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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열광의 도가니…'코리안 좀비' 정찬성, 폭풍 펀치로 TKO승

중앙일보 2019.12.21 22:19
정찬성이 에드가를 1라운드 3분18초 만에 꺾었다. 송봉근 기자

정찬성이 에드가를 1라운드 3분18초 만에 꺾었다. 송봉근 기자

'코리안 좀비' 정찬성(32)이 화끈한 펀치로 미국종합격투기 UFC 한국 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4위 에드가 꺾고 차기 타이틀 도전
1만여 관중 "좀비, 좀비" 연호해

 
6위 정찬성은 2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부산' 페더급(66㎏급) 메인이벤트에서 4위 프랭키 에드가(38·미국)에 파운딩으로 1라운드 3분18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2경기 연속 1라운드 KO승. 정찬성은 UFC 선정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친 선수로 뽑혔다. 
 
에드가는 마흔을 바라보는 노장이지만, UFC 레전드로 꼽히는 파이터다. 라이트급 타이틀 방어에 세 차례나 성공했고, UFC에서 17승을 거두며 역대 다승 공동 10위다. 정상급 선수인 에드가를 꺾은 정찬성은 차기 페더급 타이틀 도전 가능성을 한껏 키웠다. 이번 대회는 2015년 서울 대회 이후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UFC 대회다.
 
정찬성은 1라운드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쳤다. 좌우 연타에 에드가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정찬성은 에드가에 올라타 쉴 새 없이 파운딩을 쏟아부었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자, 정찬성은 양팔을 크게 벌리고 포효했다. 
 
에드가는 정찬성의 소나기 펀치를 맞고도 간신히 일어섰다. 하지만 집요하게 따라붙은 정찬성의 공격에 끝내 쓰러졌다. 정찬성은 좌우 원투 펀치를 꽂으며 에드가에게 두 번째 다운을 뺐었다.
 
경기장 가든 채운 홈 1만여 관중은 "좀비, 좀비, 좀비"를 외쳤다. 승리 후 정찬성은 "너무 좋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 에드가와 25분동안 싸우고 싶었지만 그 부분이 아쉽지만, 다행이기도 하다. 10주동안 외국을 오가며 훈련 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서 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한 부담은 많았다. 그 동안에 해외에서 메인 이벤트를 치르는 것이 오늘 경기에 대해 많은 도움이 됐다. 등장할 때 관객들을 신경 쓰는 것은 아무 쓸모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번에도 그랬다. 다음은 서울에서 합시다"고 덧붙였다.
 
당초 정찬성은 2위 브라이언 오르테가(28·미국)와 대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오르테가의 출전이 무산됐고, 상대는 에드가로 바뀌었다. 정찬성은 "6월부터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에게 '한국 대회를 열어달라'고 졸랐다. 오르테가의 부상 소식을 듣고 이번 시합을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내가 성사시킨 한국 대회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에드가와 대결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정찬성은 중학교 2학년 때인 2002년 합기도로 격투기에 입문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었다. 재능을 보인 그는 이후 킥복싱과 주짓수까지 익혔고, 격투기 선수를 꿈꿨다. 별명인 '좀비'도 이때 붙었다. 그는 “매일 자정까지 운동했다. 잠도 안 자고 연습한다고 해서 체육관 관장님이 '좀비'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격투기 대회에 출전했다. 생활비와 훈련비를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호프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참가비를 내고 대회에 나서는 신세였기 때문에 돈을 번다는 건 꿈같은 얘기였다. 서울 월계동 광운대 앞의 월세 18만 원짜리 고시원에서 지냈다. 2008년에야 처음으로 대전료 100만원을 받고 링에 섰다. 2010년 미국 무대에 입성한 그는 공격적인 플레이에 KO승이 많아 인기가 높았다. 대전료도 수천만 원대까지 뛰었다.
 
정찬성의 소속사는 특이하게도 래퍼 박재범(32)이 대표인 힙합 레이블 AOMG이다. 자신이 운영하던 체육관에 다니는 박재범에게 지난해 광고와 관련해 상의하다가 한 식구가 됐다. 이날 경기장엔 쿠드쿤스트, 로꼬 등 AOMG 소속 아티스트들이 여럿 경기장을 찾아 정찬성을 응원했다.
 
정찬성은 "나는 (페더급 챔피언인 알렉산더) 볼카노스키를 원한다"며 "이렇게 한국에서 열리는 UFC에서 메인이벤터가 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부산=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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