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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버린 이세돌, AI 한돌에 반전 승리···또다시 78수 매직

중앙일보 2019.12.18 17:33

이세돌, 토종 AI 한돌 꺾었다

“시간은 없겠지만 2, 3국에선 한돌이 준비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1국 종료 후 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에서 흑 92수만에 불계승을 했다.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 제1국에서 흑 92수만에 불계승을 했다. [연합뉴스]

 

‘알파고 한수위’ 토종AI 한돌에
92수 단명국으로 흑 불계승
본인 스타일 버린 수비 전략
알파고 때처럼 ‘78수 매직’
19일 2국·21일 3국 진행

92수 흑 불계승. 18일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을 이긴 이세돌 9단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한돌의 준비를 권하는 대목에선 기분좋은 자신감도 묻어났다. 좌중엔 웃음이 터졌다. 18일 서울 강남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이세돌 은퇴 대국 1국에서 이 9단은 NHN의 ‘한돌’을 92수만에 꺾었다. 단명국(100수 이내에 상대의 기권으로 승패가 나는 대국)이었다.
 
2016년 3월 ‘호선(동등한 조건의 대국)’으로 대결했던 구글의 AI ‘알파고’와 달리 이날 대국은 이세돌이 2점을 먼저 두고 한돌에 덤 7집 반을 주는 ‘2점 접바둑’ 형태로 진행됐다. 인간이 AI를 극복하긴 힘들다는 점에서다.
 
18일 서울 강남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이세돌 대 바둑AI 한돌 대국 현장. 대국 초반 긴장 속에 수를 두는 이세돌 9단의 모습. 김정민 기자

18일 서울 강남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이세돌 대 바둑AI 한돌 대국 현장. 대국 초반 긴장 속에 수를 두는 이세돌 9단의 모습. 김정민 기자

이번에도 ‘78수 매직’

기적은 이번에도 ‘78수’에서 일어났다. 한돌이 자신의 돌이 잡히는 ‘장문’을 파악하지 못하고 백돌 3개를 잡힌 것이다. 공교롭게도 3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세돌에게 1승을 안겨줬던 ‘신의 한 수’도 78수였다.
 
이세돌 대 AI 한돌 1국 기보   [연합뉴스]

이세돌 대 AI 한돌 1국 기보 [연합뉴스]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한돌이 이 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78수부터 승률이 급격히 내려갔다”고 전했다. 이에 이세돌은 “알파고 때 78수는 정상적이지 않은 수였다면 이번 78수는 프로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였다. 한돌이 예상 못한 것은 의외”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과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이 대국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이세돌 9단과 이창율 NHN 게임AI팀장이 대국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AI 한돌의 충격패

평소 호선만 학습해온 한돌에게도 이번 대국은 도전이었다. 한돌이 접바둑을 준비한 기간은 두 달 정도다. NHN에 따르면 호선의 승률은 54~55%, 2점 접바둑의 승률은 8% 정도다.
 
박근한 NHN 기술연구센터장은 “이세돌 은퇴 대국을 제안받았을 당시 한돌은 접바둑을 해본 적이 없어 내부에서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이 9단을 떠나보내는 바둑계와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응했다”고 답했다.
 
이세돌 9단이 18일 바둑AI 한돌을 상대로 한 은퇴 기념 대국 1국 후 복기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이세돌 9단이 18일 바둑AI 한돌을 상대로 한 은퇴 기념 대국 1국 후 복기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대부분의 전문가는 대국 전까지 한돌의 우세를 예상했다. 이세돌의 승리가 확정되자 “예상 밖의 결과”라며 현장이 떠들썩해진 이유다. 현장 해설을 맡았던 김만수 8단은 “이 9단이 공격형인 평소 스타일을 버리고 수비 전략을 취한 것이 승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세돌은 “대국을 앞두고 열흘간 먹고 자는 시간 외엔 계속 바둑만 뒀다. 2점 접바둑에서 수비적으로 두는 경우는 드물지만, AI를 상대로는 이 편이 승률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8일 서울 강남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이세돌과 바둑AI 한돌의 대국 1국이 열렸다. 이 대국은 이세돌 9단의 은퇴를 기념하는 대국이다. 김정민 기자

18일 서울 강남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이세돌과 바둑AI 한돌의 대국 1국이 열렸다. 이 대국은 이세돌 9단의 은퇴를 기념하는 대국이다. 김정민 기자

한돌은 어떤 AI?

한돌은 NHN이 알파고를 계기로 개발을 시작해 2017년 12월 국내 게임업계로선 처음 선보인 토종 바둑 AI다. 1999년부터 NHN이 쌓은 ‘한게임 바둑’의 데이터를 학습했다. 여러 예측 모델을 동시에 돌리는 ‘앙상블 추론’ 분석 기법을 쓴다. 사람으로 치면 여럿이 동시에 다음 수를 의논하는 형태다.
 
대국 실력점수인 이엘오(ELO) 점수 기준 한돌의 기력은 4500점 이상이다. 이는 이세돌과 대국했던 알파고 리, 2017년 중국의 커제 9단과 대결했던 알파고 마스터보다 높은 점수다. 통상 최정상권 인간 프로기사가 3600점대 후반이다. 한돌은 올해 1월 국내 현역기사 1~5위인 신진서·박정환 등과 대국해 모두 이겼다.
 

이세돌vs한돌 2번 남아…핸디캡 없이 붙는다

은퇴하는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은퇴하는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편 이세돌은 지난달 19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24년 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 8단은 이날 “프로 바둑기사의 은퇴 대국이 열린 것은 1938년 일본 유명 바둑가문의 마지막 당주였던 혼인보 슈샤이(本因坊 秀哉) 이후 전 세계 두 번째”라고 말했다.
 
이세돌의 은퇴 대국은 19일 바디프랜드 도곡동 사옥에서 2국이, 오는 21일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3국이 열린다. 이날 이세돌이 한돌을 이기면서 19일 대국은 호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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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하선영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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