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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축제·빙어낚시… 농촌 달려가 추위와 놀자

중앙일보 2019.12.21 15:00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60)

 
아무리 날이 푸근하다 하더라도 겨울은 겨울이다. 잠시라도 온도가 떨어지면 무엇을 더 걸쳐도 춥다. 입에 김이 호호 나오면서도 옛날 생각하면 덜 추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길에 나가 보니 골목에 아무도 없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인데 아무도 없다. 일요일인데도 없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놀러 갔을까.
 
잠시 예전에 놀던 이야기를 하련다. 겨울에 밖에서 논다면 역시 팽이치기가 최고였다. 얼음판 위에서 원뿔 모양으로 깎아 만든 팽이를 채로 쳐서 돌리며 노는 것이 팽이치기다. 팽이 놀이는 신라 시대에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왔다가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는 걸 보면 삼국 시대 때부터 있었다. 사실 전 세계에 팽이치기와 비슷한 놀이는 다 있다.
 
팽이치기는 바싹 얼어붙은 땅이나 얼음판에서 할 수 있다. 팽이는 줄을 감아서 던지는 것하고 손으로 돌려서 돌린 다음에 줄을 쳐서 계속 돌리는 것이 있다. 계속 돌려서 쓰러지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인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한번 하면 못 놓는다. 그래서 얼굴이 다 얼도록 계속한다.
 
겨울에는 역시 팽이치기가 최고였다. 계속 돌려서 쓰러지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인데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하면 얼굴이 다 얼도록 계속한다. [중앙포토]

겨울에는 역시 팽이치기가 최고였다. 계속 돌려서 쓰러지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인데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하면 얼굴이 다 얼도록 계속한다. [중앙포토]

 
그리고 얼음판을 찾아 노는 것이 썰매였다. 얼음 썰매, 지금 대세는 눈썰매다. 얼음이 꽝꽝 어는 이 겨울에만 탈 수 있는 썰매가 나는 제일 기다려졌다. 지금 겨울왕국 2가 또 히트를 치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스벤이라는 순록이 썰매를 끈다.
 
썰매는 원래 겨울철 이동수단이었다. 산타 할아버지도 썰매를 타고 다니지 않는가. 알래스카에는 개썰매도 있다. 우리도 눈이 많은 지역에서는 썰매가 중요한 이동수단이었다. 지금은 자동차가 있으니까 이동수단으로는 필요가 없어지고 대신 놀이기구로 남게 되었다.
 
요즘은 스키장마다 아이들을 위한 눈썰매장이 따로 있다. 아이들만 타는 게 아니라 어른들도 타고, 눈을 처음 보는 동남아 관광객도 즐겨 탄다. 지금은 스키장의 부대 시설이 눈썰매장이지만 예전에는 스키장 가기가 여의치 않아 스키장의 대체재로 눈썰매장을 갔다. 대형 놀이공원은 스키썰매라 해 리프트로 올라가 바닥에 스키 날이 있는 큰 썰매를 타고 내려오기도 했다. 동남아 사람들이 겨울에 한국에 오면 제일 좋아하는 게 눈썰매란다. 스키는 배워야 타는데 눈썰매는 쉽게 탈 수 있고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얼음이 꽝꽝 어는 겨울에만 탈 수 있는 눈썰매가 나는 제일 기다려졌다. 스키는 배워야 타는데 눈썰매는 쉽게 탈 수 있고 재미도 있다. [중앙포토]

얼음이 꽝꽝 어는 겨울에만 탈 수 있는 눈썰매가 나는 제일 기다려졌다. 스키는 배워야 타는데 눈썰매는 쉽게 탈 수 있고 재미도 있다. [중앙포토]

 
눈이 오면 역시 눈싸움을 해야 한다. 눈싸움을 해 본지가 참 오래되었다. 군대 있을 때 눈 치우다가 한 적이 있는데 욕을 엄청 먹었던 거로 기억난다. 눈싸움을 하다 보면 꼭 눈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겨울왕국의 올라프는 참 잘 만든 눈사람이다. 눈싸움이나 눈사람 만들기 둘 다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굉장히 힘든 노동이다. 눈사람을 본 지가 오래되었다.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지 않고 몽땅 치우는 세상이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이면 연을 날렸다. 요즈음은 사계절 하는 게 연날리기지만 겨울바람이 연날리기에 가장 좋다. 연은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다. 대나무로 얇게 연살을 다듬어 한지에 붙이고 벌이줄을 맨 후 ‘얼레’의 실과 묶는다. 연은 예술작품이다. 종류도 다양하여, 눈썹연, 반달연, 치마연, 흰연, 꼬리연, 먹꼭지연, 가오리연, 방패연 등 70여종이 있다.
 
정초에 연날리기하다가 보름이 되면, ‘액막이’라 해 연에다 ‘모생모야신액소멸’, ‘송액’, ‘송액영복’등의 글을 써서 하늘 높이 올린 뒤 실을 끊어 날려 보낸다. 이렇게 하면 액을 연이 가지고 가, 한 해를 탈 없이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기왕이면 가족끼리 나들이 가서 연을 날리고 액막이글을 써서 날려 보내는 이벤트를 하면 좋겠다. 그냥 놀기만 하지 말고 이렇게 의미를 담아서 놀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추우니 방으로 들어가자. 겨울철 아랫목에 앉아서 하면 좋은 놀이는 윷놀이를 빼놓을 수 없다. 윷놀이가 처음에는 재미없을 것 같아도 일단 시작하면 다섯판은 기본이다. 특히 윷놀이는 단체전을 할 때 더 재미있다. 물론 성인 가족들이 모이면 화투가 참 좋다. 3인에서 6인이 모여서 손을 맞추면 화합이 된다. 물론 1 대 1 ‘맞고’도 좋다.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해야 한다. 눈싸움을 하다 보면 꼭 눈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눈싸움이나 눈사람 만들기 둘 다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굉장히 힘든 노동이다. [중앙포토]

눈이 오면 눈싸움을 해야 한다. 눈싸움을 하다 보면 꼭 눈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눈싸움이나 눈사람 만들기 둘 다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굉장히 힘든 노동이다. [중앙포토]

 
지금은 겨울에 실내에서만 주로 놀지만 겨울철 전래놀이는 모두 밖에서 하였다. 아마도 겨울에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햇볕도 보고 운동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모두 다 야외 놀이이다. 그래서 아이들보고 나가서 놀라고 해도 현실이 좋지 않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고 싶어도 놀만 한 공간이 없으니까 집에서 게임만 하게 된다. 대도시에서는 실내 스포츠 파크가 인기란다. 구슬치기할만한 흙바닥이 없다는 현실이 놀이문화를 바꾼 것이다.
 
그래도 겨울에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부터 지방은 축제가 시작되고 있다. 송어 축제, 빙어 축제, 산천어 축제를 비롯한 얼음 축제, 눈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집 밖의 골목이 흙 바닥이 아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바뀌었으니 축제장에 가서 놀아야 한다. 그리고 마을에 가서 마을 골목을 걸어보자. 흙을 밟고 산다는 것을 가장 잘 느끼게 해 주는 계절이 겨울이다.
 
슬로우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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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필진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 농촌이나 어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기억을 잊지 못해 귀농·귀촌을 지르는 사람이 많다. “나는 원래 농촌 체질인가 봐”라며 땅 사고 집도 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귀농·귀촌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녹록지 않다. 필자는 현역 때 출장 간 시골 마을 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리워 귀농·귀촌을 결심한 농촌관광 컨설턴트다. 그러나 준비만 12년째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준비한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정착한다고 했다. 귀농·귀촌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정착 요령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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