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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도시들, 제로금리 5년만에 집값 천정부지…버블 터진다

중앙일보 2019.12.18 17:11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전세계에서 모인 학생들로 북적이지만, 이들이 파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도시의 낭만이 아닌, 바로 살벌한 파리의 집값이다. [사진 블룸버그]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전세계에서 모인 학생들로 북적이지만, 이들이 파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도시의 낭만이 아닌, 바로 살벌한 파리의 집값이다. [사진 블룸버그]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최근 끔찍한 ‘부동산 지옥’으로 전락하고 있다. 파리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9월 ㎡ 당 1만 유로(1318만원)를 돌파,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3.3㎡(1평)당 약 4350만원 이상이라는 의미로, 프랑스 전체 평균 집값보다 4배 비싸다.  
 

파리·뮌헨·스톡홀름 집값 5년간 30~40% 상승
반면 유로존 노동자 임금 1년간 2.7% 올라
유로존 노동자 월급의 4분의1 거주비로 소비
"ECB 마이너스 금리 자산·부동산값만 부추겨"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 시민 사회 문제로 대두

이 때문에 파리 거주자의 70%는 월세 세입자다. 문제는 2000년부터 2018년까지 파리 월세값이 40% 상승할 정도로 수요가 넘쳐 엘리베이터 없이 공동화장실을 써야 하는 월세방도 입주에 성공하면 축하할 일이다.  
 
파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뮌헨·프랑크푸르트·런던·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 도시가 가파른 집값 상승에 실거주용 주택이 부족해지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도시에 직장을 가진 주민들이 높은 월세에 못 이겨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앤 이달고 파리 시장은 “파리가 슬럼화하는 것을 막겠다”며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건축 허가가 까다로운 프랑스 도시계획법 때문에 파리 시내의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유럽의 부동산을 들쑤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바닥권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유럽 주요 도시의 아파트와 주택 시장이 투자 열기로 달아오른 것. 전례 없는 통화완화 제도에 따른 실물경기 회복 효과는 미미한 가운데 각국 정책자들은 부동산 거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 과열 상위 7개 도시 중 절반 이상이 유럽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부동산 과열 상위 7개 도시 중 절반 이상이 유럽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유럽중앙은행(ECB)이 2014년 사상 첫 마이너스 예금 금리(시중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예금)를 도입한 이후 5년간 포르투갈·룩셈부르크·슬로바키아·아일랜드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집값은 40%를 웃도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마드리드·스톡홀름·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도시의 집값은 30% 상승했다.  
 
반면 노동자의 임금 상승은 더디었다. 유럽주택연맹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직장인 평균 임금은 2.7% 올랐다. 이 때문에 유로존 거주자의 월세·모기지 비용은 월급의 25%로, 20년 전 17%에 비해 크게 뛰었다.  
 
실제로 현재 유럽에서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기는 쉽다. 유럽 주요 도시의 2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1%를 밑도는 수준이다. 금리가 기록적으로 내려가자, 개인은 물론이고 기관 투자자들까지 일제히 부동산 시장에 몰렸다고  NYT는 분석했다.  
 
문제는 가격이 실수요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독일의 부동산값은 실제 가치보다 15~30% 높게 책정됐다며, 주택시장 거품을 경고했다.  
 
ECB의 통화정책을 향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실물경기를 살리는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인 데 반해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는 얘기다.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부동산 거품 붕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실질적인 리스크”라며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제도가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UBS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유럽 집값에 거품이 꼈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와 경제학자들은 주택 버블이 사회적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시민들이 정책 불만을 과격한 형태로 쏟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 리서치 기관인 막스 베버 센터는 “부동산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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