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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농업·웰니스·미세먼지 특화…‘길을 만드는’ 인재 키운다

중앙선데이 2019.12.21 00:21 666호 9면 지면보기

[양영유의 총장 열전] 임태희 국립 한경대 총장

‘안성맞춤’의 고장인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경대는 국립대학이다. 13개 학부 31개 전공의 입학정원은 1143명, 전체 재학생은 5400여 명이다. 작은 대학이지만 농생명·웰니스·환경 분야의 경쟁력이 탄탄하다. 교육분야를 오래 취재했어도 한경대 방문은 처음이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제1 농학관에 가보니 다양한 연구실과 식물종 보관실이 있었다. 3층 채소원예학 실험실에서 만난 이효주(식물바이오 박사과정)씨는 “쌀 전분 함량변화와 유전자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0년 전인 1939년 농업학교로 출발한 한경대의 숨결이 느껴졌다.
 

농업학교로 출발, 80년된 ‘강소대’
농업·복지·환경 등 경쟁력 탄탄

기존 학과 13개로 통합 학부제 도입
2030년까지 전국 30위권이 목표

세계 농업 AI 대회 본선에 진출
인간 농사왕과 토마토 재배 겨뤄

총장실에는 ‘길을 만드는 대학, 경기 대표 국립대학’이란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임태희(63) 총장은 “2017년 10월 부임 후 저출산·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발전 방향을 함축해 만든 구호”라고 말했다. 재무 공무원을 거쳐 3선 국회의원과 노동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친 임 총장은 사실 대학인은 아니다. 그렇지만 상아탑 물이 흠뻑 든 인상이었다.
  
한국복지대와 통합 추진, 시너지 낼 것
 
2030년까지 전국 3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한경 비전 2030’을 선포한 임태희 총장이 중앙도서관에서 미래 구상을 밝히고 있다. 신인섭 기자

2030년까지 전국 3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한경 비전 2030’을 선포한 임태희 총장이 중앙도서관에서 미래 구상을 밝히고 있다. 신인섭 기자

막상 대학을 이끌어보니 어떤가요.
“총장직은 3D 업종이라는 분들이 많더군요. 겪어보니 정치나 공직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곳이 학교네요. 교육부 정책의 문제점도 보이더군요. 동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재정지원 사업을 하니 자율 운영이 어려워요. 대입 때문에 고교교육이 획일화되듯 획일적 평가 때문에 서열화만 남는 듯해요.”
 
국립대는 운신의 폭이 더 좁지요.
“국립대도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하는 사례를 만들려 합니다. 그걸 내걸고 총장에 응모했고, 선택됐고, 구성원과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임 총장은 12월 5일 ‘한경 비전 2030’을 선포했다. 도전하는 지성인, 융합형 전문인, 소통하는 사회인이 3대 키워드다. 1단계(2019~2021년) 기반구축, 2단계(2022~2025년) 개혁확산, 3단계(2026~2030) 조직문화 확립이다. 길을 닦는 여정을 통해 2030년까지 전국 30위권 대학에 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길을 만들려 합니까.
“인공지능(AI) 스마트팜이 중심인 농생명,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스마일 에이징(smile aging)’, 국립 전문대인 한국복지대(평택시)와의 통합, 그리고 미세먼지 등 환경분야 특화입니다. 도전과 창조적 발상이 길의 핵심입니다.”
 
AI 농업, 참 매력적입니다.
“한경대는 종자와 바이오 가스 연구 경쟁력이 탄탄해요. 특히 김태완 식물생명환경공학과 교수가 국내 최다인 1400개 이상의 종자를 확보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 스마트팜 연구에 승부를 겁니다. 미래 농업 전문가인 민승규 박사를 석좌교수로 모셔온 까닭이죠. 농림부 차관과 농촌진흥청장을 지낸 분인데 벤처농업대를 운영하며 도전하고 있어요.”
 
민 박사의 ‘디지로그(DigiLog) 팀’이 AI 농업대회 본선에 진출했지요.
“세계 최고 농업대학인 네덜란드 바헤닝언대와 중국 IT기업 텐센트가 공동 주체한 ‘2019 세계 농업 인공지능대회’에서 당당히 2위로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나갔어요. 팀 명인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는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지어주셨죠.”
 
농업 AI대회 본선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19일부터 6개월 동안 바헤닝언대 유리온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해요. 인간 이세돌하고 알파고가 바둑을 두듯, 본선 진출 AI 5개 팀과 네덜란드 인간 농사왕이 겨룹니다. 5개 팀은 사람 개입 없이 AI 판단만으로 모든 결정을 내려요. 물을 얼마나 줄지, 햇빛 총량을 얼마로 할지, 비료는 얼마나 줄지를 AI가 판단하죠. 6개월 뒤 방울토마토 수확량과 품질을 농사왕하고 비교합니다.”
 
