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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이 본국 송환 시한인데···베이징 北식당 "뭔 일 있습네까"

중앙일보 2019.12.22 05:00
베이징의 한 북한 식당. 유엔 대북 제재 2397호가 22일까지 북한 노동자의 본국 송환을 의무화한 가운데 여전히 성업 중이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의 한 북한 식당. 유엔 대북 제재 2397호가 22일까지 북한 노동자의 본국 송환을 의무화한 가운데 여전히 성업 중이다. 신경진 기자

“22일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손님이 묻는 데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북한 노동자 본국 송환 시한 앞두고 성업중
“25일 예약 OK” 무료공연 미끼 귀빈방 권유
북 노동자 산업연수생 내세워 제재 무력화

지난 18일 저녁 찾아간 베이징의 북한 식당 ‘옥류관’ 여직원이 물었다. 2층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다. 평양에서 음악을 전공했다는 20대 초반의 직원은 유엔이 규정한 본국 강제 송환 마감 시한을 전혀 모르는 기색이었다.
 
김정일 사망 8주기이던 17일 낮에는 조선족 교포가 운영하는 북한식 식당 ‘대동강’을 찾았다. 중국 손님이 홀의 좌석을 거의 채웠고 룸을 오가는 종업원도 분주했다. 이날 하루 12시 반과 7시 공연을 하지 않았을 뿐 연말까지 노래와 춤 공연은 물론 예약까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열흘 전 찾아간 북한 대사관 인근의 고급 북한 식당인 ‘동해 해당화’ 역시 송환을 대비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17일에는 전화로 크리스마스 저녁을 예약했다. 종업원은 “문제없다”면서 “최소 2800위안(약 47만원)을 소비하면 무료로 공연해드린다”며 귀빈 방 예약까지 권했다.
 
20일 또 다른 북한 식당 ‘은반관’을 찾았다. 북한 대사관과 담을 맞댄 이곳에는 간간히 북한 손님만 보였다. 연말 2층 룸 예약이 가능한지를 묻자 계산대 직원은 “이리로 전화하시면 됩니다”라며 퉁명스럽게 명함만 건넸다. 며칠 새 말을 아끼라는 지침을 받은 듯했다.
 
베이징의 북한 식당은 이처럼 외화벌이 북한 노동자의 본국 송환을 의무화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397호의 무풍지대다. 22일은 결의안 2397호가 규정한 송환 마감일이지만 북한의 최대 노동자 송출국(약 5만명 추산)인 중국의 수도에서 균열이 시작됐다.
 
지난달 19일까지 42개국이 제출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 약 2만3200명이 송환됐다. 유엔은 북한의 외화벌이 해외노동자를 약 1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22일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를 규탄하며 “회원국 내 북한 노동자와 안전관리원 모두를 본국 송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베이징 북한 대사관 근처의 한 북한 식당. 북한 노동자 본국 송환을 의무화한 유엔 대북 제재를 무시한 채 연말까지 예약이 문제 없다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북한 대사관 근처의 한 북한 식당. 북한 노동자 본국 송환을 의무화한 유엔 대북 제재를 무시한 채 연말까지 예약이 문제 없다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대다수 북한 노동자가 일하는 중국 동북의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등 북·중 접경 공장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들은 근무 중인 북한 노동자가 공무 여권을 소지한 ‘산업연수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단둥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의 취업비자를 받은 노동자가 아니라서 안보리 제재대상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북·중 관계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도 22일 중앙일보에 “제재를 우회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면서 “22일 전후로 잠시 북한으로 복귀했다가 임시 통행증인 도강증이나 공무 여권을 갖고 다시 나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상호 교차 방문 이후 북·중 관계가 꾸준히 회복된 결과다. 미·중간 대북 제재 공조가 '제대로' 작동하던 2017년 11월, 중국의 대북 석유 수출이 30% 이상 줄면서 평양에 목탄차가 늘어났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 함께 제출한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에 북한 해외노동자 송환 중단을 포함시켰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의 제재 이행과 관련한 최근 상황은 북한과의 합자회사 설립을 금지한 결의 2375호가 시행됐던 지난 2018년 1월 10일을 앞두고 합자회사 명의를 중국인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제재를 무력화했던 때와 비교해도 더욱 심하다는 평가다.
 
베이징 북한 대사관의 벽에 붙어 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고, 노동당 대회 결정 실천을 독려하는 구호(사진 아래 2018년 1월 촬영)가 최근 들어 사라졌다(사진 위 2019년 12월). 신경진 기자

베이징 북한 대사관의 벽에 붙어 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고, 노동당 대회 결정 실천을 독려하는 구호(사진 아래 2018년 1월 촬영)가 최근 들어 사라졌다(사진 위 2019년 12월). 신경진 기자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안보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결의가 유효한 한 중국은 국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보리 대북 결의는 전면적이고 완전하며 균형되게 집행돼야 한다”며 “제재를 적절할 때에 조정하고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안보리 결의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제재 위반 시 자동으로 추가 제재를 발동하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이라고 부르는 2397호 결의안 28조의 내용 중 서로 다른 곳에 방점을 찍고 있다. 28조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금지한) 규정을 준수하는 상황에 근거해 이들 (제재) 조치의 강화, 수정, 중지, 해제가 필요한지 심사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미국은 제재 추가 위반 시 '강화'와 '수정'을, 중국은 결의 준수 시 '중지'와 '해제'를 각각 강조하는 것이다. 북한 근로자 전원 송환 마감일인 22일 베이징이 사실상 송환의 무풍지대가 되고 있는 이유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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