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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산타마을에서 피어난 북극 살리기 운동

중앙일보 2019.12.22 05:00
핀란드 산타마을에서 성탄 메시지를 밝힌 산타클로스. 빨간색 고깔모자를 쓴 요정들이 산타클로스와 함께 일한다. [로이터=연합]

핀란드 산타마을에서 성탄 메시지를 밝힌 산타클로스. 빨간색 고깔모자를 쓴 요정들이 산타클로스와 함께 일한다. [로이터=연합]

⑧산타마을을 품은 핀란드 로바니에미

 
12월에 북극을 얘기하는데 루돌프와 산타클로스를 빼먹을 순 없다. 북극지방엔 진짜 산타클로스 마을이 있다. 북위 66도33분, 북극권이 시작하는 곳에 있는 핀란드 라프란드 주의 수도 로바니에미다.  로바니에미를 찾은 것 모두 3번이지만, 그 중 겨울 방문은 2015년 뿐이다. 11월에 들어서면서 이미 영하 10도 정도로 떨어지는 로바니에미 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8시, 해가 진지 6시간이 넘은 시각이었다. 나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눈이 수북이 쌓인 언덕 위로 도드라지게 보이는 순록 형상을 한 황금색 네온사인이었다. 시내 이곳저곳을 밝히는 가로등도 순록 뿔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실로 온 마을이 순록의 상징으로 덮여 있었다.

핀란드에 있는 산타마을 위치 ( 로바니애미시 )

핀란드에 있는 산타마을 위치 ( 로바니애미시 )

 
레스토랑에서도 순록을 피해갈 수 없었다. 순록요리를 파는 식당에는 매년 순록에서 떨어져 나온 뿔로 실내등을 장식하기도 한다. 순록은 암수가 모두 뿔이 있고 1년에 한 번씩 새 뿔이 돋아난다. 순록 요리는 핀란드인에게 주된 단백질원이다. 로바니에미의 한 식당에서 맛 본 순록요리에는 햄버거 패티나 떡갈비처럼 순록고기를 으깨어 부드럽게 만든 것과 일반적인 스테이크가 감자와 함께 나왔다. 산타클로스의 친구 루돌프가 순록인데, 겨울 핀란드에서 순록요리라니….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북극 어느 지방에서 맛본 순록요리보다 맛있었다.  
핀란드 산타마을을 품고 있는 로바니에미의 레스토랑에서 맛본 순록요리. 왼쪽이 햄버거 패티처럼 만든 순록고기, 오른쪽이 스테이크 형태의 순록고기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핀란드 산타마을을 품고 있는 로바니에미의 레스토랑에서 맛본 순록요리. 왼쪽이 햄버거 패티처럼 만든 순록고기, 오른쪽이 스테이크 형태의 순록고기다.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산타 할아버지와 요정이 일하는 곳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에는 산타 할아버지의 집무실과 공식 우체국이 있어 산타클로스를 만나거나 연중 편지로 소통할 수도 있다. 매년 50만 명 가까운 방문자가 이곳을 들리고 있고 전세계에서 수 만 통의 편지가 이곳으로 배달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도 한국으로부터 온 많은 편지들이 놓여있었다. 운이 좋으면 산타 할아버지와 그를 도우는 엘프(요정)들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편지가 답신을 받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또 이곳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우체통에 편지를 써서 넣으면 우체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수신자들이 받을 수 있도록 보내 준다. 얼마 전 한국에도 이 우체국과 연결해주는 곳이 생겼다고 한다. 산타 마을로 인해 연간 2억 달러가 넘는 관광매출을 올리고 있어 6만 명 남짓한 사람들이 사는 로바니에미로서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산타클로스는 알려진바 대로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 270~343) 주교를 모델로 탄생했다. 주교는 어린아이들을 좋아해서 매년 12월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셨다고 한다. 현재 터키의 파타라에서 태어난 그의 이야기는 유럽에 퍼져 나갔고, 네덜란드 사람들에 의해 산 니콜라스라고 불렸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이 산테클라스(Santa Claus)라고 부르면서 지금의 산타클로스로 이어졌다. 그래서 이곳 공식 산타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는 사실 산타클로스 탄생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토머스 네스트라는 작가에 의해 산타가 사는 곳이 북극점으로 묘사되면서 지중해에서 태어난 니콜라스 주교의 이야기는 이곳 북극권에서 둥지를 틀었고, 예로부터 전해오던 지역의 옛이야기들과 연결되면서 많은 산타마을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 로바니에미이 산타마을 중심에 있는 산타클로스 우체국. 산타클로스와 요정들이 전세계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곳이다. [로이터=연합]

핀란드 로바니에미이 산타마을 중심에 있는 산타클로스 우체국. 산타클로스와 요정들이 전세계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곳이다. [로이터=연합]

