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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삐에로쑈핑'도 접는다···유통가 구조조정 광풍

중앙일보 2019.12.20 15:31

유통가 인사 태풍은 구조조정 전초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한 사람들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한 사람들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유통업계 분위기는 딴판이다. 대규모 인적 쇄신에 이어 구조조정까지 돌입하며 군살 빼기에 나섰다.
 
19일까지 3대 유통그룹은 연말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유통가 올해 연말 인사의 특징은 수장의 전면 교체다.  
 
롯데그룹은 19일 12개 유통계열사 중 8개 계열사에서 수장을 교체했다(66.7%). 31개 핵심계열사 대표이사·사업부문장 중에서는 24명이 바뀌었다(77%). 최근 십수년간 보지 못했던 대규모 인적 쇄신이다.  
 
지난 19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지난 19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신세계그룹도 연말 인사에서 수년간 장수했던 이마트·신세계백화점 최고경영자를 모두 교체했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던 이마트는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강희석 신임 이마트 대표이사(50세)는 전임 대표이사보다 12살 어리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백화점 역시 이번 인사에서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 김화응 현대리바트 사장이 물러났다.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를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로 불러들이면서 1960년대생 경영진을 전면에 앞세웠다.
 

이마트, 삐에로쑈핑 사업 접는다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있는 삐에로쑈핑 매장. [사진 이마트]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있는 삐에로쑈핑 매장. [사진 이마트]

 
유통가가 이렇게 대규모 인사이동을 추진한 건 결국 실적 개선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다. 연말 인사 공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구조조정안이 나왔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는 취임 한 달여 만인 20일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비효율적인 전문점과 저효율 점포를 폐점하는 내용이다.
 
주목할 부분은 강희석 대표가 삐에로쑈핑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는 사실이다. 현재 운영 중인 7개점을 순차적으로 폐점하기로 했다. 일본 잡화점 ‘돈키호텔’를 본 딴 삐에로쑈핑은 지난해 6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관심을 가졌던 브랜드다. 오너의 관심 브랜드라도 수익성이 부족하면 접을 정도로 구조조정의 강도가 세진 셈이다.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위례점. [사진 이마트]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위례점. [사진 이마트]

 
이마트가 진행 중인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야심작 일렉트로마트는 지난 18일 판교점을 폐점했고, 내년 초 대구점도 영업을 종료한다. 이밖에 헬스앤뷰티(H&B)매장 부츠는 올해 하반기부터 18개 점포를 폐점 중이다.  
 
강 대표는 이날 이마트 점포의 30%를 리뉴얼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마트는 최근 상품본부를 식품본부와 비식품본부로 구분하고, 식품본부 산하 신선담당을 신선1담당·2담당으로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세대교체로 수익성 강화 노려

 
롯데그룹도 연말 인사를 살펴보면 군살 빼기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유통 ▶호텔·서비스 ▶화학▶식품 등 4개의 비즈니스유닛(BU·사업단위)에서 2명을 교체했다(유통BU장·호텔·서비스BU장). 또 백화점·마트·슈퍼·e커머스·롭스 등 롯데쇼핑 산하 5개 사업부문별 대표이사 체제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사라졌다. 이들 중 롯데마트 사업부장(문영표 부사장)을 제외한 4명을 교체했다.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앙포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앙포토]

 
롯데쇼핑 3분기 영업이익(876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50% 이상 감소한 것은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6월 전주 덕진점을 폐점하고 용인 수지점을 정리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수익성 강화를 위한 카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인사가 실적 부진에 따른 세대교체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3.8% 줄어든 609억원을 기록했다.
 
두타면세점 입구. [중앙포토]

두타면세점 입구. [중앙포토]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8일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참여하면서 이르면 2020년 2월 중 두타몰 내 면세점 터에 입점한다. 당장 면세점 사업부문에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재원을 마련하려면 사업 실적이 부진한 부문에서 구조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e-commerce)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유통업계의 현실이 어렵고 향후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냉정한 판단이 이번 인사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이어 “새로운 유통산업의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어 당분간 유통업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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