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생충’의 복숭아털보다 센 식품 알레르기, 장내세균이 잡아

중앙선데이 2019.12.21 00:02 666호 30면 지면보기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영화 ‘기생충’(2019, 한국)에서 지하 셋방에 살던 일당들은 부잣집에 기생하려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그중 하나는 복숭아털 뿌리기다. 가정부가 복숭아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아낸다. 일당은 몰래 복숭아털을 뿌린다. ‘쿨럭쿨럭’ 하는 가정부를 ‘결핵환자’라고 꾸며 쫓아낸다. 영화 속 상상만이 아니다. 복숭아털 같은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는 전 국민 20~25%를 괴롭힌다. 콧물, 재채기로 꽃피는 봄이 괴롭다. 게다가 평생 간다.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면역훈련, 유해균 억제, 비타민 합성
장내세균 6종 없으면 제대로 안 돼

자연분만·모유수유가 면역 키워줘
‘온실’서 자란 아이는 면역 불균형
과민성 대장염, 1형 당뇨도 불러

반면 식품 알레르기 환자 38%는 응급실로 달려간 경험이 있다. 죽는 공포를 경험한다. 실제로 죽기도 한다. 이런 식품 알레르기 환자는 성인 4%, 소아 7%다. 이들을 괴롭히는 건 음식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다.
 
중소기업 사장인 지인은 닭고기 알레르기가 심하다. 호흡곤란으로 숨이 막히는 공포를 경험했다. 비상약을 늘 가지고 다닌다. 그를 만난 장소는 처음 가 본 인도카레집이었다. 그는 주방장을 찾아가 음식에 닭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두 살 아이 목둘레에 빨간 반점이 급속히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무심코 건넨 호두 반쪽이 화근이었다. 놀랜 아이 엄마는 아이를 둘러업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주사는 놨지만 쇼크로 숨을 못 쉴 수 있으니 지켜보라’는 의사 말에 온 집안이 꼬박 밤을 새웠다. 생명공학을 가르친다는 나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알레르기는 유전과 환경, 둘 다 관여한다. 부모 한쪽이 알레르기면 자식은 50%, 두 명 모두면 75% 알레르기 확률이 있다. 최근 연구는 유전보다 환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면역조절 못해 작은 외부물질에도 ‘총질’
 
인체 알레르기 90%는 먹는 음식에서 온다. 달걀·우유·밀·콩·땅콩·호두·밤·생선·조개 등이다. 소아 알레르기 50%는 크면서 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성인 4%는 계속되는 알레르기로 평생 고생한다.  
 
이들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최근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먹는 약으로 식품 알레르기를 치료했다. 일시적이 아니라 근본원인을 찾아내서 예방까지 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알레르기 주범은 뜻밖에도 장내세균이었다. 올해 하버드대·보스턴소아병원연구팀은 식품(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한 살 이하 유아 56명과 정상 유아 98명의 혈액성분을 조사했다. 혈액 속 알레르기 관련 면역물질(IgA, IgE)이 서로 달랐다. 왜 달라졌을까. 인체 면역세포 70%가 몰려 있는 대장이 의심스러웠다. 이들 두 그룹 아이들 장내세균을 조사·비교했다. 장내세균 1000종류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6종류가 차이의 핵심이었다. 이 여섯 놈을 실험실에서 요구르트처럼 만들었다. 이놈들을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쥐에게 먹였다. 그러자 놀랍게도 알레르기가 없어졌다. 달걀을 직접 먹여도 멀쩡했다. 연구진은 골라낸 여섯 놈이 하는 일을 분자 수준에서 들여다보았다. 이놈들은 음식(섬유소)을 분해해 신호물질(SCFA:단쇄지방산)을 만들었다. 이 신호물질은 놀랍게도 면역조절세포와 소통하고 있었다(2019, 네이처메디신).
 
막 태어난 아이들은 면역정보가 백지상태다. 외부병원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한다. 자기 몸속 물질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한다. 먹는 식품, 특히 단백질도 이물질이다. 면역이 공격한다. 문제는 면역 ‘펀치’ 세기다. 너무 약하면 병원균이 자란다. 너무 강하면 자기 몸도 공격한다. 이 조절을 장내세균이 훈련시킨다.  
 
이번 연구결과 여섯 종류 장내세균이 없으면 면역 조절이 제대로 안 된다. 그런 경우 면역세포는 사소한 외부물질에도 ‘발끈’해서 ‘드르륵~’ 총을 쏴 댄다. 이게 알레르기며 아토피고 천식이다.  
 
