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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상자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보석… 포르투는 그런 곳

중앙일보 2019.12.20 10:00

[더,오래] 권지애의 리스본 골목여행(6)

여행의 종착역인 제2의 도시 포르투(Porto)에 도착했다. 에펠의 제자가 만들었다는 동루이스 다리. [사진 권지애]

여행의 종착역인 제2의 도시 포르투(Porto)에 도착했다. 에펠의 제자가 만들었다는 동루이스 다리. [사진 권지애]

22번 트램. 포르투는 묵직하고도 소박한 아날로그적 감동으로 가득하다.

22번 트램. 포르투는 묵직하고도 소박한 아날로그적 감동으로 가득하다.

 
수도 리스본에서 출발해 소도시를 돌고 돌아, 여행의 종착역인 제2의 도시 포르투(Porto)에 도착했다. 도시를 도착하기 전 읽어봤던, 포르투를 소개하는 문구들은 한결같이 액면을 들여다보면 비슷하다. 세계 3대 와인 중 하나인 포트와인의 본고장, 그 유명한 에펠의 제자가 만들었다는 동루이스 다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 하지만 표면에 가려진 이면에는 물질적 명사보다는 좀 더 심오하고 아름다운 형용사나 부사가 어울릴 만한 장소와 장면, 그리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포르투다.
 
포르투는 일단 뭔가 요란하고 콧대 높은 게 없어서 좋다. 물론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아줄레쥬가 있고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과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된 렐루서점이 있지만, 선 그어 놓고 접근 금지 푯말을 단 것이 아닌 이 모든 것이 일상 속에 자연스레 어우러져 있기에 누구나 포르투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과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된 렐루서점.

페르난두 페소아의 글과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된 렐루서점.

 
또한 대항해 시대 전성기를 누리며 스페인과 함께 세계정복의 꿈을 꿨지만 1755년 대지진과 해일 그리고 모든 것을 짚어 삼킨 화재로 인해 느리게 발전한 덕분(?)이라 콧대 높은 유럽의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 단편적이고도 소모적인 디지털 이슈로 가득한 요즘 시대를 초월한 묵직하고도 소박한 아날로그적 감동으로 가득한 이곳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편지처럼 다가온 첫 감동은 기차를 타고 내린 상벤토(Sao Bento)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다. 순식간에 과거 속으로 나를 이끈 상벤토 역 안, 압도적인 아줄레쥬의 오라를 한껏 느낀 후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나가 신호등 앞에 서니 차 한 대가 멈추곤 나에게 건너라는 눈짓을 보내왔다. 내가 서야 할 빨간불인데 왜? ‘저 운전사만 특별히 친절한 거겠지’ 했는데 이 따뜻한 사건은 떠나는 날까지 셀 수 없이 계속됐다. 차들이 설 때마다 감동의 크기는 배가 되어 돌아왔다.
 
햇살이 가득한 날이면 모든 건물과 집에 붙어 있는 타일(아줄레쥬)은 빛을 받아 도시 전체를 영롱하게 만든다. 아무 집 벽면 앞에 서서 백 년도 더 된 타일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만져 보고, 멀찌감치 떨어져 감상하고. 마치 한 점의 유명 작품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편지처럼 다가온 첫 감동은 기차를 타고 내린 상벤토(Sao Bento) 역.

편지처럼 다가온 첫 감동은 기차를 타고 내린 상벤토(Sao Bento) 역.

푸른색 아줄레쥬 파사드로 유명한 알마스(Almas) 성당.

푸른색 아줄레쥬 파사드로 유명한 알마스(Almas) 성당.

 
그 날 역시 푸른색 아줄레쥬 파사드로 유명한 알마스(Almas) 성당을 찾아갔는데 바로 그곳에서 조용한 감동이 한 차례 밀려 왔다. 수많은 앵글로 수없이 외관을 찍고 내부로 들어간 순간,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조용히 가방 속으로 넣을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관광 스팟으로 외부에는 많은 이들의 셔터 소리로 가득한 반면, 소박한 성당 안에서는 조용한 미사가 진행 중이었고 신부님의 낮은 울림의 목소리가 내부를 가득 메우며 단단하게 조여왔던 여행자의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 주었기 때문이다.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나먼 유럽 서쪽의 끝 나라, 작은 도시에서 불쑥 맞이했던 진짜 힐링의 시간,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그때의 경건함이란.
 
누군가에게는 낯설지만 혹자에게는 낯익은, 묘한 시너지가 매혹적이다.

누군가에게는 낯설지만 혹자에게는 낯익은, 묘한 시너지가 매혹적이다.

모후의 정원. 포르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 순간을 적극적으로 체험케 하는 힘을 가졌다.

모후의 정원. 포르투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그 순간을 적극적으로 체험케 하는 힘을 가졌다.

 
이렇듯 포르투는 누군가에게는 낯설지만 혹자에게는 낯익은 감성으로 묘하게 충돌하며 일으키는 시너지가 매혹적이다. 기교를 부릴 생각일랑 없어 보이는 풍경들은 핸드폰 내려놓고 그 순간을 적극적으로 체험케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역사책 속을 거닐다 다시 길을 나서면 오래된 명화 속에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 나도 모르게 엽서 속 풍경 안으로 빠져들게 되는 그런 곳이 바로 포르투다.’
 
콘텐트 크리에이터·여행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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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애 권지애 콘텐트 크리에이터 필진

[권지애의 리스본 골목 여행] 대항해시대 찬란한 부귀영화를 누렸던 포르투갈, 수도인 리스본은 화려한 과거의 향기와 현재의 아름다운 격동이 끊임없이 물결치는 곳이다. 유럽의 서쪽, 서쪽의 끝에서 대서양을 향해 부르던 서글펐던 파두의 선율은 이제 이방인들에겐 매혹적인 선물로 다가온다. 하지만 와인과 에그타르트, 해산물 그리고 가성비 좋은 물가만으로 표현되기에 리스본 속에 펼쳐진 역사의 흔적들은 여행의 가치를 높여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향기로 가득한, 프라이빗한 골목 속으로 함께 거닐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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