세계 각국의 산타클로스 원조 경쟁  

 
산타가 실제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곳도 여러 곳이 있다. 로바니에미가 산타마을이지만 핀란드 사람들은 코르바툰투리(Korvatunturi)라는 좀 더 북쪽의 숲에서 산타클로스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모라(Mora)라는 지역의 깊은 숲속에 살고 있다고 하고, 노르웨이 사람들은 드로박(Drobak)이라는 곳에서 산타가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사람들은 그린란드의 콩스가든(Kongsgarden)이 산타가 사는 곳이라고 한다.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알래스카의 노스폴(North Pole)이라는 작은 마을은 산타와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물론 니콜라스 주교가 태어난 터키의 미라(Myra)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산타가 한 분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디에 살든 아무렴 어떤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착한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선물을 배달해 주기 위해서라면.

 
로바니에미는 산타 외에도 북극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긴 냉전 끝에 처음으로 미국과 옛 소련이 다른 6개국과 함께 북극권의 환경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첫 회의가 1989년 이곳 로바니에미에서 열렸다. 1991년 다시 이곳에서 개최된 최초의 장관회의에서 북극환경보호전략이 승인됨으로써 북극문제는 40년 넘게 지속되어 온 긴 암흑기를 끝내고 국제적인 논의를 통해 대응할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 전략은 이후 1996년에 이르러 현재 가장 영향력이 큰 북극국가 협의체인 북극이사회 창설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로바니에미 프로세스’라 하며 지금까지도 북극의 평화로운 이용과 협력의 기반이 되는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극이사회는 평화와 미래를 상징하는 산타클로스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가 지구촌 사람들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도 비록 옵서버이긴 하지만 이렇게 창설된 북극이사회에 가입하게 되어 체계적인 북극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로바니에미가 준 선물의 수혜자이다.  
지난 5월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장관급 회의. [로이터=연합]

지난 5월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장관급 회의. [로이터=연합]

산타마을이 지구촌에 준 선물, 북극이사회  

 
 
하지만 지난 5월, 북극이사회의 태동지인 이곳 로바니에미에서 개최된 북극이사회 11차 장관회의는 전문가들에게는 충격적인 결말로 끝이 났다. 그전 10차례의 장관회의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공동선언문 도출에 실패했고, 의장국인 핀란드의 의장성명과 부속문건의 채택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단어의 사용에 대해 미국과 나머지 국가간의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과학과 국제정치가 소통이 되지 않은 여러 사례 중의 하나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그 불협화음의 장소가 바로 북극이사회가 태동된 로바니에미라는 것이 특히 가슴이 아팠다. 30년전 로바니에미가 쏘아올린 북극협력의 정신이 수명이 다하지 않았길 바란다. 산타클로스의 축복담긴 선물이 다시 한번 지구촌에 뿌려지길 희망한다.    
 
핀란드는 북극해에 면해 있는 연안국은 아니지만 겨울철에 얼어붙는 발틱해와 보트니아만에서의 경험을 통해 세계 최고의 쇄빙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통신분야에서도 선도적인 국가이다. 또 북극항로 해저에 케이블을 깔아 북극권의 통신인프라 개선은 물론 북유럽과 아시아 간의 새로운 통신루트 개설을 러시아와 함께 검토 중이고, 최근 로바니에미를 중심으로 핀란드 북부지역의 철도를 노르웨이 키르케네스로 연장하여 북극해로 진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이뤄지면 핀란드는 시베리아 철도 및 유럽철도를 북극해항로와 연결시키는 거점이 되면서 라프란드 지역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동아시아에 공급하고 필요한 에너지자원을 바렌츠지역으로 부터 도입하는 혁신적인 인프라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북극의 배후권역을 세계경제의 중심인 서유럽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로바니에미는 30년전 북극환경협력의 시점에서 시작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북극비즈니스의 중요한 축으로 변모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핀란드 산타마을 공식요정 티나 타칼라가 한글로 주소를 적어 보내온 편지.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핀란드 산타마을 공식요정 티나 타칼라가 한글로 주소를 적어 보내온 편지.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산타마을 요정이 보내온 크리스마스 카드  

 
필자가 속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는 2015년부터 북극권 학생들과 우리나라 학생들이 같이 북극을 배울 수 있는 단기 프로그램인 한국북극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 첫회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티나 타칼라는 로바니에미 출신으로 당시 산타클로스마을의 요정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산타마을의 공식 요정이 한국에서 운영하는 북극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다니! 이 또한 로바니에미가 우리에게 준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더 고마운 것은 그 친구가 매년 빼놓지 않고 어설프지만 정성스럽게 쓴 한글주소로 내게 카드를 보내줘서 핀란드의 산타클로스마을과 크리스마스를 잊지 않도록 해준다. 우표직인에서 이 카드가  산타클로스마을에서 보내졌음을 알려준다. 그녀의 작은 정성이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도 따스하게 전해지길 바란다.  
 
⑨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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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