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뱃속서 국경 넘어 난민촌 출생 아이
이름 지어줄 아빠는 미얀마 감옥에
ICRC 도움으로 이산가족 찾았더니
징역 30년 장기형 선고받고 복역 중
난민 아이들, 썩어가는 개울 옆에서
악취 맡으며 우루루 뛰어놀지만
그래도 교육은 해야 한다며 열성
난민촌에도 등하교길은 복잡해
민주화로 고위공직 맡은 수치
국제사법재판소서 변명으로 일관
![60만 명이 넘는 로힝야 난민이 임시 기거하는 쿠루팔롱 난민촌의 모습. 개천에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진동을 했다. [채인택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249c3ffb-c915-421c-b395-56ed8a28ae4b.jpg)
60만 명이 넘는 로힝야 난민이 임시 기거하는 쿠루팔롱 난민촌의 모습. 개천에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진동을 했다. [채인택 기자]
오수 흐르는 개천에선 악취 진동
![전통 투피 모자를 쓴 로힝야 학생(오른쪽)이 쿠루팔롱 난민촌 도로를 지나고 있다. [채인택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1a94a4ee-ac99-4209-a7ca-21fc79870a4e.jpg)
전통 투피 모자를 쓴 로힝야 학생(오른쪽)이 쿠루팔롱 난민촌 도로를 지나고 있다. [채인택 기자]
전통의 투피 모자 쓴 남학생들 많아져
![쿠루팔롱 로힝야 난민촌의 학교 표지. [채인택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7e59a620-bd50-4988-a089-0fcf9014aff1.jpg)
쿠루팔롱 로힝야 난민촌의 학교 표지. [채인택 기자]
불법거래 막기 위해 인터넷은 차단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냉장고를 쓸 수 없음에도 정육점이 여러 군데 보였다. 집집마다 지붕에 태양열 발전기를 얹어두고 있었으며 휴대전화를 든 사람도 많이 보였다. 다만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방글라데시 당국이 난민촌 내에서 데이터 통신을 차단해 인터넷은 되지 않았다.
![쿠루팔롱 난민촌에 살고 있는 로힝야 인인 샤마루(가운데)와 그의 아들인 오마르 샤데크(안겨 있는 아이)와 현제자매들' 샤마루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인 오마르 샤데크는 미얀마에서 체포돼 30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국경을 넘어온 뒤 태어난 아들은 이름을 지어주겠다는 아버지가 감옥에 있어 자기 이름 없이 아빠의 이름으로 불린다. [채인택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8da8e778-71d4-4be9-8e96-1c0f566a2ce9.jpg)
쿠루팔롱 난민촌에 살고 있는 로힝야 인인 샤마루(가운데)와 그의 아들인 오마르 샤데크(안겨 있는 아이)와 현제자매들' 샤마루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인 오마르 샤데크는 미얀마에서 체포돼 30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국경을 넘어온 뒤 태어난 아들은 이름을 지어주겠다는 아버지가 감옥에 있어 자기 이름 없이 아빠의 이름으로 불린다. [채인택 기자]
뱃속에서 아버지와 헤어진 2살 어린이
아빠는 미얀마에서 30년형 받고 감옥에
다행히 그는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무슨 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곧 오마르 샤다크의 편지도 도착했다. 감옥에서 지내고 있는데 재판에서 30년형을 받았다는 내용이 남겼다. 이산가족 재회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쿠루팔롱 난민촌에서 로힝야 인들을 대상으로 이산가족 찾기 사업을 벌이는 방글라데시 적신월사 자원봉사자(왼쪽)의 모습.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함께 활동한다. [채인택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91bdf22b-6020-424b-9199-97cbeb6d8411.jpg)
쿠루팔롱 난민촌에서 로힝야 인들을 대상으로 이산가족 찾기 사업을 벌이는 방글라데시 적신월사 자원봉사자(왼쪽)의 모습.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함께 활동한다. [채인택 기자]
그나마 생사라도 확인해 심리적 안정
ICRC 현장 활동가로, 이산가족 연결 담당인 샤루크 호사인 탈룩데르는 “그나마 생사 확인이라도 되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을 찾아 재회할 수 있으면 최상이겠지만, 생사 여부를 알고 편지 연락이라도 하면 심리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패 하루하루 절망 속에 사는 가족이 더욱 많다는 이야기다.
![쿠루팔롱 난민촌의 로힝야 사람들 시장의 모습. [채인택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94e4e3af-a7e5-46aa-a1b0-4af5b42392bf.jpg)
쿠루팔롱 난민촌의 로힝야 사람들 시장의 모습. [채인택 기자]
국경 넘을 때의 트라우마
난민촌의 좁은 길을 다니는데 한 소년이 계속 따라왔다. 무함마드라는 이름의 12살 소년이었다. 난민촌에서 활동하는 국제인도주의 기구 직원을 따라다니면서 영어를 배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미얀마의 농촌에서 살았던 그는 국경을 넘어오면서 가족과 헤어졌다.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도, 살아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꿈에 총소리가 계속 들리고 집이 불탈 때 났던 냄새도 난다고 했다. 심리적인 트라우마 증세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물었지만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괴로운 기억 속에서 말하기가 힘든 게 아닌가 싶었다. 괜히 질문을 해서 힘든 기억을 반추하게 한 건 아닌지 후회스러웠다. 쿠투팔롱 난민촌은 안정을 찾고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비극은 계속되고 있었다.
