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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북한 ‘크리스마스 선물’에 트럼프가 어떻게 응수할까?

중앙일보 2019.12.20 00:16 종합 33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북·미 사이에 긴장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이달 초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는 내용이 담긴 담화문을 공개했다. 그 뒤 북한은 액체 연료 로켓 엔진을 시험한 듯하다. 한국은 현재 정답을 모르는 두 질문을 안고 있다. 첫째, 북한은 이달 말에 어떤 일을 벌일까?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어떻게 대응할까?
 

김정은 요구를 수용하는 게 최악
제재 강화로 위기를 반전시켜야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여러 가지다. 가장 극단적인 카드는 풍계리 제7차 핵실험이지만, 이 경우 지나치게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에서 얻어낼 이익을 계산하는 중이다. 핵실험은 대북제재에 느슨하게 대처해 온 중국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북한으로서는 별 소득이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극단적인 선택은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실(ICBM) 시험발사인데, 이 경우 북한은 미국에 위협적인 핵 능력을 증명하게 된다. ICBM 실험은 상대적으로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작지만 북·미 갈등이 최고조에 도달했던 2017년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노골적으로 저버리는 행위다.
 
위성 발사 실험을 가장한 액체연료 로켓 실험이 ‘선물’로 선택될 수도 있는데, 다소 수위가 낮은 도발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르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도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눈을 감아주고 있다.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을 할 수도 있다. 최근 CSIS의 북한 전문사이트(Beyond Parallel)에 올라온 보고서는 북한 남포 조선소에 위치한 미사일 수중 발사 실험용 바지선이 언제라도 SLBM 발사를 수행할 준비가 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SLBM 실험은 일본과 괌에 위협적이지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동결 대 동결’ 약속에 포함되지는 않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어떤 조처를 해야 할까? 트럼프 정부는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파견해 한국과 주변국의 협력을 도모하는 중이다. 제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동결 대 동결’ 합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발적인 성격을 띠면 트럼프 정부는 보다 강경한 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만한 악수(惡手) 한 가지는 지난 몇 주간 그가 여러 번 반복한 대로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 북·미 관계를 악화시킨 뒤 형편없는 거래를 시도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종전 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를 감행하려 하고, 김 위원장의 허울 좋은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근거로 외교적 성과를 주장할 수도 있다. 미국 공화당이 필사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저지할 것이므로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결정을 공언하는 자체만으로도 타격은 막대하다.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 같은 군사적 공격도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보는 이들이 있지만, 북한이 극단적 행동을 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 의회와 국방부가 맹렬히 반대할 것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도발을 기회로 전환해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공고히 하고, 북한보다 외교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재개, 한·미·일 3자 협력 재구축, 대북제재 강화, 보다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 촉구를 위한 국제적 협력 강화 등의 조치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방법이다. 때로는 나쁜 결과가 훌륭한 전략을 창출한다.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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