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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질이 지워졌다...중국, NBA이어 EPL과 갈등 2라운드

중앙일보 2019.12.18 16:30
아스널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 촉발한 중국 인권 논란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스널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 촉발한 중국 인권 논란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널의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31ㆍ독일)이 촉발한 중국 인권 논란이 새로운 미중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외질은 지난 13일 자신의 SNS 계정을 모두 활용해 중국의 이슬람교 탄압에 대해 비판했다. “중국에서 쿠란이 불태워지고 모스크는 폐쇄되고 있다. 무슬림 학교도 금지당했다. 종교학자들은 한 명씩 살해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데도 무슬림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질은 터키계 독일인으로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다.  
 
외질은 같은 글에서 “위구르족은 박해에 저항하는 전사들”이라면서 “수년 후 기억할 것은 폭군들의 고문이 아니라 무슬림 형제들이 침묵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내에서 이슬람 교도들이 모여 사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탄압 실상을 고발하고 무슬림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글이다.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수용소를 짓고 위구르족을 포함한 무슬림 소수 민족 100만명을 감금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강제 수용소가 아니라 직업 훈련을 돕기 위한 시설일 뿐”이라 주장한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을 응원하는 집회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렸다. [AFP=연합뉴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을 응원하는 집회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렸다. [AFP=연합뉴스]

 
외질의 글이 게재된 이후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공영 CCTV는 외질의 소속팀 아스널 경기 중계를 취소했다. CCTV는 이와 관련해 “외질의 터무니 없는 발언이 중국 축구팬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겼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외질의 이미지는 망가졌으며, 아스널 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논평을 냈다.  
 
일부 중국 축구팬은 외질의 등번호가 찍힌 아스널 유니폼을 불태우는 영상을 게재했다.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외질과 소속팀인 아스널의 계정을 삭제했다. 아스널은 웨이보에 팔로워 500만명, 외질은 400만명을 보유한 인기스타였지만, 이번 논란과 함께 ‘중국의 적’으로 규정되는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도 나섰다. 지난 16일 겅솽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외질이) 가짜뉴스에 눈이 먼 것 같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을 포함해 모든 중국인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외질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진짜 모습을 보기 원한다면 언제든 (방문을) 환영한다“고 했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박해 받는 무슬림을 응원하는 터키의 무슬림들. [AFP=연합뉴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박해 받는 무슬림을 응원하는 터키의 무슬림들. [AFP=연합뉴스]

 
‘외질 사건’은 지난 10월 발생한 ‘NBA 사건’과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NBA 휴스턴 로키츠를 이끄는 대릴 모레이 단장이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직후 CCTV가 NBA 경기 생중계를 전격 취소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NBA 스폰서십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이 투자 중단 의사를 내비치자 결국 NBA가 백기를 들었다. “모레이 단장의 발언이 중국 팬들을 불쾌하게 만든 건 유감”이라는 성명을 냈다.
 
한편, 외질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관여하면서 관련 논란이 새로운 미-중 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공산당 선전 매체들은 외질과 아스널의 경기를 시즌 내내 검열할 수 있지만, 진실을 감출 순 없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족과 그외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들에게 자행한 총체적 인권 침해를 숨길 수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마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외질의 발언을 옹호하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AP=연합뉴스]

마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외질의 발언을 옹호하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A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마쳤지만,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만큼, 2단계 합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 하원은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진 인권 탄압에 대해 비판하고 이와 관련해 중국에 제재를 가해야한다는 내용의 ‘2019 위구르인권정책법안’을 의결한 바 있다.
 
비슷한 의미를 담은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완료한 상황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외질의 사진을 들고 지지 의사를 표시한 터키 어린이들. [EPA=연합뉴스]

외질의 사진을 들고 지지 의사를 표시한 터키 어린이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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