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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무료 주택' 화순 아산초 파격제안, 선거법 논란 재점화

중앙일보 2019.12.20 11:10
타지에서 오는 전학생과 신입생 가족에게 '무상주택'을 주겠다던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의 파격 제안에 '교육감 명의로 사업 불가'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이 나오면서 선거법 논란이 재점화됐다. 모든 초등학교 시설 소유권이 교육감에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교육감 명의 사업 불가"
"학교장 명의는 가능하다"고 했지만
초등학교 시설은 모두 교육감 명의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가 전학생을 위해 안 쓰는 관사를 철거하고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주택을 다음 달까지 짓는다. 사진은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가 전학생을 위해 안 쓰는 관사를 철거하고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주택을 다음 달까지 짓는다. 사진은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20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화순 아산초 학생유치용 무상주택 사업을 학교장 명의로 추진하면 가능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아산초 전교생은 현재 26명이다. 내년이면 19명으로 준다. 전형적인 '작은 학교'다. 아산초는 교내에 쓰지 않는 옛 관사를 2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으로 바꿔 2020학년도에 맞춰 타지에서 이사 오는 입학·전학생 가족에게 무상 임대할 생각이었다.
 
중앙선관위는 "초등학교 자체 사업계획에 따라 학생유치 목적으로 (관사를) 증축해 그(학교장) 명의로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교육감 등의 명의를 밝혀 제공하거나 그가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방법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초등학교는 학교 시설을 교육청과 독립해 학교장 이름으로 등록할 수 없다.
 
앞서 화순군선거관리위원회가 아산초의 학생유치용 무상주택 마련에 제동을 걸었다. 화순군 선관위는 "교육감이 선출직이기 때문에 마땅한 법령이나 지침 없이 사람이 살 수 있고 금전적 가치가 있는 관사 같은 건물을 선거구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부행위'는 공직선거법상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화순교육지원청에 전했다.
 
화순군이 아산초의 제안에 약 2억8000만원의 건축비를 부담하고 화순교육청은 약 1억원 상당의 학교 내 관사 부지와 철거비를 제공했다. 선관위 판단대로라면 투입된 예산과 무상주택의 재산가치에 비례해 입주하는 학부모에게 월 60만원의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
 
아산초 무상주택에 2학년 쌍둥이와 유치원생을 둔 가족이 광주광역시에서 이사 올 예정이고, 다른 1가구는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누가 월 60만원 임대료를 내고 시골에 와서 살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학생 유치용 주택 2채를 건설 중인 화순 아산초등학교 공사현장. [사진 전남도교육청]

학생 유치용 주택 2채를 건설 중인 화순 아산초등학교 공사현장. [사진 전남도교육청]

 
화순교육청이 무상주택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에 재해석을 요청했지만, 전남도교육청은 현행대로라면 사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전남도교육청 재산은 전부 교육감 명의로 돼 있고 화순 아산초 선생님 관사도 마찬가지다"며 "공립인 초등학교 재산을 학교장 명의로 바꿔 무상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관위가 무상주택 사업을 해도 되는 판단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화순군선관위와 다르지 않은 해석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화순 아산초의 무상주택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전교생 50명인 전남 구례 청천초등학교는 2017년 이전부터 보증금 100만원만 받고 타지에서 이사 오는 전학생과 입학생 가족에게 학교 내 시설을 리모델링한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청천초의 학생유치용 무상주택 6채 중 3가구가 입주해 유치원생 1명, 초등학생 4명이 재학 중이다.
 
그러자 무상주택 사업이 가능하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무상주택에 대한 선거법 논란이 전국적으로 처음 있는 현상이라 전남도 자체적으로 조례를 만들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며 "전남도의회 등과 연계해 학생유치용 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화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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