![미얀마의 국가고문이자 외교부 장관인 아웅산 수찌가 12월 10일 국제사법재판소릃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31fda0de-4f74-4a3b-8fa1-b394cfdf239e.jpg)
미얀마의 국가고문이자 외교부 장관인 아웅산 수찌가 12월 10일 국제사법재판소릃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의 아웅산 수찌, 책임 회피
![12월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법정에서 진술하는 아웅산 수찌 미얀마 국가고문.[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418fd1ce-1cfa-449c-8807-d22b707157ee.jpg)
12월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법정에서 진술하는 아웅산 수찌 미얀마 국가고문.[AP=연합뉴스]
수찌 고문은 최후 진술에서 “2016~2017년 라카인(미얀마 서부로 로힝야인 밀집 거주지역)에서 발생한 내부 무력 충돌의 재발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시 충돌 과정에서 국제인도법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집단학살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부에 “미얀마 사법부에 기회를 줘야 한다”며 사건 기각을 요청했다.
이날 수찌는 벤츠 차량에 탑승하고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당당하게 ICJ 건물에 들어갔다. ICJ 주변에선 일부 인권단체 관계자와 로힝야 인들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불교 승려가 12월 10일 미얀마의 만달레이에서 열린 아웅산 수찌 지지 집회에서 지지구호가 적힌 사진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26b738cf-2e5c-48e2-a9d8-74f0852749b8.jpg)
불교 승려가 12월 10일 미얀마의 만달레이에서 열린 아웅산 수찌 지지 집회에서 지지구호가 적힌 사진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불교국가의 무슬림 탄압’ 감비아, 미얀마 제소
![미얀마를 인종할살 혐의로 제소한 감비아의 아부바카르 탐부두 외교부 장관이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3ee7dde8-f4cc-4c44-8333-498404f0fdf0.jpg)
미얀마를 인종할살 혐의로 제소한 감비아의 아부바카르 탐부두 외교부 장관이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재판의 원고 격인 감비아는 면적이 1만689㎢로 경기도(1만171㎢)와 비슷하며 국제통화기금(IMF) 2018년 통계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명목금액 기준으로 745달러의 가난한 나라다. 인구 약 200만 명에 전체 인구의 95%가 무슬림이지만 헌법에 따라 어떤 종교도 자유를 보장한다. 재판의 피고 격인 미얀마는 면적이 67만6578㎢로 한반도의 3배에 이르며 국제통화기금(IMF) 2018년 통계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명목금액 기준으로 1298달러의 역시 가난한 나라다. 인구 5358만 명에 2014년 통계로 불교 87.9%, 기독교 6.2%, 이슬람 4.3%로 나타났다. 무슬림은 대부분 동부 라카인 주에 거주한 로힝야인이다.
![12월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궁 앞에서 한 남자가 미얀마 제품 불매 운동을 호소하는 플랭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72df537f-3874-4a3b-ba4b-23d72e761ee9.jpg)
12월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궁 앞에서 한 남자가 미얀마 제품 불매 운동을 호소하는 플랭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4만 이상 희생설 속 타락 천사가 된 수찌
![아웅산 수찌 미얀마 국가고문 겸 외교부 장관.[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b6e49566-ccde-4359-aff4-b5a13381cb2a.jpg)
아웅산 수찌 미얀마 국가고문 겸 외교부 장관.[AP=연합뉴스]
미얀마 정부의 서부 라카인 주 로힝야 주민에 대한 압박은 2016년 10월~2017년 1월의 1차 박해와 2017년 8월 이후의 2차 박해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라디오 자유아시아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보도 등에 따르면 1차 박해 당시에는 미얀마 내에서 약 1만 명의 로힝야인이 숨졌다. 캐나다의 정부기구인 온타리오 국제개발기구와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2차 박해에 따른 희생자는 약 2만4000명에 이른다. 2차 박해 때는 로힝야 주민들의 대대적인 국외 탈출도 함께 이뤄져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70만 명 이상이 이웃 방글라데시나 태국 등지로 강제로 옮기거나 박해를 피해 피신했다.
![미얀마 여성이 12월 10일 이 나라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아웅산 수찌를 지지하는 사위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c3a37b9e-0e30-4088-98f7-208454d4475c.jpg)
미얀마 여성이 12월 10일 이 나라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아웅산 수찌를 지지하는 사위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불교도만의 다민족 국가 추구
![한 소녀가 12월 1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궁 앞에서 로힝야 인종학살을 멈추라는 구호가 적힌 플랭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2/20/b02de537-648d-42ff-8ef5-02d6f89208bd.jpg)
한 소녀가 12월 1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평화궁 앞에서 로힝야 인종학살을 멈추라는 구호가 적힌 플랭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힝야 탄압, 불교사회주의 군사정부 잔재
결국 로힝야 탄압은 결국 군부독재의 잔재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로힝야 인이 무장해서 저항하자. 미얀마 정부는 민주화 운동가인 아웅산 수찌가 집권한 상황에서도 대대적인 로힝야 인 탄압에 들어갔다.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 인을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들은 로힝야족 대신 ‘라카인 이탈자’로 부르며 국제기구에도 이를 요구할 정도다. 종교나 생각이 같이 않다고 같은 국민으로 여기지 않고 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반인도주의적인 행위다. 이런 일이 용납되는 이상 로힝야 문제 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어린 오마르 샤데크와 사모라의 비극은 언제나 끝날 수 있을까.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