알레르기를 방지하려면 태어난 직후부터 장내세균들이 면역세포에 계속 ‘잽’을 날려서 면역을 훈련시켜야 한다. 그래야 웬만한 물질이나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는 맷집, 즉 ‘면역관용(寬容)’을 키울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유아 장내세균을 제대로 만들까. 자연분만·모유수유가 특효다. 자연분만 도중 태아는 산도에서 엄마 장내세균으로 샤워를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 몸에도 엄마 분비물을 묻혀주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모유수유다. 산모는 유익한 장내세균을 선발해서 모유 속에 미리 옮겨 놓는다. 모유수유로 우수한 장내세균이 일찍 정착될수록 아이는 건강해진다. 유아기를 지나면 두 가지가 장내세균결정에 중요하다. 성장환경과 음식이다.
 
어떤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이 건강할까. 도시보다는 농촌 아이들이, 아파트보다는 목장이, 혼자보다는 형제자매가 많은 아이가 피부 아토피, 천식 같은 알레르기가 적다. 이런 환경 공통점은 다른 생물체(주로 박테리아)와 접할 기회가 많다는 거다. 자연, 동물과 자주 접할수록 장내미생물이 다양해지고 정상이 된다. 더불어 면역세포도 외부 이물질과 만나서 맷집이 든든해진다. 소위 ‘위생(衛生)가설(Hygiene hypothesis)’이다. 즉, 환경이 너무 깨끗하면 오히려 알레르기 등 면역불균형으로 병이 생긴다는 가설이다. 아이를 온실에서 키우기보다는 잡초처럼 자연에서 뒹굴게 하라는 의미다.
 
어떤 음식들이 장내세균에 좋을까. 동양식, 서양식이 영향을 줄까. 과학자들은 서양인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3종류 질병에 주목하고 있다. 알레르기, 과민성 대장염, 자가면역 질환(류머티즘, 1형 당뇨)이다. 이들은 모두 면역밸런스가 깨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얼음덩어리 밑에서 5300년을 지낸 신석기시대 ‘냉동미라’가 힌트를 준다. 답은 장내세균에 있다. 2019년 이탈리아 연구진은 신석기인류(냉동미라)와 현재 동양인, 서양인 6500명의 장내세균을 비교했다. 놀라운 차이가 있었다. 신석기시대에 있던 장내세균 중에서 한 종류가 서양인들 장 속에서 30%로 줄어들었다. 반면 동양인들은 신석기인류와 유사했다. 서양 환경, 특히 고지방·저섬유소 식사, 항생제 사용 등이 특정 장내세균을 없애고 서양 3대 면역 관련 질환을 증가시켰다는 해석이다.
 
장내세균이 질병해결사다. 면역훈련·두뇌신경조절·유해균억제·비타민합성·장혈관생성·에너지조절을 한다. 1.5㎏ 장내세균(대변의 60%)을 ‘제6의 장기’라 부르는 이유다. 장내세균 분야는 94조원 시장(2024년), 연 22.5% 성장률로 선점경쟁이 치열하다.
  
서양인들 고지방·저섬유소 식사 등 취약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중앙포토]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중앙포토]

소, 말 등 초식동물들은 새끼가 태어나면 이들에게 반쯤 소화된 음식이나 어미 변을 먹인다. 빨리 장내세균을 정착하게 하려는 본능이다. 풀(섬유소) 분해 장내세균을 어미에게 받지 못하면 새끼들은 풀을 소화하지 못해 죽는다. 대장·피부·호흡기·구강 등 외부와 노출된 곳은 모두 세균들이 붙어산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주인(숙주)몸과 공존을 한다. 우리 몸은 그렇게 진화해 왔다. 다른 생물체와 공존의 지혜를 과학이 조금씩 밝혀내고 있다. 기생충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식품 알레르기는 과민 면역대응이다. 크론병은 면역이 자기 몸(대장)을 공격한다. 심하면 대장 전체를 잘라 내야 한다. 치료가 만만치 않았다. 최근 기생충 알이 크론병 치료제로 쓰인다. 이놈은 장내에서 면역을 훈련시킨다. 위생 선진국에서 사라진 기생충이 다시 필요해진 아이러니다.
 
영화 ‘기생충’은 계층 간 공존 어려움을 묘사한다. 그건 영화 속 현대 사람들 이야기다. 생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라도, 공존이 본능이다. 사람들이 미물(微物)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다.
 
꽃가루에 콧물·재채기…인체면역 일종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는 인체면역의 한 종류다. 꽃가루가 들어오면 혈관이 넓어지고 부어오른다. 콧물로 외부물질을 씻어 내고 재채기로 밖으로 날려 보낸다. 병원에서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식품, 꽃가루 등)을 피부에 살짝 주사해서 부어오르는지를 파악한다.

 
식품 알레르기 대응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런 음식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둘째는 조금씩 양을 늘리면서 면역을 훈련시키는 방법이다. 훈련시기, 방법은 의료진 도움이 필수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서울대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창의재단 바이오 문화사업단장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