오이를 재배한 2018년 1회 대회에선 우승팀 수확량이 재배 경력 20년의 베테랑 농부 수확량보다 14% 많아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임 총장은 “AI와 빅 테이터를 활용하면 설비 자동화와 병충해 조기탐지, 소비자 기호까지 분석할 수 있다”며 “혁신적인 농법을 커리큘럼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총장은 두 번째 브랜드로 ‘웰니스(Wellness)’를 꼽았다. 웰니스는 ‘well-being+happiness+fitness’의 합성어다. 웰니스산업융합부를 만들고 한국복지대와의 통합을 통해 장·노년기 삶의 질 연구를 특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간 30만 명도 태어나지 않는 시대의 고령 인구는 저출산 세대에게 짐이 됩니다. 기성세대가 건강하게 나이 먹는 스마일 에이징이 중요해요.”
 
스마일 에이징 개념이 신선하네요.
“웃어야 합니다. 건강해야 웃을 수 있어요. 그 다음엔 일이죠. 일이 없으면 웃을 수 없어요. 그 다음엔 문화와 인간관계죠. 고령화 사회 키워드입니다.”
 
웰니스산업융합학부의 전공은.
“의류산업학·아동가족복지학·식품영양학·웰니스스포츠과학이 있어요. 여기서 융·복합이 일어나죠. 영양·패션·사회복지·스포츠가 어우러집니다.”
 
한국복지대와 합치려는 이유군요.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통폐합은 불가피합니다. 그간은 구조조정이나 규모 확대에 치중해 사실상 실패했어요. 우리는 시너지를 내는 새 모델입니다. 복지대는 13개 학과, 입학정원 211명의 미니 대학입니다. 정원 30%를 장애 학생으로 뽑아요. 통합해도 그런 원칙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4년제 간 통합은 정원의 40%, 4년제와 전문대는 20%를 줄이라 합니다. 획일적 기준이 대학을 망칩니다.”
 
총장들이 교육부에 불만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건전성 규제만 해야지요. 건전성만 살피고 자유롭게 놔둬야지요. 지금은 전부 사전 규제입니다.”
 
임 총장은 경험담을 소개했다. 재무부 공무원 시절 규제를 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 줄 알았는데 ‘이재국(理財局)’ 간판을 떼어보니 더 잘 되더라는 것이다. 조직 영향력만 키우려는 공무원 세계의 법칙을 깨야 한다는 얘기였다.
 
교육부의 입시 통제는 어떻게 봅니까.
“조국 사태로 대입을 바꾼 건 신중하지 못했어요. 학생부종합전형은 장점도 많아요. 수시 입학생이 정시 입학생보다 적응 잘하고 만족도가 높아요. 스카이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이 그렇죠. 교육부가 몇 년 후 이번 결정을 설명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수능 100% 반영해 정시 385명 뽑기로
 
정시가 시작되는데 어떻게 뽑나요.
“이번 입시(2020학년도)부터 기존 학과를 13개로 통합한 학부제를 도입했어요. 다양한 영역에 밝고 종합적 사고능력을 갖춘 T자형 인재를 키우기 위한 결단입니다. 2학년 때 전공을 고릅니다. 정시는 26~31일 385명을 모집합니다. 일부 실기 전공을 제외하고 수능을 100% 반영해요. 한국사는 응시 여부만 확인하고 직업탐구는 반영하지 않습니다.”
 
임 총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미세먼지였다. 안성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국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하다. 이에 한경대는 정부 미세먼지 대책사업비(240억원)를 받아 연구에 착수했다.
 
미세먼지 연구가 특이합니다.
“수질과 식품 오염도 분석, 토양 질 관리 기술은 우리가 독보적입니다. 여기에 미세먼지를 확장하는 거지요. 도로변 미세먼지를 10~30% 감축하는 청정도로 인프라 적용 기술개발이 목표입니다. 계절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바람 방향을 예측할 수 있어요. 바람장, 즉 바람길 지도를 만들려 합니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미국 록히드 마틴사와 공동 연구를 하지요.
“국내 바람장 정보와 외국 미세먼지 지도 플랫폼 구축이 시급해요. 록히드 마틴은 바람장 측정용 도플러-라이다를 갖고 있어요. 시너지를 낼 겁니다.”
  
은행원·공무원·정치인·총장 4모작 순항
보통 사람은 인생 2모작도 어렵다는 데 4모작의 길을 달리고 있다. 은행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고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엘리트 재무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그러더니 제16, 17,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성남시 분당구을)을 거쳐 이명박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국회의원 당시 네 차례나 기자들이 뽑은 ‘신사 국회의원’에 오를 정도로 대인 관계가 원만하고 소신이 명쾌해 ‘합리적인 조율사’ ‘조용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불린다. 중학생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경기도 성남 시골 마을에서 소문난 우등생이었지만, 서울 경동고에 진학해 1학년 때 반에서 60명 중 46등을 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선배에게 빠따를 맞아가며 유도부를 그만두고 치열하게 공부해 따라붙었다. 그러나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공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정계를 떠나 한국정책재단 이사장으로 일하다 2017년 10월 한경대 총장이 돼 인생 4모작을 시작했다. 국회의원 시절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된단다. 1956년생. 좌우명은 ‘지기추상 대인춘풍(知己秋霜 對人春風)’. 단소와 아코디언 연주 솜씨가 일품이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yangyy@joongang.co.kr
 
※양영유의 총장 열전은 크로스미디어로 진행합니다. 17일 발간된 월간중앙 1월호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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