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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겨도 이득…시리아에 첨단 신무기 때려넣은 러 셈법

중앙일보 2019.12.20 05:00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자국의 신무기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실전 투입한 러시아의 스텔스 전투기 Su-57. [러시아 국방부 유튜브 계정 캡처]

시리아에서 실전 투입한 러시아의 스텔스 전투기 Su-57. [러시아 국방부 유튜브 계정 캡처]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합참의장)은 17일(모스크바 현지시간) 러시아 주재 외국 무관들과 만나 “Su-57 전투기 시험은 계속 중”이라며 “이번에 다시 시리아에서 시험이 진행됐다”고 말했다고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Su-57은 러시아가 만든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다. 미국의 F-22 랩터와 F-35 라이트닝Ⅱ에 맞서기 위해 개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는 이 전투기에‘ 펠론(Felonㆍ흉악범)’이란 별명을 붙였다.
 
러시아는 2015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IS)를 격멸한다는 명목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기껏해야 상대는 IS 테러리스트나 시라아 자유군(SFA) 반군이다. 이들의 무장 수준은 형편 없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엄청난 무기들을 시리아에서 사용했다. Su-57을 비롯 Su-35 전투기, Tu-160 전략 폭격기, S-400 방공 미사일,  9K720 이스칸데르-M 단거리 탄도미사일, Ka-52 앨리게이터 공격 헬기 등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공군의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인 Tu-160, [사진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공군의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인 Tu-160, [사진 러시아 국방부]

 
지난해 3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군이 시리아 내전에서 201종 무기를 실전 시험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해 2월 블라디미르 샤마노프 러시아 하원 군사위원장은 시리아에서 200개 이상 신무기를 시험했다고 말했다. 거의 미국과 싸울 만한 전력이다.
 
러시아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처럼 시리아에 첨단 무기들을 갖다 놨을까.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무엇보다도 러시아가 부족한 실전 경험을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시리아에서 자국 무기와 전술 테스트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공군의 전투기인 Su-35. [사진 위키피디아]

러시아 공군의 전투기인 Su-35. [사진 위키피디아]

 
러시아는 2015년 10월 카스피해에서 작전 중인 구축함이, 그해 12월 지중해에서 작전 중인 잠수함에서 각각 순항 미사일을 시리아의 IS 목표물을 향해 발사했다. 2016년 11월엔 러시아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아드미랄 쿠즈네초프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이 IS를 폭격했다. 이처럼 장거리에서 정밀 유도무기로 타격하거나 항모 탑재 전투기로 공습하는 작전은 러시아군으로선 당시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러시아 육군은 시리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헬리콥터를 통한 공수 전술을 가다듬고 있다. 옛 소련이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자헤딘(이슬람 반군)과 싸우면서 헬기 공수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소련에서 러시아로 나라가 바뀌면서 잊었던 전술이라는 평가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과 간접적으로 싸우면서 적을 파악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이 F-22를 시리아 내전에 투입했고,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자국의 F-35를 종종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Su-57로 이들을 격추할 수는 없더라도 탐지ㆍ추적은 가능할 것이다.
 
러시아 공군의 공격 헬기인 Ka-52 앨리게이터. [사진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공군의 공격 헬기인 Ka-52 앨리게이터. [사진 러시아 국방부]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미국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이스라엘제 첨단 요격 미사일인 다비드 슬링을 통째로 입수하는 행운을 누렸다. 이들 미사일이 불발 상태로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인 러시아로선 시리아에서 자국 무기 활약상으로 광고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그에 대한 비용은 적의 대공포나 사고로 잃은 20여 대 수준의 제트기와 헬기들이라고 내셔널 인터레스트가 분석했다.
 
올 1월 이스라엘 공군의 전투기가 미사일을 발사해 시리아군의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인 판치르-S1을 파괴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 유튜브 계정 캡처]

올 1월 이스라엘 공군의 전투기가 미사일을 발사해 시리아군의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인 판치르-S1을 파괴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 유튜브 계정 캡처]

 
하지만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여러 번 체면을 구겼다. 이스라엘 공군은 올해 1월 시리아가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방공체계인 판치르-S1을 미사일 한 방으로 파괴했다. 대공포와 미사일을 함께 탑재한 판치르-S1은 러시아가 지구상 최고의 방공 시스템이라고 선전하던 무기였다.
 
러시아의 무인지상차량인 울란-9 선전 동영상. [칼라시니코프 콘체른 유튜브 계정 캡처]

러시아의 무인지상차량인 울란-9 선전 동영상. [칼라시니코프 콘체른 유튜브 계정 캡처]

 
또 러시아가 시리아에 배치한 무인지상차량(UGV)인 울란-9가 실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울란-9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종하면서 30㎜ 기관포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무인 탱크다. 그런데 시리아에서 전투 중 조종이 제대로 안 됐고, 기관포도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을 그동안 준비해온 군사현대화의 시험 무대로 활용했다”며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군사 장비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리아에서 쌓은 전훈을 바탕으로 더 강력한 군대로 거듭나려 할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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