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약사 동원한 수상한 학술대회…노조 “병원이 납품업체 돈 뜯어”

중앙일보 2019.12.22 05:00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가 지난 16일 충주시청에서 학술대회 부당 지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가 지난 16일 충주시청에서 학술대회 부당 지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

 
건국대 충주병원이 학술대회를 진행하면서 거래 업체로부터 부당한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 "학술대회 명목 부당 협찬"
병원 4차례 학술대회, 거래업체 1억3600만원 지원
노조 국민권익위 진정서 제출…내년 1월 조사 예정

 
22일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2017년~2019년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제약사와 의약품 납품업체,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행사 홍보비 등 1억3600여만 원을 지원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제약사나 의료기기 판매업체는 제품설명회나 시제품 제공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는 “문제가 된 행사는 명칭만 학술대회일 뿐 병원 관계자만 모인 자체 행사여서 거래 업체에서 협찬금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건대 충주병원은 2017년 5월 충북 제천의 한 리조트에서 춘계 학술대회, 12월 추계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제약사 등 협력업체에서 부스 설치비와 광고비로 각각 3000만원, 3597만원을 받았다. 2018년 5월 제천의 한 호텔에서 춘계 학술대회를 진행하면서 43개 업체로부터 3615만원을 받았다. 지난 2월 열린 동계 학술대회에선 38개 업체로부터 3420만원을 광고비 등으로 받았다.
 
노조는 이 행사가 학술대회가 아니라고 한다. 남궁동호 노조위원장은 “학술대회는 의사협회나 약사협회, 치과협회 등 비영리단체 주관으로 의사를 초청해 의료 기술이나 신약 설명회를 진행하는데, 건대 충주병원에서 한 행사는 콘퍼런스 형태였다”며 “콘퍼런스는 병원 각 과 과장들이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상시 교육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학술대회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알약 이미지. [중앙포토]

알약 이미지. [중앙포토]

 
남궁 위원장은 이어 “병원 측이 편법으로 학술대회를 연 이유는 행사비 조달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병원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납품 업체로부터 돈을 뜯은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지난 2월 치러진 학술대회는 이모 교수의 정년 퇴임식을 겸한 행사였다고 밝혔다. 제약회사에 협찬을 유도하기 위해 업체에 보낸 학술대회 내용과 병원 내부용 자료를 이중으로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에게는 에어 프라이기 등을 선물했다. 노조는 학술대회 협찬금이 행사장 이용료와 식사비, 기념품 구매 등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거래유지 등을 목적으로 금전이나 대가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부당 리베이트 수수에 있어 제공자와 의료인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죄가 시행 중이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약품 구매 시 약사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계약한다. 남궁 위원장은 “제약사나 약품 도매상은 병원과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학술대회 협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부정 협찬금을 받는 일이 많아지면 결국 국민의 의료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병원의 오래된 관행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도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16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권익위는 내년 1월 조사관을 파견해 노조가 제기한 의혹을 확인할 예정이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4차례 학술대회가 요건을 갖춘 행사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서류는 권익위 조사가 시작되면 제출할 예정이다. 
 
건국대 충주병원 관계자는 “당시 협찬 받은 금액에 대해 업체에 학술대회 명목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결제가 이뤄진 사실은 확인했다”며 “학술대회는 통상 상하반기에 1회씩 진행한다. 2017년 이전에 병원 자체 행사에서 거래업체로부터 홍보비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임 병원장 재직 당시에 발생한 일로 문제가 있는 지 여부는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