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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보다 느리던 '굴욕 기차'···경전선, 89년 만에 전철화된다

중앙일보 2019.12.22 05:00

'눈물의 경전선' 89년 만에 전철화

전남도가 지난 4월 27일 진행한 느림보열차 체험 홍보 포스터(왼쪽)와 경전선 중 순천~광양구간 개통식 당시 모습. [중앙포토]

전남도가 지난 4월 27일 진행한 느림보열차 체험 홍보 포스터(왼쪽)와 경전선 중 순천~광양구간 개통식 당시 모습. [중앙포토]

지난 4월 27일 전남 목포역에서는 ‘느림보열차 체험’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목포~부산 부전(경전선) 구간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이벤트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SNS서포터즈단, 학생, 언론인 등 170여명이 참여한 행사는 6시간33분 동안 진행됐다. 열차가 388㎞를 달리는 동안 정차한 역사만 42곳에 달한 것도 주목할 만했다.
 

정부의 예타 재조사 통과…2023년 개통
보성~순천 우선 착공…영호남 소통 활기
목포~부산 이동, 6시간대→2시간대 단축

이날 행사는 경전선 중 송정~순천 구간 전철화를 촉구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전체 노선 중 광주~순천 구간이 현재까지 단선으로 남아있어서다. 전국적으로도 구간길이 200㎞ 이상 4대 간선철도(경부·호남·중앙·경전선) 중 전철화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해당 구간은 1930년 개통 당시의 철로를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하면서 ‘느림보 철도’라는 오명을 썼다. 버스로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기차를 타면 2시간20분을 이동해야 해서다. 전남도는 이런 불편함을 부각하기 위해 이날 체험 전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은 국토의 남부권을 동서로 잇는 유일한 철도다. 이중 호남 구간은 과거 식민지 수탈과 지역 차별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개통 당시인 일제강점기 때는 농산물 수탈에 이용된 데다 개통 후로 한 차례도 개선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현재 목포와 부산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하루에 한 차례만 운행된다.  
 
국가철도망구축 계획(2016년~2025년·왼쪽)과 경전선(광주~순천) 전철화 사업 이동시간 변화. [중앙포토]

국가철도망구축 계획(2016년~2025년·왼쪽)과 경전선(광주~순천) 전철화 사업 이동시간 변화. [중앙포토]

일제강점기 건설, 수탈의 상징

지난 89년간 수탈과 소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광주~순천 구간 전철화가 결국 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동안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사업이 예타 재조사를 통과한 것이다.
 
20일 전남도에 따르면 해당 철로의 전철화 사업에 대해 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사업계획 적정성' 결정을 내렸다. 경전선 전철화에 대한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재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은 0.88·종합평가(AHP)는 0.653이 나왔다. B/C는 타당성 기준인 1을 넘지 못했지만 AHP는 0.5를 상회해 예타를 넘어섰다.
 
총 122.2㎞ 길이인 경전선 개량 및 전철화에는 1조7703억 원이 투입된다. 설계속도는 시속 250㎞로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된다.
 
반세기 동안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던 옛 경전선 섬진철교. [연합뉴스]

반세기 동안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던 옛 경전선 섬진철교. [연합뉴스]

'6시간33분' 목포~부산, 2시간대로

전 구간 전철화 개통시 목포에서 부산까지 이동시간이 현재 6시간33분에서 4시간9분이 단축된 2시간24분으로 줄어든다. 광주에서는 현재 5시간42분에서 3시간6분이 단축된 2시간36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경전선 전철화 사업을 통해 목포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남해안 고속전철시대가 열리게 됐다”며 “두 지역을 오가는 소요시간이 크게 단축됨에 따라 영·호남 경제·문화 교류와 관광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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