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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정석 달려간' 황인범, "산책 세리머니 맞아요"

중앙일보 2019.12.18 23:29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황인범이 선취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황인범이 선취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책 세리머니였다."

동아시안컵 일본전 결승골 주인공

 
일본전에 골을 넣고 원정응원석으로 달려간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이야기다.  
 
한국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은 18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차전에서 전반 28분 결승골을 터트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3승(승점9)을 기록, 일본(2승1패·승점6)을 따돌리고 대회 3연패를 이뤄냈다.  
 
황인범은 아크 왼쪽에서 수비수를 따돌리고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을 쐈다. 공은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가 상대 골대 왼쪽 구석에 꽂혔다. 황인범은 일본 원정응원단과 한국팬들이 섞여있는 응원석 앞으로 달려가 유유히 걸었다. 동시에 기뻐하면서 '하트 세리머니'도 했다.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황인범은 "골을 넣으면 뭘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골을 넣을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면서 "득점 순간 생각나서 일본 관중석쪽으로 가서 (산책) 세리머니를 했다"며 "지금까지 많은 선배들이 해왔고, 제 친구도 작년에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2010년 5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박지성(38)은 천천히 달리며 침묵에 빠진 일본 응원단을 바라보는 '산책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결승전 일본전에서는 황희찬(23·잘츠부르크)가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황인범은 "그런데 한국팬들이 더 많아 당황을 했다. 그래서 좀 어색한 세리머니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한국팬들이 더 많은 모습을 보고 힘이 됐고 감사했다"고 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을 이겼던 황인범은 "대회 이름만 달랐다. 축구인생을 돌이켜보면 일본과의 경기는 항상 이겨야되고, 절대 질거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적이 없었다"며 "수비수와 골키퍼가 버텨주고, 공격에서 압박하고 희생해줬다"고 했다.  
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이 1대 0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대회 3연패에 성공했다. 사진은 MVP 차지한 황인범. [뉴스1]

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이 1대 0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대회 3연패에 성공했다. 사진은 MVP 차지한 황인범. [뉴스1]

 
지난 1월 기성용(30·뉴캐슬)이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황인범은 ‘기성용 후계자’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황인범은 기대만큼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국민 욕받이’ 신세였다. 이번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면서 오랜 마음 고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황인범은 "이번대회에서 나태하고 포기하면 정말 도태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땀흘리고 스스로 핑계를 만들지 말자는 각오로 준비했다"며 "좋은 결과로 마무리했지만 제 축구인생은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대회처럼 영광스런 순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황인범은 "보여주는건 제 몫이고, 평가하는건 팬들의 몫이다. 매경기 축구인생에 밑거름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고 생각한다"며 "월드컵 2차예선과 나아가 최종예선까지 좋은 결과를 얻고 싶고, 자신감이 있다. 팬들이 응원해주시고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부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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