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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전 폐기 핵공장 재조명한 중국, 왜? ‘북핵 없애라’ 메시지

중앙일보 2019.12.18 12:03
연말을 앞두고 북핵 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35년 전에 중단한 지하 핵공장 건설 이야기를 갑작스레 끄집어내 눈길을 끌고 있다. 18년 동안이나 짓다가 만 핵공장이 지금은 관광지로 변해 있는데 이걸 왜 느닷없이 부각한 것일까.
중국 충칭 인근 바이타오에 18년 동안 짓다가 만 '816 지하 핵공장' 입구.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충칭 인근 바이타오에 18년 동안 짓다가 만 '816 지하 핵공장' 입구. [중국 인민망 캡처]

17일 중국 중앙텔레비전의 군사채널인 CCTV-7의 보도가 시작이었다. 이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크게 다뤘다. 제목부터 요란했다. “군사기밀! 지하에 50년 묻혀 있던 프로젝트가 마침내 세상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시선을 끌려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

충칭 인근에 66년 시작한 ‘816 지하 핵공장’ 건설
미국과 수교하고 소련과의 핵전쟁 위협 사라지자
공사 18년 만인 84년에 설명 없이 갑작스레 중단
2010년부터 관광지로 개발하는 희극적 변화 생겨
북핵도 북한이 경제개발 나서면 필요 없다는 주장

 
내용은 충칭(重慶) 인근에 있는 ‘816 지하 핵공장’ 이야기다. 충칭에서 약 130km, 승용차로 두 시간 거리의 산간에 바이타오(白濤)란 곳이 있다. 한데 이 지명은 약 20년 간 지도에서 사라졌다. 중국이 핵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였다.
중국 중앙텔레비전 군사채널은 17일 '816 지하 핵공장' 이야기를 특집으로 내보내 주목을 끌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중앙텔레비전 군사채널은 17일 '816 지하 핵공장' 이야기를 특집으로 내보내 주목을 끌었다. [중국 인민망 캡처]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던 66년 마오쩌둥(毛澤東)은 고민에 빠졌다. 소련과의 핵전쟁 위협이 커지고 있었고 미국과는 베트남 전쟁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핵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마오는 방어가 취약한 동부 연안보다 서부 내륙에 핵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의 비준으로 중국의 두 번째 핵공장을 바이타오에 짓기로 했다. 이후 바이타오라는 지명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수천 주민은 타지로 모두 이주시켰다. 통신 주소론 그저 ‘충칭시 4513 우편함’이 쓰였을 뿐이다.
 
67년 2월 제54 공정사단이 투입돼 비밀 핵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기술자 1만 명, 민간 노동자 1만 명 등 모두 6만 명이 3교대로 밤낮없이 일했다. 와중에 7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평균 나이가 고작 21세였다고 한다.
중국이 충칭 인근에 짓던 '816 지하 핵공장'은 이젠 관광지로 개발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이 충칭 인근에 짓던 '816 지하 핵공장'은 이젠 관광지로 개발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한데 이 핵공장 건설은 84년 갑자기 중단됐다. 당시 들인 비용만 7억 4000만 위안으로 현재 가치로 따지면 1000억 위안(약 16조 6400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건축은 85%가량, 시설은 60% 정도 완성된 상태였다.
  
이 핵공장은 100만톤 위력의 수소폭탄이 공중에서 터지는 충격에도 견딜 수 있고 1000파운드 위력의 폭탄이 명중해도 무너지지 않으며 규모 8급의 대형 지진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됐다고 한다.
 
그러나 무려 18년 가까이 공사를 하고도 돌연 중단한 것이다.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 하나 84년은 이미 소련의 위협은 사라진 지 오래고 미국과도 수교한 상태로 국제 정세가 크게 변한 시점이었다.
중국이 소련과의 핵전쟁에 대비해 충칭 인근 바이타오에 비밀 핵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바이타오는 20년간 중국 지도에서 사라졌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이 소련과의 핵전쟁에 대비해 충칭 인근 바이타오에 비밀 핵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바이타오는 20년간 중국 지도에서 사라졌다. [중국 인민망 캡처]

공사 중단 18년 만인 2002년 중국 국방과학공업위원회는 비밀 해제를 했다. 그제야 일반인은 이곳에 핵공장이 지어지고 있었던 걸 알았다. 이후 변화는 희극적이다. 중국 정부가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010년 4월 ‘세계 최대의 인공 동굴’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이후 1년 정도 재정비를 거쳐 2016년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해 1월 말엔 ‘816 프로젝트’가 ‘중국 공업유산 보호 리스트’에 올랐다.
 
관광객은 이곳에서 “동굴 속에 건물이 있고, 건물 속에 다시 동굴이 있으며, 그 동굴 속에 하천이 흐르네”라는 설명을 들으며 핵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지어졌던 높이 79.6m의 시설을 관람하게 된다.
중국 충칭 인근 바이타오의 '816 지하 핵공장' 시설에 대한 비밀 해제는 공사가 중단된지 18년 후인 2002년 이뤄졌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충칭 인근 바이타오의 '816 지하 핵공장' 시설에 대한 비밀 해제는 공사가 중단된지 18년 후인 2002년 이뤄졌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CCTV와 인민일보는 갑작스러운 지하 핵공장 보도 이유와 관련해 “810 프로젝트는 평화를 위해 건설했다가 다시 평화를 위해 중단했다”는 글로 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중국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언가.
 
베이징 외교가에선 두 가지를 거론한다. 하나는 북한의 핵 보유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투쟁의 시대를 살던 중국이 국력을 낭비하며 핵공장 짓기에 나섰지만,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니 그런 공장은 필요가 없더라는 이야기다.
 
북한이 과거 마오쩌둥 시대와 같은 투쟁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덩샤오핑(鄧小平)의 평화와 발전 역사관을 차용해 경제 개발에 나서라는 주문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깨닫게 하고자 하는 중국의 고심이 엿보인다.
중국 충칭 인근의 '816 지하 핵공장' 건설에 나섰다가 숨진 이는 76명에 달한다. 사망자 평균 연령이 21세에 불과했다고 한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충칭 인근의 '816 지하 핵공장' 건설에 나섰다가 숨진 이는 76명에 달한다. 사망자 평균 연령이 21세에 불과했다고 한다. [중국 인민망 캡처]

다른 하나는 중국이 현재 주장하는 조건부 대북 제재 완화 메시지다. 중국은 제재가 늦춰져 북한이 개발의 길로 들어서고 그로 인해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하면 핵 보유에 대한 욕구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중국이 바로 그런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주문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국제 사회의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은 제재 완화 이전에 북한이 북핵 폐기와 관련한 분명한 의지와 구체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어 인터넷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중국의 과거 핵무기 계획과 북한의 현재 핵개발 계획에 유사성이 많다”며 갑작스러운 ‘816 핵공장’ 보도엔 “중국 지하 핵공장의 희극적 변화에서 북핵 해법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중국의 바람이 담겼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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