는 양도소득세를 중과했고 종합부동산세도 물렸다. 
 
이번엔 그간 면적이나 임대 기간만 따지던 기준을 금액으로 확대했다. 6억원(지방 3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직접 거주도 해야 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평균 아파트값(12월 초 기준)은 8억2376만원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혜택을 늘려 등록 임대주택 확대를 꾀하려던 정부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집값 잡기' 때문이다. 등록 임대주택은 매매가 되지 않아 '주택 잠김 현상'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자 다주택자를 압박해 집을 팔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최정민 국토부 민간임대정책과장은 “2년 전 9‧13대책이 나온 후 등록 임대주택이 투기판 온상이 된다고 지속적으로 지적이 나왔고 이런 부분을 반영해서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등록 임대주택 확보를 통해 세를 들어 사는 서민의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은 흔들리게 됐다.
 
당시 98만 가구였던 등록 임대주택은 현재 50만 가구 늘어난 149만 가구다. 목표치의 50% 수준이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사실상 등록 임대주택 문을 닫기로 한 셈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준 가액에 상관없이 정부가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부정적 신호를 보인 만큼 등록 임대주택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임대주택 수익성도 나빠졌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세금이 늘어나면 임대주택 사업자 입장에선 거둬들이는 임대수익 대비 지출(세금)이 많아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지난해 9월만 해도 한 달간 전국에서 등록된 임대주택은 6만9857가구였지만, 9·13대책 이후 월평균 1만 가구 수준이다. 지난 11월은 1만1240가구에 그쳤다. 앞으로는 월평균 1만 가구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기존 임대주택 사업자도 임대주택 등록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9·13대책이 나온 후 올 들어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건수는 143건으로 올 들어 최고치다. 여기에 12·16대책 이 더하진 만큼 내년에는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에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거나 팔면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다.  
 
앞으로 2022년까지 당초 정부가 목표했던 50만 가구를 채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투기의 문제도 있지만, 실제로 다주택자들이 싸고 좋은 임대주택을 많이 내놔야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는 것도 사실인데 그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수급에 다른 가격 형성은 기본적인 것인데 집값을 잡으려면 수요가 꾸준한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 활성화 같은 공급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민간 임대주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 같은 세입자를 위한 고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